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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심각해.

날 차놓구는 무슨 말이신지.

나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멋쩍게 웃는 너를 바라보다가 다시 허공 저편으로 시선을 던진다. 나는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이미 알고 있다. 노련하고 뭐든 능숙히 해내는 멋진 선배인 네가 이런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사람 마음은 생각도 않는 사람인지를.

여긴 뭐하러 왔어요?

계속 석식 먹을 때 없길래.

언제부터 그걸 챙겼다고.

사실… 많이 챙기긴 했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방금 내뱉은 말의 반박이 계속 떠오른다. 오래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습관 역시 버려지지 않기 일수다. 내 행동도, 생각도, 마음도. 이젠 버리는 게 옳은데. 그래야 하는게 좋을 텐데.

오늘 석식은 먹었어요?

아니.

왜 안 먹고.

너 찾느라, 이 시끼야.

나는 대답 대신 네 입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가만 바라본다. 입은 굳게 다문다. 한 마디라도 했다가는, 입을 조금이나마 벌렸다가는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으니까. 그러니 입술을 깨물어야만 한다.

별빛이 흩날리면서 네 담배 연기와 맞물린다. 우리는 옥상에 와 있다. 옥상이라 해봐야 20층 정도밖에 안 되니 주변 수많은 고층 빌딩들에 견주어 봤자 턱없이 낮다. 그래도 추운 것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매섭다. 질척거리며 휘감기는 추위가, 숨을 턱 막히게하는 공기가 한 없이 매섭다.
그런데 매서운 게 정말 바람일까. 어쩌면 네 담뱃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후각을 괴롭히는 매운 냄새가 그닥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 옆에 번듯이 '금연 구역'이라고 쓰여 있는데도 피고 있는 네가 마냥 재밌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도 네가 하는 행동 하나에 즐거워지고 하는 내가 참 등신 같음에도. 담뱃내는…. 담뱃내가 문제일까?
아마 네가 원흉이겠지.

나는 문득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 더 높고 높은 곳, 고층 빌딩을 넘고 초고층 빌딩도 넘어서, 신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 옛 탑의 잔향을 밟고 서 있고 싶다. 나를 관찰하는 신의 눈길을 즐기고 싶다. 그럼 이 창피하고 어색한 이 심정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 적어도 네 존재가 느껴지지는 않을테니까. 적어도… 그때 내가 했던 말들, 그 어투, 네 반응과, 돌아서서 나오던 내 걸음걸이 하나 하나를 다시 되새길 필요는 없을테니까. 네 존재를 느낄 수 없다면.
그런데 그게 또 마냥 무서워진다. 네 존재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문득 두려워진다. 지금까지 내가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의 시야에 네가 있었는데, 이젠 그럴 일이 없다는 게… 무서움을 넘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궁금해진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목표에 네가 없다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너는 왜 여기 나와있는 걸까. 우린 말이 없다. 서로를 연결하는 적막이 너무나 견고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할까. 넌 내게 시선조차 던지지 않는다. 네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손발이 무겁도록 차갑다.

안 불편해요?

뭐가.

여기. 나랑 있는거.

아니, 불편해.

너는 잠깐 생각하다 답한다. 그 잠깐이 내 심장을 쥐어짜고 있었는데, 답은 아예 심장을 파내기 시작한다. 심장을 파내서 어디다가 쓰려고. 심장은 좋은 광물일까? 적어도 내 심장은 좋은 광물이겠지. 하루에도 수십 번은 더럽게 뜨거운 열과 더럽게 아픈 압력을 받았으니까. 아마 변성했겠지. 변성해서… 아름다운 보석이 되었을까?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네가 내게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해서, 그래서 네가 날 거부했을테니까. 그리고 지금 넌 날 불편해하고 있다.

네가 불편해하니까 나도 불편해하지, 임마.

나는 멋쩍은 웃음을 띄어보인다.

누구든 차이면 그 상대를 불편해할 수밖에 없거든요, 선배.

난 너하고 불편하게 지내고 싶지는 않은데.

연기가 가려서인지, 시야 속에 들어온 네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더 없이 수상쩍어 보이기도 한다. 너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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