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843-KO: 사회적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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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843-KO

등급: 미분류(Unclassed)

특수 격리 절차: 제04K기지 수면변칙부서는 빠른 시일 안에 신규 특수 격리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이전까지 SCP-843-KO를 격리해왔던 유정혁 박사의 다음 기록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인수인계서

+ 첨부파일 (2)  


수신하신 직원분께서는 기지 의료반과 수면변칙부서에 긴급히 연락을 취해주십시오. 지금 제 위치가 표시된 GPS 지도도 함께 첨부될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유정혁 박사입니다. 이 문서가 공개되었다는 것은 제가 죽음에 근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5분에 한 번을 주기로 이 문서가 보내질 수 있도록 예약 발송을 걸어두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생사가 달린, 반드시 인수인계해야 할 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반년 동안 SCP-820-KO1를 격리해왔습니다. 어느 한 번 보고도 없이요. 하지만 이 개체의 변칙적 특성상 공개해서는 안 되는 정보였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죠. 당장은 우리 현실에서 820-KO를 설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방법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우회적인 방법 하나를 찾아냈죠. 추상적 개념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꿈 안에서는 가능할 것입니다. 문서와 함께 첨부된 파일은 저의 수면 해석 백업본입니다. 이걸 부서 연구실의 해석 스캐너에 설치하고 피험자가 수면 중일 때 입력하십시오.

수면변칙부는 새로운 격리 절차를 찾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어야 합니다. 이 시도는 하늘 아래 잠을 자는 모든 생명을 위한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ps. 익숙지 않은 피험자는 뇌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우리 연구원들을 배치해주십시오.


제04K기지 수면변칙부서장 유정혁

제04K기지 의료반은 유정혁 박사의 의식 회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설명: 본 단락의 내용은 유정혁 박사의 인수인계서와 그 주장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밝혀진 사실은 거의 없다.

2021년 5월 29일 오전 1시경, 유정혁 박사는 휴가 중 강릉 ███ 펜션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다. 유 박사는 계단에서 낙상한 것으로 추정되며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위 메시지(인수인계서)가 수신되었고 재단 산하 후송팀이 출동하였으나, 도착 직전에 이미 민간 병원으로 옮겨졌음이 확인되었다. 유 박사는 응급조치가 늦어진 탓에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다음 날 오전, 제04K기지 격리이사관보 및 연구이사관보를 필두로 임원 회의가 진행되었다. 수면변칙부서 내 과장들은 대개 비관적인 의사를 내보였으며 이는 실험의 안전성2도, 인수인계서의 신뢰성도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격리이사관보의 최종 지침대로 D계급 실험이 예정되었지만 소모적 실험이 될 것이란 지적이 이었다.

SCP-843-KO는 수면 중에 발견할 수 있는 변칙 개체 또는 현상이다. 그 위험성은 알 수 없으나 파급력은 전지구적일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 부여할 K급 시나리오 분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적어도 2021년 5월 29일 이전까지는 수면변칙부서장 유정혁 박사의 시도로 격리되었으나 이제는 현황조차 불분명하다.

SCP-843-KO의 알려지지 않은 정보 대개는 우리 현실에서 전달될 수 없으며 그 격리 절차 또한 그러하다. 이는 항밈적 성질이거나 정보재해적 성질일 수 있다. 하지만 꿈속에서는 이 정보를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며 새로운 격리 절차를 수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성질은 SCP-843-KO를 이해할 때 습득할 수 있는 정보로 보이는데, 유정혁 박사가 별도의 내/외상 없이 그 경계를 이해하고 있음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록: 의료 진찰 #1

우리 기지 모든 인력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기 때문에 유정혁 박사의 소식은 의료진으로선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혈압만 조금 높았을 뿐, 지병이 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심리검사 진단도 마찬가집니다. 무언갈 숨기고 살아왔다고는 생각도 못 했지요.

brain-1.png   brain-2.png

지금 보이시는 건 유정혁 박사의 뇌 활동 사진입니다. 유별나시게도 지금도 꿈을 꾸고 계시죠. 더 특이한 점은 논렘수면을 거의 거치지 않는단 겁니다. 보세요. 지금도 안구운동을 관찰할 수 있죠. 이외에 밝혀낸 건 거의 없습니다. 제게나 연구원분들께나 힌트가 될 정보였으면 좋겠군요.

