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메가의 모래상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래봤자 하는 건 별 거 없지만
그냥 잡스러운 거나 써 볼랍니다. 소설이든, SCP든, 뭐든 말이죠. 별칭
식물화 바이러스,또는 기생충:엔트로피를 넘어서에서 제작한 식물화 바이러스,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세포 조직에서 발견되었다. 감염된 사람은 점점 둔해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한 식물로 변함.
되돌리는 바이러스:어떠한 물건에 "감염" 되면 그 물건을 점차 원래 재료로 되돌린다(예:플라스틱의 경우는 석유로, 아파트의 경우 철근과 콘크리트 덩어리로, 밍크 코트의 경우 밍크로) 사람에게 감염될 시 나이가 역행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
밀실 침략자:"밀실"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침입해 자기들의 왕국을 건설하는 작은 생명체들, 지금까지 수많은 밀실을 정복해 왔으며 왕의 명령으로 거대한 제국을 세울 것이라고 주장함.
고체 유영 어류:액체에 대해 고체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고체에 대헤 액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물고기들, 지면을 헤엄치고 있으며, 지상 동물들을 먹이로 삼는 경우가 많음.
벌레의 집: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벌레들이 살고 있는 집. 하지만 살고 있는 벌레들에겐 숨겨진 것이 있다.
병 속의 왕: 병 속에서 나타나며, 자신을 왕이라 주장하는 개체들
인간=돼지: 특정 표식으로, 이 표식을 본 사람은 가축들을 인간이라 인식하게 된다. 엔트로피를 넘어서 작품.
라디오: 지면에 놓이면 근처에서 각종 소음이 나는 라디오. 알고 보니 땅 밑의 사람들이 지상의 소음을 견디지 못해 지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것. 땅간소음.
전국 고라니 협회: 고라니를 지키자라는 명목으로 각종 고라니와 관련된 현상을 일으키는 단체. 정작 단체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고 사건만 발생하는 듯.
인간 개미: 인간을 개미집 삼아 기생하는 개미, 기생당한 인간들은 개미처럼 또 군체를 이루게 된다.
자신을 SCP라고 믿게 만드는 현상
재단 연쇄 격리 파기 사태, 나중에 SCP들은 다시 돌아오고 환불 사유가 O5에게 날라감.
언어적 무기.
무단 호흡 금지법
원균은 사실 외계인..?
재단을 숭배하는 단체
준은 그녀가 흡혈 행위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왼쪽 어깨를 가볍게 그녀 옆에 뉘였다. 곧 그녀의 뾰족한 송곳니가 준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준은 늘 그렇듯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행위는 둘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이고, 곧 그도 똑같이 해야 하니까. 준은 눈을 감고 자신의 혈액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을 찬찬히 음미했다. 연주하는 것처럼 언제나 신선한 기분이군.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준은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살짝 깨물었다.
"준…아파." 월이 눈물을 살짝 글썽이며 말했다.
"미안. 다음부턴 빨대로 할까?" 준이 실실 웃었다.
"그게 더 아프잖아!" 월은 가는 팔로 주먹을 꼭 쥐고 그녀만의 특제 주먹을 몇 방 날렸다. "그런 이상한 소리 하면 안돼."
준은 묘하게 그녀의 주먹이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이 미묘한 감각.. 준은 새로운 취향에 눈을 떠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던 거나 마저 하자."
"그럴까." 월이 대답했다.
그렇게 그의 피는 그녀가 되었고, 그녀의 피는 그가 되었다. 혈액 순환이 끝난 후, 준은 항상 입던 긴팔 대신 다른 옷을 입었고, 월은 늘상 입던 그녀의 신체 사이즈보다 월등히 큰 후드티를 다시 뒤집어썼다. 둘의 이 행위가 창작욕에 영향을 주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지 않다지만, 월은 피를 빤 후에는 늘상 담요를 뒤집어쓰고 의자에 걸터앉아 컴퓨터로 작곡에 들어가곤 했다. 준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서 며칠 전에 산 게임 패키지를 만지작거렸다. 플러그소프트 사의 게임은 확실히 재미있었지만, 최근 들어 준은 게임 자체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놈의 레벨업 알림 좀 뇌 속에서 끄게 해 줬으면."
"끝났다! 밥 먹으러 갈래? 나 배고파." 월이 헤드셋을 벗으며 말했다.
