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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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로운 음계가 벙커 안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젠장…피곤하다…"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찬장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남자는 찬장에서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식품을 꺼냈다. 그리고 끓는 물을 부어 커피를 타 마신 뒤 조촐한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여보, 일어났어?"

"어?"

남자는 갑자기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그것이 환청임을 자각했다. 청각적인 단조로움은 환청을 일으킬 수 있다며 남자는 환청을 무시하고 다시 스튜를 떠먹기 시작했다. 수저를 잡은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식사를 마친 남자는 침대 위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이 지옥같은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벙커는 자가발전기를 갖추고 있었으며 공기 또한 자동으로 필터를 걸러서 들어왔다. 온도는 생활하기에 적당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창고에는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쌓여 있었으며 총과 탄약 또한 있었지만 이 벙커 안에는 남자의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조로운 음계가 또 다시 벙커 안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으어어…썩을…아침인가…"

남자는 침대에서 기어나왔다. 남자는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 기계적으로 인스턴트 식품을 뜯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사과가 먹고 싶었으나 가을이 아니면 불가능했고, 가을이라도 극히 운이 좋아야만 신선한 사과를 맛볼 수 있었다.

"쯧. 이제 슬슬 식량을 구하러 나갈 때가 되었나…"

남자는 벙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위험한 것도 있지만 벙커 밖으로 나가면 그 저주받을 "금이 간"하늘을 봐야 했기 때문이며, 남자-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인간을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방독면을 점검했다.(밖은 가끔 평행 우주에서 온 유독성 분진이 날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방독면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자신의 권총과 소총을 점검했다.(평행 우주와 이곳의 생물이 융합하여 위협적인 생물로 변이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다녀올게, 우리 아들."

남자는 서랍 위에 있는 한 남자아이의 사진에 가볍게 인사를 하고 벙커 밖으로 나왔다. 벙커 옆에는 이름없는 무덤이 둘 있었다. 남자는 지도를 챙겨 식량이 있을 만한 근처의 대형 마트를 찾아낸 뒤, 근처에 버려진 자동차들 중 작동이 되는 것들을 살펴보았고, 간단한 수리를 거치면 쓸 수 있는 스포츠카를 발견했다. 정비소에서 주워다 읽은 책이 이런 때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며 남자는 액샐을 밟았다.

"나 참… 전에는 이거 한 번만 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지금은 도로가 다 아작나서 그런가 더럽게 불편하네."

남자는 도로가 온전한 곳을 골라가며 약 삼십 분 동안 차를 몰아 목표로 했던 대형 마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자신의 소총과 권총의 상태를 점검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의 안은 매우 어두웠으며 어디선가 고기 썩는 냄새가 났다. 출입구 근처는 엉망이었으나 안쪽은 거의 멀쩡해 보였다.

"끼긱. 끽. 끼기긱."

건물에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서 귀에 거슬리는 금속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인간과 비슷하나 피부가 청회색을 띄고 이빨이 톱니바퀴처럼 변한 괴생명체가 쥐를 이빨로 으깨서 먹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광경에 피해가려 했으나 그것의 주변에 인스턴트 식품들이 수북히 쌓여있는 것을 보고 남자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죽이기로 생각을 바꿨다. 그는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한 뒤 그것의 머리를 노려 연속으로 발사했다.

"푸스스스스-"

괴생명체는 머리에서 형광색의 체액을 내뿜으며 쓰러져 먼지쳐럼 바스라졌다. 그것이 걸치고 있던 천조각에는 존 윌리엄이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씨발…"

남자는 이름표를 보고는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묵념했다. 그리고 인스턴트 식품들의 먼지를 털어낸 뒤 모두 차로 옮겼다. 오늘따라 유리같은 금이 그어진 녹회색의 하늘이 저주스러웠다.

남자는 차를 타고 시동을 걸려 하다가 차에 휘발유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아까 반은 남아 있었던 거 같은데…어디 구멍났나? 젠장, 그럼 벙커까지 걸어가야 되는데…"

남자는 차에서 내려 차를 살펴봤다. 그는 은밀하게 자신의 등 뒤에 드리운 어둠을 미처 보지 못했다.

"어?"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다짜고짜 머리를 후려갈긴 거지? 아니 그 전에 나 말고 살아있는 인간이 있었나? 머리가 울리고 혼란스러웠다.

바닥에 쓰러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흐릿한 시야로 한 남녀가 내 총과 식량을 들고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바닥이 붉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과 함께 내 명줄도 끝나겠지. 난 내가 굶어죽거나 괴물한테 찢겨죽을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내 아들도 사과를 참 좋아했는데…

남자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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