의료반은 유정혁 박사의 의식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소식은 찾아올 겁니다.

제04K기지 의료반 최예서 박사


부록: 실험 기록 #1

외부에서 백업파일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수면변칙부서 제1과장 라은희

유정혁 박사가 남긴 정보가 매우 적은 탓에 그 위험성과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뿐더러 무엇을 지목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제약이 됨. 무언가를 찾아 격리 절차 수립에 성공한다 한들 그것이 경고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기 때문.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이 많기에 수면변칙부서는 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수면 파일에 접근할 팀을 편성하였음.

수면변칙부서 제2과장 김주형

피실험자: D-3009

서문: 제04K기지에 구비된 해석 스캐너에 유정혁 박사가 남긴 백업본을 연결한다. 피실험자는 1시간 동안 수면 실험을 진행하고 경험한 것을 보고한다.

결과: 진입 직후 D-3009는 쇼크사로 사망했다. 실험 중단 논의가 일었다.


부록: 실험 기록 #2

피실험자: 랜디 해밀턴 요원3, 안나 최 요원4, 현철 연구원5, D-3010

서문: 수면변칙부서 제3과 현철 연구원의 자원으로 실험이 재개되었다. 현철 연구원은 유정혁 박사와 사적으로 깊게 유대했던 직원이며 강릉 해변의 ███펜션을 추천한 것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현철 연구원은 담당 과장의 만류에도 참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실험은 승인되었다.

이러한 사실과 함께 일정이 공개되자, 실험#1 지원을 거절했었던 기동특무부대 오미크론 로(“드림팀”)에서 메일을 보냈고 인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 역시 승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실험은 1일 연기되었다.

제04K기지에 구비된 해석 스캐너에 유정혁 박사가 남긴 백업본을 연결한다. 피실험자들은 1시간 동안 수면을 진행하고 경험한 것을 보고한다.

결과: 진입 직후 현철 연구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쇼크사로 사망했다. 두 요원은 인지 저항 수치(CRV)가 가장 높았음에도 이러한 결과를 보였다.

실험이 종료되자마자 현철 연구원은 눈부심을 호소했고 연구실 조명이 모두 꺼져도 고통스러워했다. 이는 참관 중이던 허경욱 과장이 안대를 가져다주면서 일단락되었다. 의료진은 시신경에 과한 전기적 충격이 원인일 것이라 진단했고 이외의 별다른 이상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

오미크론 로는 협조를 중단했다.


부록: 면담 기록 #2-1

면담자: 수면변칙부서 제3과장 허경욱

피면담자: 연구원 현철

[기록 시작]

현 연구원: 시작하면 될까요? 제04K기지 수면변칙부서 제3과 현철 연구원입니다. 반갑습니다.

허 과장: 철 씨, 나에요. 3과장.

현 연구원: 아 과장님! 죄송합니다. 안대 쓰고 있으라 하셔서… 의료진분이요.

허 과장: 보자. 눈부신 거 말곤 뭐 없지요?

현 연구원: 예. 당장은 그렇습니다.

허 과장: 몸 상태는 됐고. 지금부터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들. 모두 말해주면 돼요.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합시다.

현 연구원: 예, 음. 처음 느낀 건 꼭 전형적인 '꿈' 같은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공간이랄지, 분위기라던지요.

허 과장: 자세히 말하자면?

현 연구원: 처음 입몽하고나서 한참을 뒤척였는데, 실험하겠다고 지원한 주제에 잠에도 못 들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민망해하고 있는데 주위가 워낙 조용하니까. 혹여나 싶어 일어나보니 꿈이었던 거죠. 이미.

허 과장: 일어난 곳은 어디였나요.

현 연구원: 우리 연구실요. 자던 곳에서 깨는 거죠. 완전 흔한 류. 주목할만한 점은 연구실이 부서장님 시간에 멈춰있었단 겁니다. 휴가 나가시기 전 모습이었죠. 정수기도 교체되기 전 제품이었고, 공동 달력에도 뭐가 덜 표시되어있달지.

허 과장: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현 연구원: 아… 그 요원들이랑 D계급은 없었습니다. 그 말고 다른 사람이라면 복도로 나가려 할 때 봤어요.