"귀찮은데, 방금 내 피도 배부르게 먹었으면서 또 밥 먹게?"
"넌 아직도 작곡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모르지? 작곡으로 빠져나간 내 차가운 에너지를 국밥의 뜨끈한 에너지로 보충해야 한단 말이야." 월은 준을 마주보지도 않고 빈정이 상한 듯이 후드를 푹 눌러썼다.
"지갑 사정도 고려해야지. 국밥도 더 이상 가성비를 논할 처지가 아니야. 지금 우리는 국밥보단 김밥천국이 더 어울린다고."
"으으.. 니가 이러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나도 내 비장의 무기를 써야겠네."
"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월은 준과 음반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난장판이 된 침대로 뛰어들었다.
"이번엔 또 뭘 할려고? 니 패턴은 이미 다 분석되어 있다?" 준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목소리는 평온했다.
월의 매끄러운 다리가 준의 허리 옆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월은 얼굴을 준에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며 미소지었다.
"이래도 안 먹을 거야?"
준의 심장이 매우 격렬하게 요동쳤다. 첫 공연을 월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 이후로 이렇게 심장이 뛴 것은 처음이였다. 준의 얼굴은 점차 월의 신체 접촉과 비례하여 빨개지고 있었다. 마침내 준은 월을 밀어내며 외쳤다.
"항복! 항복!"
"그럼 국밥 먹으러 가는 거지?" 월이 미소지으며 몸을 떼냈다.
"그래. 내가 졌다."
"너 참 이런 데 은근 약하다니깐." 월이 놀리듯이 웃었다.
몇 시간 후, 월과 준은 국밥집에서 배부른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준 이거 봐봐.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게 상당히 반응이 좋아." 월이 스마트폰 화면을 준의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이대로 쭉 가면 메이저 데뷔도 무리는 아니겠네."
"쇼미부터 나가고 그 소리나 해. 우린 아직 양지 스타일은 아니야. 언더그라운드는 언더그라운드답게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지. 언더에만 있다간 니가 예전에 그렇게 좋아했던 횟집도 못 가겠어.. 그 예전에 황보현욱 사장님이 하시는 데 있잖아."
"거긴 사장님이랑 요즘 연락이 안 되서 안 가는 거야. 우리한테 서비스 많이 주셔서 좋았는데, 요새 통 안 보이시더라고."
"왜? 사장님 되게 연락 자주 하시고 말 많으신 분 아니였나?"
"나도 몰라. 어디 잡혀가서 회 만드는 노예로 일하시고 계신 거 아니야?" 월이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준은 월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입을 다물었다. 최근 들어 준에겐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났다. 나오려던 말들은 점차 흐릿해져 파편이 되어 흩어지고, 기억들은 무뎌져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예전에 받은 그 실험 때문일 수도 있었다. 준은 마음속으로 심호흡해가면서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갔다.
"맞다. 까먹고 말을 안하고 있었네. 우리 앞으로 초대장이 날아온 게 있어."
"뭔데?"
"극단… 이라고 해야 할려나?"
"아! 생각났어. 그 말 존나게 꼬아서 하는 데 말하는 거지? 걔네가 보내는 글들 보면, 씨. 도대체 뭐라는 건질 모르겠어. "
"말을 존나게 꼰다니, 이게 다 시적 표현이라고."
"그래서 왜 극단에서 우리한테 초대장을 보낸 거야?"
"어.. 몇 년 전에 극단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어. 장진이라는 단장의 동생이 단장의 방침에 제대로 반기를 들고 극단을 갈아엎자고 선언한 거야.
일련번호: SCP-047-KO
등급: 유클리드(Safe)
특수 격리 절차: [격리 방법을 설명하는 단락입니다.]
설명: SCP-047-KO는 대한민국 전라남도 ███숲 내부에 위치한 여성의 시체이다. SCP-047-KO는 익사체와 흡사한 방식의 부패가 진행되어 있으며 오른쪽 팔과 두 다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어 있다. SCP-047-KO는 백골화 단계까지의 부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SCP-047-KO는 일대에 접근한, 혹은 근처에 머무른 사람에게 특정 현상(이하 SCP-047-A로 칭한다)을 일으킨다. SCP-047-KO와 SCP-047-A의 명확한 관계성과 발생 조건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SCP-047-KO-A는 사람 주변에 대상과 똑같은 외형을 지닌 시체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SCP-047-KO-A는 대상이 SCP-047-KO로부터 충분히 멀어지고 난 후(최소 기록 1km) 발생한다. 모든 시체들은 몹시 건조되어 있으며 유전적 형질 또한 피해자와 유사하다.
