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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이라고?"

"적어도 한 달은 떠나 계셔야 합니다." 글라스 박사가 초조하게 클립보드 아래편의 비상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박사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사람은 기괴하리만치 다채로운 눈을 깜빡이며 (그는 눈동자가 원래 무슨 색이여야 하는지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다) 손에 든 분홍색 결과지를 자세히 읽고 있었다. "심리 검사를 해 본 결과 마지막으로 쉬신 지 몇 년은 지나신 듯합니다. 머리를 식히셔야죠."

"이미 갔다 왔다네. 이탈리아로 멋진 여행을 다녀왔네만." 클레프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술집에 갔었네. 재밌었지. 친구도 새로 사귀고." 스트렐니코프가 받아쳤다.

"MTF 대원 6명과 대상을 제거하러 가신 비밀 작전은 휴가가 아닙니다. 5주 동안 병원에서 내상 치료를 하신 것도 휴가가 아니고요." 글라스가 탄식했다. "들어보세요. 그냥 여행을 떠나시면 됩니다. 어디로 가서 뭘 하시든 상관없으니 딱 한 주만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고 지내보세요."

"그건 좀… 어렵겠네만." 클레프가 종이조각을 정확히 삼등분으로 접으며 말했다. "차라리 숨을 쉬지 말라고 하지."

"멍청해." 심리학자 건너의 다른 사람이 검사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체첸놈들이 너무 지쳐서 체첸인이기를 포기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야. 전쟁에 정시 퇴근은 없네."

"그러면… 최소한 지구 수호를 부차적인 과제로 둘 순 있으신가요. 정기 점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자동차도 만 마일을 달리면 정비가 필요한 것처럼, 두 분께서도 정비를 받을 때가 되신 겁니다."

"정비소에서 정비받을 수는 없는가? 아마 훈련 기지에 잠깐 가 있거나 아니면 현장에 나가서…" 클레프가 중얼거렸다.

"보드카를 마시면서 쉬어도 되나? 완벽한 러시아식 휴가가 될 걸세."

"안 됩니다. 야전도, 훈련도, 서류 작업도, 아무 것도 안 됩니다. 그냥… 쉬세요. 여러분께 주어진 휴가입니다. 그럼 즐거운 휴가 되십시오."

서사시의 결말이 나듯 문이 닫혔고, 복도에는 재단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두 남자가 교장실에 불려온 불량 청소년처럼 분홍색 종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인재개발부의 모든 지원직군 직원들은 칸막이친 자리에 앉아 애써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굉장히 멋진 정장을 차려입은 여직원 하나는 메모장에 주기도문을 절박하게 쳐넣고 있었다. 불경을 중얼거리는 직원도 있었다.

긴장감을 깬 것은 분홍색 결과지로 뒷목을 긁어대던 클레프였다. "그래서…" 그가 말을 꺼냈다. "올해는 브라질이 꽤 괜찮다고 들었는데."

공항 바는 에어버스나 보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려는 지친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긴 바에는 딱 두 자리가 남아있었고, 말없이 돌아다니던 스트렐니코프와 클레프가 자리를 차지했다. 둘은 바텐더와 두 시간 동안 비행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던 옆자리 사람에게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음은 어찌 보면 당연했는데, 우선 태도가 거만한데다 특이한 옷차림을 했기 때문이다. 스트렐니코프는 녹갈색 군복에 정모를 쓰고 있었고, 클레프는 매춘업 종사자들의 음란한 모습이 화려하게 칼라 인쇄된 하와이안 셔츠 차림이었다.

그들의 성격은 각자 주문한 술에서 잘 나타난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머리가 떡진 바텐더가 클레프를 가르키고는 그를 쳐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주문을 받았다.

“봄베이 사파이어 마치니, 흔들진 말고 저어서. 얼음은 두 조각만, 진이랑 베르무트는 6대 1로 맞춰주시고, 올리브 두 조각, 양파 하나. 그리고 베르무트를 망치면 저주받을 겁니다.” 바텐더는 잠시 벙쩌있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트렐니코프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드릴까요?”

“보드카.”

“뭘 넣어드릴까요?”

스트렐니코프는 그를 기분나쁜 듯 쳐다보며 말했다. “…얼음.”

“선호하시는 브랜드는 없으신가요?”

드미트리는 굳은 눈빛으로 주먹을 바에 내리치며 말했다. “얼음 넣은 보드카.”

주문한 술이 나왔고, 곧 분위기가 밝아지고 둘의 혀가 풀려갔다. 잔이 한 바퀴 돌았을 때, 둘은 활기차고 그들다운 대화를 시작했다.

“드미트리. 좋은 술은 부드럽다네. 한 모금만 머금어도 풍미와 향기가 조화를 이뤄 숨을 앗아가지.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손길이자, 손에 들고 있으면 내가 상류층 자식이라는 걸 보여주는 징표라네.”

“술? 클레프 밬사. 술은 지위나 계급의 상징이 아니야. 술을 마신다. 취한다. 더 마신다. 한계가 온다. 어느새 술이 깨있다. 이게 다야.”

“…전혀 알아들은 것 같진 않군 그래.”

계속 이어지던 둘의 활기찬 대화는 점차 주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괴상하게 차려입은 두 남자가 서로의 기호를 비방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바라봤던 것이다. 빈 보드카와 마치니 잔 탑이 높아졌고, 논쟁은 사그라들고 둘은 괴상한 것에 대한 행복하고 가족적인 대화로 옮겨갔다.

“직접 얼굴을 보고 죽이고 싶었다네. 그래서 저격수들더러 사격 중지를 명령한 거지. 잘 들어봐. 내가 이렇게 그놈 뒤에 다가가서…“ 클레프는 손동작으로 설명했다. “얼굴을 권총으로 내리쳤어. 그런데 그놈이 칼로 나를 찌르는 바람에 온갖 난리가 일어났고, 뭐 어쩌다 보니까 몇 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던 적이 있지. 재밌었다네.”

“탱크로 서른 명을 깔아뭉개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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