허 과장: 기지 사람들이 있었나요.

현 연구원: 아뇨, 예. 유정혁 부서장님을 봤어요. 연구실에서 나가려는데 문고리가 안 돌아가길래 고개를 돌렸더니 배경이 옥상으로 바뀌었어요. 휴가 전날에 거기 같이 있었거든요. 한 편에서 부서장님과 그 옆에 서 있는 제 뒷모습을 봤어요.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짧은 한숨) 직접 듣지 않아도 무슨 얘길 하는지 알 수 있었죠.

허 과장: 이런, 펜션 이야기.

현 연구원: 맞아요.

허 과장: 철이 씨 잘못 아닙니다. 애초에 누굴 탓할 문제도 아니고.

현 연구원: 머리로는 이해해요.

허 과장: 그래, 뭐. 후딱 끝냅시다. 뭔가 주목할 만한 건 없었는지 말해주세요.

현 연구원: 부서장님은 대화를 끝내고 옥상 바깥으로 걸어갔어요. 허공을 그냥 쭉 걸었죠. 저는 그냥 서서 지켜봤어요. 점처럼 작아질 때까지 그냥… 멍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벌떡 깨는 느낌을 받았죠.

허 과장: 깼다고요?

현 연구원: 아뇨, 아뇨. 그러니까 헛깨기6를 겪은 거죠. 새 꿈으로 이어졌는데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는… 잘 모르는 직원분 하나랑 면담 자리를 갖게 됐어요. 모른다기보단 얼굴 모습 이미지가 완전히 뭉개진 것처럼… 이 부분은 회상하기 힘드네요. 뭣보다 정말 꿈인지도 몰라서.

허 과장: 무슨 대화를 나눴나요?

현 연구원: 확실히. 무언갈 물어보고 무언갈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기억이 안 나요. 다른 건 다 생생한데도. 어쩌면 이 점 때문에 부서장님이 아무한테도 말 못 했던 걸지도…

허 과장: 무언가가 기억이나 정보를 훔치려 하고, 그걸 막기 위해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었다?

현 연구원: 그거죠! 헛깨고 난 꿈은 진짜 놀랄 만큼 정교하니까.

허 과장: 그런데 그러면, (잠깐 침묵) 지금 현철 씨는 무얼 믿고 이걸 나한테 다 털어놓고 있는가? 그런 지적을 할 수밖에 없네요.

현 연구원: 예?

허 과장: 그냥 확신인지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현 연구원: (긴 침묵) 그냥… 확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 과장: 이미 정보 몇 개는 넘어갔다고 말했죠. 그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경솔하지 않습니까?

현 연구원: 죄송합니다. 과장님.

허 과장: 현철 씨. 지금은 좋건 싫건 격리 절차 수립팀의 선두가 된 겁니다. (짧은 침묵) 대책을 마련해야겠군요.

현 연구원: 예, 과장님.

허 과장: 이러면 면담 진행이 안 될 텐데… 서로만 알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건 어떻겠습니까?

현 연구원: 그건… 아무래도 유정혁 부서장님이나 제가 그 개체한테 뭘 알려줬을지 알 수 없어서요.

허 과장: 확실히 그렇군요. (짧은 침묵) 그렇담 철이 씨는 혹시 체스 좀 둘 줄 아는지?

현 연구원: 체스요? 엄, 어떻게 옮기는지도 모릅니다.

허 과장: 잠시.

허 과장, 자리에서 일어나 면담실에서 나간다.

잠시 후, 허 과장 들어온다.

허 과장: 무지가 우리의 무기다. 영화 명대사에요.

허 과장, 체스판 세팅한다.

현 연구원: 체스 두는 거에요? 전 눈도 가리고 있는데.

허 과장: 꿈 속에 나올 가짜 나는 체스 대회도 못 나가봤을 테니까요.

현 연구원: 와.

약 20분간 허 과장이 현 연구원에게 체스 룰을 가르친다. 현 연구원은 손 감각으로 말 모양을 익히고 왼다.

면담 중 체스 게임이 진행됐고 두 게임 모두 현 연구원이 패배한다.

허 과장: 체크메이트.

현 연구원: 너무 하십니다.