SCP-047-KO-A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발현 전 심각한 통증과 현기증을 느꼈고 목이 매우 말랐다고 증언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SCP-047-KO-A의 발현 후 피해자들 모두가 신체의 의복과 소지품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피해자들 전부가 이에 대한 원인을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SCP-047-KO-A의 영향을 받은 사람 37명 중 5명이 여전히 행적 불명 상태이다.
부록 047-KO.1: 면담 기록
면담 대상: ███, 재단 보안 전화를 이용해 면담을 실시함.
면담자: 조만식 박사, 방식은 면담 대상과 동일.
<기록 시작, [2003-05-16, 오후 3시 56분]>
조만식 박사: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면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제 말 들리십니까?
███: 잘 들립니다.
조만식 박사: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 아는 선에서 전부 대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만식 박사: 그쪽 거주민께서는 최근에 우리가 관리하고자 하는 구역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우리 사람들은 그 늪을 괴이한 곳이라 여겨 최대한 접근을 피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안 좋은 일이 있었거든요. 그 일 이후로 늪에 접근한 사람들이 모두 변을 당해서.. 지금은 아무도 가려 하지 않습니다.
너 때문이야.
조만식 박사: 그 "안 좋은 일"이란 무엇입니까?███: 그녀는 다섯 조각이 난 채로 그 늪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침묵했기 때문에, 그 늪에 갈 수가 없습니다. 무슨 해코지가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난 아직 그때 나한테 일어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조만식 박사: …무슨 말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중얼거리는 소리> 아, 죄송합니다. 제가 무의식적으로 말을 좀 두서없이 한 거 같습니다. 다시 말하겠습니다.
넌 사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
조만식 박사: 네. 천천히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전에 그곳에서 여자가 빠져죽은 적이 있습니다. 밤에 근처를 걷다가 그만 발을 헛디딘 모양입니다. 시체는 아직도 거기 있습니다. 섣불리 꺼내려는 사람도 없고 늪이라 시체가 뜨지도 않잖아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거짓말.
조만식 박사: 접근한 사람들이 모두 변을 당했다고 하셨는데,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끄윽거리는 소리> ..걔네들은 낚싯대는 들고 오지도 않았고 온 몸이 젖어 있는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습니다…그,그,그 새끼들은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계속 우리 집 문을 두드리면서 미친 놈마냥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는 사흘동안 혼자 집 안에 틀어박힌 채로 지냈습니다.
넌 아직도 네가 저지른 일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조만식 박사: 진정하세요. 누가 왔다는 겁니까?███: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아직도 늪 아래에 있습니다. 그 낚시꾼들의 등을 찢고 무언가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모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검은 눈들이전부 나 를향하고있었습니다. 소리는점점 더 요란해졌습니다.점점
조만식 박사: 여보세요?
███: <끄윽거리는 소리>
조만식 박사: 거기 무슨 일 있습니까?
███: <끄윽거리는 소리>
[통화는 이후 10분 동안 지속되었으나, 대답은 없었다.]<기록 종료>
면담 대상: [면담을 받는 누군가, 아니면 여러명의 누군가, 혹은 SCP 대상입니다]
면담자: 조만식 박사
서론: SCP-047-KO-A의 피해자에 대한 정보 수집.
<녹취 시작, [2003-05-03, 오후 1시 12분]>
조만식 박사: 무슨 일이 일어났었습니까?
김성민: 모르겠어요.. 숲 속에서 어떤 여자가 절 불렀습니다.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전 그 안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만식 박사: 그 다음은요?
김성민: 그 목소리는 그냥 한 번 들리고 말았지만, 뭔가 확신을 느꼈습니다. 이곳으로 가야만 한다는 그런 느낌 말이죠. 발바닥이 아플 때까지 계속 걷고 또 걸었습니다.
조만식 박사: 그래서, 무엇을 발견하셨습니까?
