당신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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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벨과 벨 허브 > 당신을 만났을 때

카우벨이 예쁜 소리를 내며 울리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집중했다. 분명 눈이 반짝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목소리가 불현듯 내 음악 속에 침범해 나를 깨웠다.

"…야"

"…마야?"

"저기, 얘 꼬마야?"

문득 정신을 차렸을 즈음에는 어느 동양계 여성분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카우벨을 들고 남의 물건으로 그 카우벨을 경쾌하게 치고 있었다.

나는, 남의 준비 중인 무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아…. 네… 저기… 함부로 만져서 죄송합니다!"

나는 재빨리 사과하고, 물러나려 했다. 함부로 남의 물건을 만진 데다가, 그걸 사용해보기까지 않았던가. 잡히면 분명히 큰일이 날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꼬마야, 그게 아니고. 그거 어디서 배웠니?"

그 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그 목소리에 담긴 건 분노도 아니었고, 비웃음도 아니었다. 그저 궁금증이고 놀라움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놀라움을 읽는 그 순간, 문득 내 가슴 한편이 찌르르, 울렸다.

"저…. 저기 이거요?"

나는 되물었다. 한 손에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카우벨을 든 채로.

내 카우벨은 더는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매일매일 연주할 때마다 조금씩 내가 변화해 나갔듯이, 내 카우벨 또한 변화해 나갔다.
흉하게 우그러지고 색은 다 벗겨진 데다가 여기저기 흠집이 있던 그 카우벨은, 이제는 반짝이며 반듯하고 아름다운 모양이었다.
꼭 내가 그 모양만큼이나 아름다운 소리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래, 그 카우벨. 어디서 배웠니? 굉장히 잘 치던데."

사실 그 이후의 기억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이유 모를 황홀감과 그 가슴 벅찬 감정이 심장 한구석에서 찌르르르 울리는 것을 느끼면서, 심장이 반주라도 하듯이 귓가에 울리도록 쿵쿵 울리던 기억과 잠시 눈을 떴을 무렵 내가 카우벨을 치고 있었던 것, 그리고 다른 악기들이 그에 맞추어서 즉흥 연주를 하고 있었던 기억 정도일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음악에 둘러싸인 것도 모자라, 그 음악에 내가 속해있다는 그 기쁨 속에서, 나는 문득 울고 있었다.

내가, 아니 우리가 연주하는 소리는 더 깊게 울렸으며, 내 카우벨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들 또한 점점 더 반짝거렸다.
맑은 소리, 깊은 소리, 사이사이에 중심을 잡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음악이 될 즈음에, 내 심장 속에서는 가슴 벅찬 감정이 찌르르르 울리고 고동과 함께 울리고 있었다.

찌르르르 쿵
찌르르르 쿵
찌르르르 쿵

꼭 내가 음악이라도 된 듯이, 아니 악기라도 된 듯이.


한참을 연주하다가 결국 해가 지고, 공연은 끝이 났다. 모두는 각자 악기를 정리하고 가꾸었다. 내가 내 카우벨을 아끼듯이, 그러나 조금 더 좋은 물건들로.

나는 무엇을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연주할 때는 마치 내가 여기 속해 있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는데, 결국 내가 여기 속해있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맛본 온전한 음악, 그 감각에 파묻혀서 잠시 자신을 잊고는 말았다.

생각에 빠져 우울해지려던 그때, 처음에 말을 걸어왔던 그 동양인 여성분이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내 이름은 쑨메이샨이야. 어렵지? 대부분 메이라고 부르니까 너도 그렇게 불러도 돼.
음…. 혹시 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

"저…. 저를요?"

나는 또다시 놀랐다. 그동안 인생의 단맛이라고는 매일 혼자 치는 카우벨뿐이었는데, 이런 온전한 음악에 일부가 될 수 있다니. 심장 소리가 내 심정을 대변하듯이 울렸다.

"응, 너를. 혼자서 연주하다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재능도 뛰어나다는 건데, 그건 둘째 쳐도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잖아? 같이 가면 즐겁지 않을까?"

"저…. 그…. 아니 그게…"

"음…. 혹시 여기 남아야 할 이유라던지 있는 거야?"

인생에서 처음으로 찾아온 행운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말조차 잇지 못하는 동안, 메이는 아무래도 그 의미를 오해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에요! 갈래요! 같이 가고 싶어요!"

"좋아! 그럼 예비단원이 생겼네! 앞으로 널 뭐라고 부르면 될까?"

"…"

"응? 이름에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어?"

내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떨구는 동안, 메냐 내 시야에 맞추어서 몸을 낮추어 내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없어요"

땅속을 파고 들어갈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내게, 메이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미안한데, 뭐라고 했어?'

"…이름이 없어요. 부모도, 친척도 뭐도 없으니까…"

메냐 내 눈을 마주치고는 빙긋 웃었다.
내 지저분한 머리를 쓰다듬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생각하는 듯 골몰히 하늘을 보며 메이가 말했다.

"음…. 그럼 여기서 하나 짓지 뭐.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던 카우벨에서 따서…. 벨…. 벨라트릭스는 어때?"

내 이름은 벨라트릭스, 애칭은 벨. 그렇게 나라는 존재가 완성되었고, 나는 예비 단원이 되었다.

나는 한낮의 떡갈나무 유랑극단 소속의 새 둥지 가지의 꿈속여행 잎의 예비 단원.

우리는 함께 여행했고, 함께 길을 걸었다. 모나, 캐시, 한, 제이콥, 메이, 그리고 나까지. 우리는 모두 같이 유랑했고 같이 연주했으며, 같이 살아나갔다.

당신을 만났고, 우리가 되었다.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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