허 과장: 너무하긴! (웃음소리) 이게 이제 우리 검증 방식이 될 겁니다. 죽을 각오로 싸우세요. 초장에 안 끝나고 비벼지는 순간 내 실력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현 연구원: 명심하겠습니다.

허 과장: 자, 면담이나 이어갑시다. 그래서 그놈한테 질문을 받고 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현 연구원: 그게, 이상함을 눈치챈 부분이 있었는데. 그 면담자라는 사람이 약간 사적인 질문도 했었어요. 그게 저랑 관련된 내용이었다면 그냥 말했을 텐데. 그 질문은 좀…

허 과장: 무슨 질문이었길래?

현 연구원: '그 펜션엔 왜 갔느냐' 하고요.

허 과장: 그게 뭐- 아, 됐습니다. 넘깁시다.

현 연구원: 처음엔 빙빙 돌려 말하다가 그냥 질문을 회피하듯 넘겼어요. 그러더니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졌죠. 그 직원이 갑자기 불같이 성을 내더라고요.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요. 그냥… 그 자리의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고 어색하던 것 같은 느낌. 뭉개진 얼굴 모양도 그제야 보였죠.

다 가짜란 걸 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마자 온 사물이 뭉개지듯 흐려졌고… 그리곤 벽도 바닥도 사라졌어요. 땅속으로 꺼지듯 저는 끝없이 떨어졌고… 온통 새하얀 빛만 가득해질 때까지요. 어찌나 밝았는지 제 손발도 안 보일 지경이었고, 눈을 감아도 뜬 것이랑 다를 바가 없었어요. 제가 소리 지르기 시작하니까 온 방향에서 각기 다른 비명이 들렸어요. 그리고 그중에는 부서장님 비명도 있었어요. 확실히 들었어요.

허 과장: 으음.

현 연구원: 보고 들은 건 이게 다예요.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답답합니다.

허 과장: 알겠어요. 오늘은 이만합시다.

현 연구원: 과장님. 실험 시간을 혹시 더 늘릴 수는 없을까요?

허 과장: 건의해보죠.

[기록 종료]


부록: 실험 기록 #3

피실험자: 현철 연구원, D-3011 (자각몽 경험 많음)

서문: 제04K기지에 구비된 해석 스캐너에 유정혁 박사가 남긴 백업본을 연결한다. 피실험자는 2시간 동안 수면을 진행하고 경험한 것을 보고한다.

결과: 진입 직후 D-3011은 쇼크사로 사망했다.

현철 연구원에게서 스트레스 수치가 크게 측정되었으며 눈부심과 두통을 호소하였다. 안대 대신 짙은 선글라스가 지급되었다.


부록: 면담 기록 #3-1

면담자: 수면변칙부서 제3과장 허경욱

피면담자: 연구원 현철

[기록 시작]

허 과장: 안정을 취하는 게 우선일 텐데. 좀 괜찮나요?

현 연구원: 예, 과장님.

허 과장: 체스는 잘 두고 왔나요.

현 연구원: (답이 없다.)

허 과장: 발설할 수 없는 걸 본 건가요?

현 연구원: 그렇다고 해야 할지. 그냥… 모든 게 다 혼란스러워요. 지금은.

허 과장, 체스판 세팅한다.

허 과장: 역시 뭔가가 더 있다라.

체스 게임이 진행되었다. 현철 연구원이 패배한다.

현 연구원: 꿈에서 그건 통했어요. 과장님이 갑자기 체스 말고 바둑을 둬보자더군요.

허 과장: 바둑이라.

현 연구원: 바둑. 부서장님이 별나게 좋아하죠. 그래서 알아챘어요. 함정인 거.

허 과장: 그러고는요? 그냥 똑같았는지.

현 연구원: 바닥이 무너졌고-

허 과장: 흰 공간으로 떨어지고?

현 연구원: 제가 들은 게 확실한지 모르겠어요. 아니, 그냥 보고 겪은 것들 다. 그 꿈 자체가 저는…

현 연구원, 머리 싸맨다.

허 과장: 당장은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현 연구원: 예, 그렇게 해주십시오.

허 과장: 다음엔 나도 들어갑니다. 해결책을 모색해봅시다.