김성민: 그렇게 걷다 보니,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눈 앞에 있는 시체에서 나는 냄새였죠. 그녀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저는 그 여자 시체에 다가갔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심각한 상태로 썩어 있었지만 저는 무릎을 꿇고 그녀를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조만식 박사: 뭔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충동이 들었나요?
김성민: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그 시체는 분명 익사한 것처럼 물에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팔다리도 군데군데 떨어져나가 있었고요.
[필요할 경우 반복한다]
<기록 종료, [시간 정보는 선택사항입니다]>
결론: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면담 대상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짤막한 문장으로 적어주세요]
"자, 가시는 관객분들은 여기 적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겁게 감상해 주신 분들은 다음에 또 만나요!" 파초가 기타 케이스를 열며 힘차게 외쳤다. 케이스에는 금세 수북히 돈이 쌓였다. 파초는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실실 웃는 눈으로 돈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송은 그 모습을 미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파초, 너 미쳤어?" 그렇게 말하면서 송이 기타케이스를 잠갔다.
"왜? 이런 일 한 두번도 아니잖아. 우리도 먹고살려면 돈이 있어야지, 그리고 너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은근슬쩍 케이스나 챙기고 있구만 뭘." 파초가 마이크를 챙기며 답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 능력을 너무 과도하게 썼다는 생각 들지 않아? 관객들이 썅 나가면서 무슨 맹구처럼 입을 죄다 헤 벌리고 있던데. 두 명은 침까지 흘리면서 말이야." 송이 살짝은 화난 듯한 어조로 말했다.
"알겠어. 알겠어. 다음부터는 최대한 자제할게. 됬지?"
"아니 지금 그 말이 몇 번째야?!" 송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뒤에서 묵묵히 드럼과 다른 악기들을 밴에 싣고 있던 장과 아드레아가 하던 일을 멈추고 송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였기 때문에 둘의 관심은 곧 땅에 떨어진 불씨처럼 사그라들었다. 장과 아드레아는 다시 악기들을 밴에 싣기 시작했다.
파초는 송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조금 움찔했다. 송은 파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살짝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곧 그 마음을 접고 다시 파초에게 규칙을 상기시켰다.
"파초. 우리의 첫 번째 규칙이 뭐지?"
"절대로 능력을 함부로, 과도하게 쓰지 않는다."
"잘 알고 있는걸?"
"그야 이렇게 말한 게 한두번이 아니니까 그렇지." 파초가 능글맞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송은 그런 파초의 모습을 보고 당장이라도 악기를 집어들어 얼굴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뒤에서 장과 아드레아가 짐을 나르며 틈틈히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런 행동은 삼가기로 했다. 그 대신 송은 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각도에서 조용히 파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잘 들어, 파초. 다시 한번 더 관객들에게 능력 쓰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널 두들겨 팬 다음에 니 마이크랑 같이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그대로 갈 거야. 내 말 잘 알아들었지? 진심이야." 송은 눈을 부릅떴다.
파초는 그런 말을 하는 송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만 보였다.
"이번엔 진짜진짜 정말로 맹세할게. 약속." 파초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송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파초의 새끼손가락에 그녀의 것을 잡아 걸었다
"잘했어. 이제 빨리 가서 애들이 짐 나르는 거나 도와 주자. 둘이서만 지금까지 나르려니 고생했겠다."
"그렇게 힘들어 보이진 않던데. 우리가 좋은 기회 만들어 준 거 아냐?"
"계속 토 달면 규칙이랑 상관없이 그냥 길에 버리고 가버린다."
"미안." 파초의 표정은 묘하게 시무룩해 보였다.
"빨리 걷기나 해." 송이 그런 파초를 잡아끌며 말했다.
둘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 장과 아드레아에게 도착했다.
무대의 커튼이 불타오르는 채로 일렁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관객석의 관객들은 이미 빠져나간 지 오래였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몇 명만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대고 있었다. 무대 위는 그저 폐허라고 할 만했다. 바이올린들은 줄이 끊어진 채로 두동강나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다른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들도 모조리 망가진 채로 흐트러져 무자비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그런 폐허 속에서 극단장 알렉세이는 깨어났다.
알렉세이는 머리를 세게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에 잠시 동안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충격이 차츰 사라지면서 그제서야 그의 눈에 무대 위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렉세이는 일어나려고 했으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인 후 알렉세이가 처음으로 한 일은 옆에 널부러져 있는 그의 단원들에게 기어가는 것이였다.
