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공호
2. 급강하
수능 끝나고 제대로 작업하겠습니다..
일련번호: SCP-901-KR
등급: 안전 (safe)
특수 격리 절차: 잔디와 흙 패드로 대상 입구를 가려 주변 지형과의 분간을 어렵게 한다. 가장 가까운 재단 관측소와 연계되는 카메라, 철조망을 설치해 일반의 접근을 감시해야 한다. 이상의 조치에 더해, 미승인 인원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한 소대 규모의 보안 인원이 주방위군으로 위장, 상시 주둔할 것이 요구된다.
설명: SCP-901은 로렌시아 순상지의 오타와 강 북방, [편집됨] 지역에 위치한다. 인근의 가장 가까운 마을과도 얼마간 떨어져 있어, 주변의 인적은 드물다. 대상은 견고하고 단순하게 설계된 지하 방공호로, 녹슨 철제 사다리로 외부와 연결된다. (성인 기준) 최소한 12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음은 알 수 있으나, 미약한 광원만이 유입되기 때문에 안쪽 벽면의 어두운 공간 너머가 얼마나 깊숙히 이어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부록 901-B 참조)
지하 6m의 비교적 깊은 곳에 대상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 존재 자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실제 깊이는 수시로 달라지며 그 오차는 대개 2m 에서 5m 정도로 근소하게 나타난다. 오차의 정도는 악천후 때 더욱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처럼 위상수학적으로 불안정한 대상의 소재가 그 고유의 변칙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일대의 공간 붕괴, 혹은 광범위한 [편집됨]를 초래한 일은 아직까지 없다. 수차례의 구조 시도와 지진파 검사 역시 대상의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실패로 귀결되었다.
대상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인간 개체에 그들이 결국 누군가에 의해 구조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그 믿음에 침잠하게 만든다. 노출된 개체는 모든 정신을 이 맹목적인 희망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고, 그 상태로 머무른다. 이 사실은 재단이 대상의 존재를 처음 발견하고 수행한 몇차례의 구조 시도, 개체들에 대한 관찰을 통해 드러났다. 개체들에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기약없는 구조만을 막연히 기다리게 된다. 그들을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막는 어떤 종류의 힘도 발견되지 않았다.
작고 의미없는 움직임과 천장을 올려다보는 행동, 라디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쪽 깊은 곳의 어두운 공간에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청취하는 행동(음향의 존재는 지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나, 정확한 내용은 판독 불가), 그리고 몇마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 개체들로부터 관찰되는 행동의 전부이다. 그들이 중얼거리는 말은 주로 한두개의 단어이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 혹은 단편적인 정보들인데, 대체로 그들이 가진 구출에 대한 희망과 다소간의 공황 상태를 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됨]을 암시하는 언급이 현재까지 최소 3차례 이상 확인된 만큼, 장기간 군에 복무한 인원이 대상의 조사에 참관하는 데엔 다소간의 주의가 요구되며, 경우에 따라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재단 연구진에 의하면, 대상은 최소한 2███년 이상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최초 탐사에서 발견된 개체들 중 두명은 기원전 ██년부터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개체들에게 도달되지 못하거나 심하게 왜곡된다.
이하는 ██████████ 박사와 그의 조사팀의 약 네시간 남짓한 녹음 내역 중 의미있는 부분만을 발췌, 기술 한 것이다. 조사팀이 대상 내부에 잔류하게 된 D계급 인원들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그들을 비롯한 개체 모두는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록 시작>
1:15:21 -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
2:06:16 - "본대가 멀지 않은 곳에서 오고 있다고 하인리히가 말했어"
2:21:35 - "제바스티안. 강아지를 기어오르는 벽."
2:50:44 - [편집됨]
3:16:29 - "나를 곧 찾아뵙습니다. 내 이름은 하인리히야."
4:05:11 - ██████████ 박사가 실수로 손전등을 통로 아래에 떨어트림. ██████████ 박사와 주변의 재단 인원들은 그 순간 거대한 굉음과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파열음의 진동을 느꼈다고 증언함. 그들은 굉음을 포탄의 작열음이 일제히 몰아닥치는것과 같으면서도 어딘가 더 '절망적인' 소리로 묘사했으나, 그 소리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4:05:13 - (개체들이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4:06:03 - "주님 제발 ██████████ ██████████ 는 안 됩니다"
4:06:11 - [데이터 말소]
4:06:18 - [데이터 말소]
4:07:20 - (██████████박사와 조사팀이 황급히 철수함.)
<기록 종료>
동프로이센의 쾨니히스베르크 남쪽 숲에서, SCP-901과 완벽히 동일한 형상의 지하 방공호가 발굴되었다. 정황 상 독일군 패잔병들이 이곳 주변에서 벨라루스 전선군 병력과 조우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방공호는 도로가 부재하고 교통이 용이하지 못한 곳에 위치해 있고 주변과도 거의 차단되어 있어, 누가 구축했는지, 구축한 이유와 그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방공호 내부에서 재단은 몇몇 물건들과 함께 메모 한장, 반쯤 망가진 라디오를 수거하였다. 이들 물건 대부분에서 열과 강한 압력으로 인한 손상이 발견되었다. 라디오는 당시의 보급형 모델로, 방공호의 한쪽 벽면에서 아래쪽으로 비스듬이 파내려지다 만 구덩이의 끝에 세워져 있었다. 구덩이는 어린 아이들이 일렬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깊이였고, 중간 중간 부목으로 지지되고 있었다. 수거된 물품들을 포함해 방공호의 어떤 부분에서도 변칙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메모와 라디오를 제외한 나머지는 소각됨. 라디오의 수리 가능 여부를 재단이 판단하고 있다.