[기록 종료]


부록: 실험 기록 #4

성공 사례가 있다지만 벌써 이 실험으로 죽은 머릿수만 다섯입니다. 저는 누군갈 더 들여보내는 일이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건 도박 말이에요. '익숙지 않은 피험자는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요? 특무부대원 둘은 변칙 꿈이나 인공 꿈에도 수십번을 다녀온 장본인들입니다. 그런 반면 현철 연구원은요? 지금까지 희생된 피험자 중에서 CRV도 가장 낮습니다. 해석 스캔 경험요? 작년에 두 번 했네요.

제1과의 대표로써, 어쩌면 한 사람의 망상일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우스워 보입니다.

수면변칙부서 제1과장 라은희

이해합니다. 진행되는 실험조차도 어느 하나 갈피 잡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은 분명히 하고 싶군요.

우리 과 현장팀이 보고한 내용입니다. 유 부서장님이 쓰러지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강릉시 민간인 세 명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합니다. 물론 단 세 명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 그 환자들 뇌 활동은 부서장님 상황과 놀라울 만큼 닮았습니다. PoI 분류를 건의하기 전에 사실 검증 때문에 현장팀이 파견 중이고요. 적어도 제3과는 이것이 전지구적 파급력의 첫 징조라고 보고 있습니다.

통계적 오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끼워 맞추기식 조사라고 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망상이라 치부하기엔 주목할 점이 많고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그러니 부디 무례스런 발언은 거둬주십시오.

수면변칙부서 제3과장 허경욱



수면변칙부서 제1과장 라은희

1, 2, 3과는 인수인계서의 '익숙지 않은 피험자'라는 표현이 다소 두루뭉술하며 모순도 있음을 확인함.

제2과는 그 뒷문장 '가능하면 우리 연구원들을 배치해주십시오.'에 주목했는데, 어쩌면 실험 가능 대상이 수면변칙부서 인원으로 제한되는 화이트리스트식 장치가 마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기존과 같은 실험을 확장하기엔 장애가 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제안함.

제2과는 백업본 파일을 분석하는 대신 해석 스캐너가 작동 중일 때 기능하는 고주파 메커니즘을 수집했는데, 새로 개발한 검증법이 효과를 보인다면 피험자가 백업 파일에 1초 미만 단위로 접속하여 유해한 인자는 피하고 참가 가능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것임. 화이트리스트의 존재 여부와 그 기준을 판단하고자 익일 실험 예약을 요청함.

수면변칙부서 제2과장 김주형

승인합니다.

제04K기지 연구이사관보 안영길

피실험자: 현철 연구원, D-3012, 제2과장, 제3과장, 정안기 연구원, 최예서 박사, 격리이사관보

서론: 피실험자는 20ms 미만 동안 해석 백업본에 접근한다. 제2과는 실험 결과를 분석한다.

결과: 양식은 다음과 같다. (피실험자 ─ 적합 유무, 비고)


현철 연구원 ─ 적합

D-3012 ─ 부적합

제3과장 ─ 적합

제2과장 ─ 적합

정안기 연구원 ─ 부적합7

최예서 박사 ─ 부적합8

격리이사관보 이대훈 ─ 부적합



정황상 실험 가능 여부는 수면변칙부서 인원으로 한정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 기준은 5월 29일 이전이다.


부록: 이사관 공지 #5

친애하는 04K기지 직원 여러분!

수립된 절차를 따르는 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련되지 않았을 때는 언제나 고통이 뒤따릅니다. 변칙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희생이 뒤따르지요. 필연적인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하지만 당부하십시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자 위치에서 힘써온 덕에 우리는 큰 사고 없이 강원 일대 정상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를 100%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바삐 일하는 만큼 장막과 안전이 두꺼워짐을 이해하고 체감하려는 마음가짐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신년사에서 밝혔다시피, 우리 대한민국 기지 중 어느 하나라도 제 작동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국가적 재난, 크게는 범세계적 재난이 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위협이 그렇습니다.

수면변칙부서는 안타까운 사고로 리더를 잃었습니다. 유정혁 박사가 눕게 된 지도 일주일이 지났고, 의료반은 부정적인 전망을 예고합니다. 물론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겠지만 불확실한 기적을 믿고 경각심을 잃는 것은 더더욱 안 됩니다. 정상성이란 저절로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직원 여러분. 이사회 만장일치로, 이 시각부터 수면변칙부서는 최고 선임자인 제3과장 허경욱 박사가 맡게 되었습니다. 이취임식을 열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생략되는 행정적 절차는 많겠지만 우리 직원들 모두 새로운 리더, 허경욱 부서장을 반갑게 맞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진심을 담아, 신뢰합시다.