단원들 전부 맥박이 없었다. 알렉세이는 겁에 질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자신은 분명 관객들 앞에서 공연 중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그 다음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알렉세이는 더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지끈거리는 머리가 그의 기억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알렉세이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려고 몸을 돌리고 있었을 때, 무대 위로 누군가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알렉세이는 도움을 요청하려고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알렉세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남자의 펄럭거리는 검은 코트와 이글거리는 눈빛이 매섭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가 땅에 흩어진 잔해들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무심히 터벅터벅 알렉세이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알파 센타우리 행성계의 주민들은 항상 두 개의 태양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은 기업들이 행성 곳곳을 장악한ㅡ특히 플러그소프트 사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프록시마 행성에서도 변함없다. 다만 엄청난 양의 새까만 매연이 하늘을 장악한 이후론 이 사실을 아는 이는 점점 줄어 가는 추세다.
올해로 해결사로 일한 기간이 17년째인 아르-레이스는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도 좋네."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낮고 깊은 목소리가 그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호로스 부서장님. 이번엔 무슨 일입니까?" 아르-레이스가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했다. "반갑네. 일단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세나." 호로스 부서장은 그의 세 번째 손으로 담배를 입으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아르-레이스는 조금씩 숨을 참으며 의자에 앉았다. 호로스 부서장이 주기적으로 내뿜는 담배 연기는 아르-레이스 같은 피부로 호흡하는 외행성 거주민에겐 들이마시기엔 상당히 좋지 않다.
"요즈음 들어 우리 게임의 불법복제판이 나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물론 아르-레이스가 이 사실을 모를 일은 없었다. 아르-레이스가 속해 있는 해결사 연합에 오늘 아침 들어온 소식이다. 하지만 아르-레이스는 프로답게 이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내어 호로스 부서장을 무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네. 당연하죠. 하지만 2개월 전 행성 정부와 연합하여 시행한 '아타리 작전'으로 복제본 배포자 13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동자 4명이 정신이 데이터화 당한 후 사내 서버에 영원히 갇혀 버그 테스트 실험체가 된 것도 말이죠." "잘 알고 있구만." 호로스 부서장이 몸을 뒤틀며 웃어제꼈다.
"허나 이번엔 문제가 좀 더 심각하네. '아타리 작전'은 알파 센타우리 계 내에서만 이루어진 작전이었지. 그 이상으로 퍼질 거라는 건 예상하지 않았네. 예측할 수도 없었고. 알파 센타우리 계 외에서 불법 복제를 시도할 기술력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호로스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시죠?" 아르-레이스는 의문을 표했다.
"알파 센타우리에서 4.37광년 떨어진 곳에서까지 복제본이 발견되었네. 이건 상당히 큰 문제야. 우리가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하지도 않은 태양계에서까지 복제본이 퍼져버린 거지. 우리는 5년 전 도산한 아틀라스처럼 되고 싶지 않네.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맞장구라도 치는 듯이 호로스 부서장의 육중한 몸이 뒤틀리며 소리를 냈다. 아르-레이스는 그 소리에 온몸의 비늘이 곤두서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태양계의 어디에서요? 태양계에서만 해도 지적 생명체가 거주하는 행성은 무려 5개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많은 행성들을 저 혼자서 조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최소한 두 명은 더 붙여 주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
"걱정 말게. 위치와 좌표는 이미 찾아냈다네. 자네는 그냥 복제본을 회수해 오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디입니까?"
"지구."
"뭐라고?!"
"진짜 미안.."
"지금 내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정말로 이번 달 생활비를 도박에 다 털어드셨다는 게 사실이야? 아니지? 그렇지?"
"…진짜야.."
아드레아의 분노에 찬 괴성은 트레일러 근처에서 쉬고 있던 참새들을 깜짝 놀라 날아가게 했다. 이윽고 둔탁한 무언가를 가격하는 소리와 함께 송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2주일간 돈 없이 버티기, 너는 가능할 거라고 봐? 지금 연주회 일정도 못 잡고 있는 마당에 안그래도 빠듯한 생활비를 도박으로 다 날리면 어떡해?" 아드레아는 올해에는 끊기로 다짐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안 그래도 빠듯한 생활비니깐 도박으로 불리는 수밖에 없었지.. 그래도 하나 얻은 게 있으니깐 너무 걱정하지는 마." 무릎을 꿇고 있던 송이 서랍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뭔데?" 아드레아는 송을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송이 아드레아를 향해 자랑스럽게 들어 올린 건 작은 게임 패키지 상자였다. 상자의 겉면에는 수만은 외계의 비행선으로 보이는 것들이 날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상자 뒷 부분에는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무언가가 쓰여져 있었다. 단 하나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상자 아래쪽에 조그마하게 그려져 있는 플러그였다.