(벙커 내부에서 발견된 메모. 작성자 미상)
네멘 강 하류의 우군 방어선이 무너졌음. 붉은 군대의 후발대가 이미 포메라니아를 제압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본대 (쾨니히스베르크에 고립된 부대가 유력) 로 보낸 전령은 소식이 끊겼고 남쪽에 흩어진 제대들과도 교신할 방법이 없다. 정찰에 의하면 단치히로 향하는 적 병력이 급증하고 있고 쾨니히스베르크의 상황도 위태로워 보인다 한다. 일대가 극도로 격렬한 폭격을 받고 있는데,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피난하지 못한 주민들의 수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증원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본대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
[검게 덧칠됨]
추가로 보낸 전령이 나흘 뒤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예하 부대는 북쪽의 쿠르트란트 방면으로 돌파해 우군에 합류하거나 소택지 외곽의 VA-8지점 (위치 알려지지 않음) 으로 재배치, 명령을 기다려야 한다. 금일부로 군사행동에 대한 권한 일체를 제바스티안 하인리히 소령 (소속 불명, 인적사항 미발견) 에게 일임한다. 네멘 강을 다시 지나게 될 경우 296 경보병사단 (전투서열에 존재하지 않는 부대) 의 잔존병들을 최대한 수습하도록 한다.
(여기서부터 필체와 어조가 바뀜. 메모의 주인이 아닐 수 있다.)
진노한 철의 파도가 지축을 흔든다 그 파도를 딛고 오른 불길이 [판독 불가] …무성한 초록의 고도에서 너는 작은 종말을 맞는다 너무 격렬해서 땅위에 내가 서 있는지 내가 땅인지 거꾸로 앉아 있는지 모르겠어 우린 너무 많이 선물받고 있고 이건 잡히거나 죽는 차원의 문제가 아냐 회색으로 입은 놈이랑 아이들 몇몇이 물건을 들고 도망갔지만 멀리 가지 못할거다 우린 이반과 싸우고 있던게 아냐
면담 대상: 구 브라운스베르크 주민 ███ ███████
면담자: ███████ 박사
머릿말: 면담 대상은 장년의 남성으로, 전간기와 대전 중순까지 지역 경찰로, 이후 동 지역의 보충병연대 소속으로 복무한 바 있다.
<기록 시작>
박사: 앉아주세요. 네. 저 숲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특별하지는 않아요, 전쟁 전에는 더 울창하고 넓어서 들락거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에는, 글쎄요. 도시로 가는 군인들도 좀 떨어진 길을 이용했고 우리도 그랬습니다.
박사: 숲속의 방공호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하셨습니까?
███████: 아뇨. 음, 하지만 그 숲으로 들어간 사람이 많아지긴 했죠. 마지막에, 러시아인들이 이곳에까지 왔을 때요. 미처 피난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엔 어째서인지, 삽을 든 수비군 병사 몇몇도 숲으로 들어갔어요. 후퇴하는 병사들도 가끔 같은 길을 택했습니다. 실수였겠지요.
박사: 계속하세요.
███████: 그래서… 네. 방공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누가 그런 곳에 방공호를 만들죠? 전 그때 마을에 남아 대전차호를 파고 있었는데, 아 네. 징발때문에요. 아무튼 우리 마을의 방공호는 교회 근처에 있었으니까요.
박사: 소련군이 숲에 온 적이 있습니까?
███████: 러시아인들이 도시를.. 그러니까 쾨니히스베르크를 에워싸기 시작할 때였어요. 간밤에 러시아 병사들이 숲속으로 들어갔는데, 아침까지 아무도 나오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에도 숲에서 간간히 비명이 들렸어요. 처음엔 여자들의 비명이었지만 나중엔 러시아인들의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마을은 우리쪽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러시아군이 숲으로 들어가는걸 본 이후 계속 분위기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 밤 갑자기, 급히 떠나야 한다며 우릴 재촉하더군요. 몸만 챙겨서 부랴부랴 마을을 떠나던 중 지붕이 무너지도록 요란한 굉음을 듣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숲 전체가 환하게 불타고 있었습니다. 이반들이 퍼부은 온갖 로켓과 포탄 따위가 그 위로 쏟아져내렸지요. 숲을 무너뜨리고 집어삼킨 불길의 광채는 자욱한 포연 너머에서 일렁대, 제겐 아득히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인 듯 괴이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자칫하면 포격이 여기에까지 미치겠구나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쩌면 허둥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불길 너머로 봤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박사: 좋아요.. 숲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 전혀요. …아뇨 사실은, 잘 모르겠네요. 최소한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이틀동안 마을을 떠나 소택지 주변에서 배회하다 병사들과 함께 돌아왔는데, 아무도 숲에서 나온 것 같지 않았습니다. 소방대는 참호를 마무리짓느라 바빴습니다. 그날 무장을 해제하고 기다리다가, 마을에서 러시아군에게 항복했습니다.
박사: 그 뒤로는요?
███████: 그게 전부입니다.
박사: 알겠습니다, 그럼..
███████: 아뇨, 사실은.. 그 주 내내 숲에서 비명이 들렸습니다.
박사: 면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록 종료>
(폴란드-벨라루스를 따라 이어진 조사에서) 신원 미상의 중년 남성이 자신이 '숲에 가장 먼저 들어간 병사들 중 하나였고 모든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으나, 그곳에서 전투가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은 독일과 러시아의 어떤 전시 문헌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