제04K기지 이사관 강윤상


부록: 실험 기록 #6

피실험자: 수면변칙부서장 허경욱, 현철 연구원

서론: 제04K기지에 구비된 해석 스캐너에 유정혁 박사가 남긴 백업본을 연결한다. 피실험자는 2시간 동안 수면을 진행하고 경험한 것을 보고한다.

결과: 허경욱 박사와 현철 연구원은 눈부심을 호소했다.


부록: 제목 없음 #6-1

(편집 미완료) 이 단락은 음성 인식 녹음 장치에서 자동 게시되었습니다.


목소리 A: 됐나요?

목소리 B: 켜진 것 같네.

(한숨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1분 이상의 공백)

목소리 B: 됐다. 시작합시다.

목소리 A: 예, 부서장님.

(1분 이상의 공백)

목소리 A: 부서장님이란 호칭 되게 어색하네요.

목소리 B: 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5분 이상의 공백)

목소리 B: 끝났네요.

목소리 A: 워. 고생하셨습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A: 그런데… 이제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목소리 B: 현철씨, 굳이 보고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목소리 A: 그래도…

(짧은 진동음)

목소리 B: 잠시만요. 곧 오실 분이 있습니다.

목소리 A: 누가 오신다고요?

목소리 B: 네. 연구원님 현실검증은 마쳤지만 저도 검증이 필요하니까요.

(노크하는 소리)

목소리 A: 아하.

(문 열리는 소리)

목소리 B: 들어오세요. 이사관님!

목소리 C: 자, 반갑습니다들.

목소리 A: 이사관님?

목소리 C: 아이고, 앉아 계세요. 오버 마시고.

목소리 A: 앗, 예.

목소리 C: 바둑판이랑 돌 가져왔네. 지금 녹음 돌아가고 있는 건가?

목소리 B: 네. 한 게임 두기 전부터 켜놨네요.

목소리 C: 부서장, 행정 친구들 너무 고생시키는 거 아냐? 결국 불필요한 내용 제거라고 수정칠 텐데!

(웃음소리)

목소리 B: 한 판 하시겠습니까?

목소리 C: 가지, 이게 몇 년 만이야.

(달그락거리는 소리)

(20분 이상의 공백)

목소리 A: 전 이사관님이 바둑 잘 두시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웃음소리)

목소리 C: 현철이는 몰랐나 보네. 내가 거들먹거릴 수 있는 인생 업적 중 하나가 바둑 대회 수상 경력이야.

목소리 B: 저는 상대도 안 되지요. 우리 기지에 실력자도 몇 없으니. 이거 끝 볼 것도 없네요. 제가 졌습니다.

목소리 C: 수를 보면 사람이 보인단 말이 체감되지 않나.

목소리 B: 그러게 말입니다. 종종 뒀어야 했는데.

목소리 C: 자, 놀이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날 새기 전에 면담은 끝내야지.

목소리 B: 암요. (짧은 한숨) 그런데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목소리 A: 부서장님,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목소리 B: 음, 네네. 그렇게 하세요.

목소리 C: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뜸을 들여?

(짧은 침묵)

목소리 A: 이사관님. 지금 843 KO는, 다 사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요.

목소리 C: 잠깐, 지금 면담은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어. 주워 담을 순 없단 뜻이야. 정말 확신해서 하는 말인가?

목소리 A: 예. 확신합니다.

목소리 C: 그래.

(긴 침묵)

목소리 C: 설명 좀 해줄 수 있겠나?

목소리 A: 그 꿈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부터는 모든 게 이해되더군요. 그건 그냥… 열심히 코딩된 가상 공간일 뿐이었습니다. 유정혁 박사가 직접 꾸며놓은 곳이요.

목소리 C: 그렇다고 생각한 이유는?

목소리 A: 미완성된 작품이었거든요. 문고리를 잡으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특정 시간이 되면 어떤 이벤트가 발생하고, 알고 나면 정말 허술한 장치들이었죠. 사용된 비명소리는 가끔 중복됐습니다. 결정적으로… 무료 음원 공유하는 웹사이트에서 제가 들었던 거랑 같은 음원 파일을 찾기도 했습니다.