물론 송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한 것이겠지만, 불운하게도 아드레아의 숨겨진 내면의 폭력성이 깨어나게 되었다. 또 다시 비명소리가 트레일러 밖으로 울려퍼졌다.
"아니 또 뭔 일이야?" 트레일러 문을 열고 들어온 시현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이 새끼가 어젯밤에 술을 퍼 마시고 우리 한달치 생활비 전부를 도박에 꼴아박은 다음 게임 하나 얻어 왔다네." 아드레아의 송을 향한 폭력의 손길은 멈출 줄을 몰랐다. 시현은 순간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느꼈으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이번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하지?"
"몰라, 얘를 좀 패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은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어제 마신 술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미간을 찌푸리며 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야…?" 한이 누워있던 곳은 정체모를 갈대밭 속이였다. 순간 한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어릴 적
"또 컵라면이야……" 지수가 한탄하며 말했다. 명색이 연구 세포라지만, 변변한 실적 하나 올리지 못한 그녀에게 돌아올 지원금이라고는 없었다.
"돈이 없으니까 그렇죠. 실적을 내보고 싶어도 돈이 없고, 돈이 없으니 연구도 못하고. 무한한 악순환 구조의 반복이네요. 이 굴레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있는 걸까요." 레드가 마지막 남은 컵라면 국물을 들이키며 읊조렸다.
재단 기록정보수집처
아래는 변칙 택배 회사 습격 당시 조사 가치가 있는 문서만을 따로 디지털 서버에 목록화해둔 것입니다. 각 목록에 대해 더 연구하거나 추가 정보를 요청하려면 기록정보수집처 본부장에게 연락하십시오.
— 기록정보수집처 본부장 박기철
물품: 게임 패키지 3개
운송장 번호: 1110225433
배송일: 2064년 8월 13일
수령일: 2034년 8월 13일
배송 방법: 특수배송배송 주소: 화성, 올림푸스, 랑그릿타 가 13번지-113호
물품 설명: 이번 년도 플러그소프트 사 신작 게임 3개. 내가 만든 것 중 베스트 3개만 엄선했다.
어릴 적의 난 왜 그런진 몰라도 게임을 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였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게임을 해댄 덕분에 나는 회사에 입사했고 지금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게임을 쳐다보고 있는 시간은 거의 똑같지만… 지금의 나는 어릴 때만큼의 게임 플레이에 대한 열정이 없다. 게이머와 게임 개발자의 시선의 차이라고나 할까.어쨌든, 지금의 나는 내가 만든 게임을 해보라고 하면 금새 질릴 것이기에 어릴 적의 나에게 내 게임을 보낸다. 나라면 충분히 내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테지. 과거의 나는 이 게임들을 즐겁게 플레이해 주길.
물품: <데이터 손상?>
운송장 번호: 6555178933
배송일: 2060년 5월 4일
수령일: <데이터 손상>
배송 방법: 직접배송배송 주소: 지구, 캘리포니아 주 메이플 가 5번지
물품 설명: 내가 저번에 한에게 보낸 작품 샘플이 이 씨발놈들 배송 실수 때문에 분실됬다고 한다. 항의 전화를 10번 넘게 걸었는데도 망할 AI 아나운서만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난 나만의 방법으로 복수해 주기로 했다.
밀스의 보급미술 제 3장을 1000개 복사해서 그대로 보낸다. 배송비 따위는 상관없다. 그놈들은 뭘 배송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택배 배송선이 있었다는 사실마저도. 엿이나 먹어.
물품: 행성용 철거 생명체 NR-1 100마리
운송장 번호: 8552444589
배송일: 2071년 9월 5일
수령일: 2071년 9월 9일
배송 방법: 차원간배송 주소: 수성, 톨스토이 분지, 뉴 제니스
물품 설명: 이 생명체는 오직 100마리만 생산되었으며 추가 생산 계획은 없습니다.