(웃음소리)

목소리 C: 그래, 이런 우라질 새끼. 알았네. 그런데 왜 바로 보고하지 않았지?

목소리 A: 그냥… 제 판단을 믿을 수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유정혁 박사의 안위가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목소리 C: 그렇지, 그렇게 되면 애써 되살려낼 이유가 사라지니까…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목소리 A: 예. 유 박사님은 정확히 이런 상황을 노렸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던,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목소리 B: 재단이라는 최고의 보험을 든 셈이죠. 실제로, 지역사령부에 의료용 변칙 개체 요청문도 보내지 않았습니까?

목소리 C: 자네 말이 맞네, 부서장. 그럼 현철이, 지금은 보고하는 이유가 뭔가?

목소리 A: 예?

목소리 C: 묻는 말 그대로야. 이제 가망 없다 소리 나오니까 말할 수 있게 됐나? 아님 믿는 구석이라도 있었냐고.

목소리 A: 그냥… 그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긴 한숨)

목소리 C: 모아둔 증거물은 있나?

목소리 A: 만약… 증거를 확보할 방법이 필요하다면 ADRX-3969 기지에 기술 협조를 요청하면 수월할 것 같습니다.

목소리 B: 지금은 없다는 말이죠?

목소리 A: 예. 아직은 없습니다.

목소리 C: 좋아.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 일이 더 쉬워지겠군.

(노크하는 소리)

목소리 D: 이사관님, 의료반 최예서 박사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목소리 C: 들어와.

(문 열리는 소리)

목소리 C: 부서장, PC에서 찾은 건 어떻게 됐나?

목소리 B: 전부 삭제했습니다.

목소리 D: 어머, 안녕하세요. 부서장님.

목소리 B: 또 뵙네요, 예서 씨.

목소리 A: 잠시만요, 이 사람들 누구… 윽.

(쿵 하는 소리)

목소리 D: 꽉 좀 잡아주시겠어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A: 뭘… 뭘 삭제했다는 말이에요. 저한테는 왜 이러시고요!

목소리 C: 저 녀석 힘 좋은 것 좀 봐.

목소리 B: 인수인계서 원본 말이에요, 철이 씨. 유 박사는 이걸 몇 년째 준비해왔더군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C: 깡다구는 좋아도 여기까지 내다볼 머리는 없는 자식이었군.

목소리 A: 치워, 썅!

목소리 D: 따끔해요.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B: 철이 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배짱도 좋고 유능하죠.

목소리 A: 난…

목소리 B: 그런 철이 씨에게 부족한 것은 의리와 신의입니다. 상사를 찌른다니요.

목소리 D: 접종 완료.

목소리 A: 이해할 수가… 왜… 가망도 없는 사람을…

목소리 C: 왜 감싸도냐고?

목소리 B: 그 반댑니다. 철이 씨, 유 박사는 안 돌아올 겁니다.

목소리 C: 우리라고 이런 결말을 바란 건 아냐. 기회도 줬는걸.

목소리 D: 기회는요. 한 번 찔러본 새끼가 내 등은 가만두겠어요?

(웃음소리)

목소리 C: 끌고 나가주게. 부서장은 격리 절차 수립 준비하고.

목소리 B: 네, 이사관님.

(쿵 하는 소리)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C: 우리 성환 씨가 고생 좀 해줘야겠네.

(문 열리는 소리)

(통화 연결음)

목소리 E: 예, 04K 데이터센터 주성환 담당관입니다.

목소리 C: 주성환 씨, 바쁩니까?

목소리 E: 별일 없습니다. 이사관님. 무슨 일 있으신지요?

목소리 C: 일없네요. 거기도 별일 없으면 843KO 문서 한 번 까 줘야겠습니다.

(짧은 침묵)

목소리 E: 보입니다. 찾았어요. 지금 저희 통화내역도 올라오고 있네요?

목소리 C: SCiP로 올라가기 전에 잘라주십시요.

목소리 E: 예이.

(달그락거리는 소리)

목소리 C: 우리 기지에선 안 통할 수작질이지.


연결이 끊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