오직 철거 용도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다른 용도로 사용해 일어나는 피해는 람다 Co.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철거를 원하시는 행성의 대기권 내로 진입하신 후 본 생명체를 투하해 주세요. 한 행성에 최대 3마리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많이 투하할 시, 상호 공격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3단계 이상의 문명 격차가 나는 행성에서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격차가 미미할 시, 철거 작업이 행성민들에 의해 중단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의: 상하지 않도록 반드시 냉동보관해야 합니다. 해동 시 5분 30초를 초과하면 안 됩니다. 대뇌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폭주할 위험이 있습니다.
물품: 청려장 1개
운송장 번호: 5896551225
배송일: 2014년 1월 5일
수령일: 2014년 1월 16일
배송 방법: 표준배송 주소: [수령인 요청으로 삭제됨]
물품 설명: 명아주로 만든 지팡이. 영조 16년 1월에 스승님께서 임금께 직접 하사받으신 물건이다.
물론 스승님께선 지팡이 없이도 도술을 써 충분히 돌아다니실 수 있었지만 내심 기쁘신 듯 항상 이 물건을 떼어놓지 않고 다니셨다. 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물건이라며 주변에 자랑하는 것도 늘 빼놓지 않으셨다. 스승님과 동문지간이신 분들은 세속 시절 버릇 아직도 못 버렸다며 놀려댔지만 스승님은 그저 웃어 넘겼다.
스승님은 지팡이에 도술들을 각인시키어 그저 지팡이를 몇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능히 비범한 일을 벌이시곤 하셨다. 물건에 여러 개의 도술을 동시에 각인시켜 사용하고 다니는 것은 아마 스승님이 처음일 것이다.
어쨌든 스승님은 남들보다 상당히 오래 사셨지만 양생술은 끝내 익히시지 못하였다. 스승님이 마지막으로 산에 올라가시기 전 나에게 이 지팡이를 넘겨 주셨다. 난 그 이후로 스승님을 보지 못했는데, 나는 스승님이 신선이 되셨다고 믿고 있다.
한국전쟁 때 잃어버렸던 이 지팡이를 내 전우 강백이 다시 찾아준 이후로 나는 이 지팡이에 걸린 도술에 관해 몇 년 동안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으니 퍽 미진했다. 아무래도 개인이라는 한계도 있고 나도 조심스레 생업에 종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이 물건을 능구렁이 손에게 공식적으로 넘겨 조사를 맡기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물건을 넘겨주는 것은 퍽 섭섭하기도 하나 내가 당분간 대외활동을 자제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
물품: 시리즈 A 샘플 XES-27
운송장 번호: 6448652282
배송일: 2096년 8월 11일
수령일: 2096년 8월 30일
배송 방법: 특별배송 주소: 천왕성, 마리암 타워 33층
물품 설명: 투자자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에 우리의 '방사 블랙홀' 연구는 지난번보다 훨씬 구체화되어 미리 샘플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진전되었습니다.
방사 블랙홀의 원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행성 채굴기나 구형 공중 지지 장치같은 상당량의 에너지를 요하는 곳에 추가적으로 부착할 보조 에너지원 공급 장치를 만드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반에너지 열원에 방사 블랙홀을 결합시킨 실험 결과 오히려 반타키온 입자의 급격한 팽창과 가속이 확인되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무한한 에너지원을 얻은 것입니다.
설계도를 동봉해서 함께 전달합니다. 주의사항에도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지만, 가동 중인 방사 블랙홀 장치 배출구 부분에 가까이 접근하지 마십시오. 반타키온 입자의 방출 방식은 상당히 강하게 설계되어져 있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품의 개발 사실을 지구를 제외한 다른 행성에 알리지 마십시오.
물품: 수라꽃 가루 250g
운송장 번호: 1561562385
배송일: 2001년 7월 21일
수령일: 2001년 7월 30일
배송 방법: <배송인 요청으로 삭제됨>배송 주소: 서천리조트 사무실 404호
물품 설명: 정상가에 공급할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사라도령님께서 서천식물원에서 한 번이라도 더 꽃이 사라졌다간 꽃감관들을 싹 다 해고해버리겠다고 엄포를 단단히 놓으셨거든요.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들었는데 이젠 사업을 접던지 말던지 해야 할 판이네요.
제품의 주 재료는 수라꽃입니다. 최근 단속이 심해져서 정제후 가공 과정이 상당히 험난했습니다. 다행히 아는 분들 중에 초강대왕님과 커넥션이 있는 분이 한 분 계셔서 그쪽의 불꽃으로 처리를 했습니다. 지옥의 불꽃과 천상의 꽃잎의 만남인 셈이죠.. 듣기만 해도 제 제품을 처음 체험하셨을 때의 흥분이 떠오르지 않나요?
서비스로 수라꽃 이파리로 우려낸 차도 몇 개 넣어 드렸습니다. 제품 받으시고 제 인간계 계좌로 남은 대금 절반 지불하시는 거 잊지 마세요.
"그래서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뭐죠?"
"간단해, 민간에 있는 변칙 개체를 확보해서 무사히 재단 기지로 가져가는 것." 선배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확보할 변칙 개체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시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음. 일단 사람처럼 생기진 않았고, 어느 정도는 지능이 있는 것 같아. 민간에서 숨어다닐 정도면 뛰어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능력은 아직 잘 모르겠네."
"….분명히 위에서 자세히 설명을 들었을 텐데 그 정도밖에 기억을 못하시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시겠네요. 선배보다 먼저 짤릴 걱정은 없겠어요."
시현은 시니컬하게 비꼬고 나서 피던 담배를 땅에 탁 던졌다. 그러고선 시현은 담배를 땅에 밟아 문지르고 차 문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타시죠, 선배"
"그런 대사는 보통 내가 하지 않을까?" 선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
"저랑 선배 사이에선 예외입니다." 시현은 그렇게 말하고선 운전석에 털썩 앉았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되죠?"
"….일단 이 근처인 건 확실하니 밥부터 먹고 할까?"
"제발 말을 돌리지 말아주세요, 선배. 모르면 모른다고 확실히 좀." 시현이 선배를 째려봤다.
"밥을 먹으면 어디로 가야 될 지 생각날 것 같아." 선배는 태평하게 말했다.
"저도 밥을 먹으면 선배를 어떻게 때려야 할 지 생각날 것 같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현은 악셀을 꽉 밟았다.
"저거 뭐냐?" 선배가 창문 바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가요?"
"저기 과수원쪽."
시현은 차를 세우고 선배가 가리킨 쪽으로 눈을 돌렸다. 길가에서 놀고 있는 꼬맹이들 네 명이였다. 시현에겐 딱히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시현은 선배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냥 어린애들이잖아요, 선배 설마…?"
"따라와 봐, 지금부터 변칙 개체 확보를 시작한다."
"하나도 안 멋있어요."
선배는 차 문을 열고 아이들한테 성큼성큼 다가갔다. 시현도 그 뒤를 따랐다.
"잠깐만."
아이들 중 한 명은 까만 모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선배는 모포를 잡아 확 들어올렸다. 모포 속에 있던 건 아이가 아니였다. 키는 주변에 있던 아이들과 비슷했지만 얼굴은 어떤 사람과도 닮지 않았다. 새하얗게 빛나는 눈에 맨들맨들한 머리, 기묘하게 길쭉한 손까지. 변칙 개체를 이렇게 쉽게 발견하리라고는 시현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것은 얼굴을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인지 선배가 뺏어 손에 들고 있던 모포를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 선배는 개의치 않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건 니네 친구가 아니라 이제부터 국가의 소유다. 이런 걸 발견했으면 바로바로 신고를 했어야지."
"돌려줘요!" 아이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맞아, 지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시현은 웃음이 픽 터졌다. "귀여운 애들이네" 시현은 미소를 짓고선 가슴팍에서 휴대용 살포식 기억소거제를 꺼냈다.
시현은 빠른 몸놀림으로 아이들의 얼굴에 전부 기억소거제를 뿌렸다. 아이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아마 1시간 뒤면 깨어나서 지금 있었던 일은 전부 잊을 것이다. 시현은 안심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선배, 그쪽은요?"
시현은 말없이 조수석에 앉아 참치김밥을 우물우물 씹었다. 그날따라 김밥은 퍽퍽하게만 느껴졌다. 시현은 생수병을 들어 한 입 들이키고는 말했다.
"변칙 개체를 제압하고 본부로 넘긴 댓가가 고작 참치김밥 두 줄이라니. 너무하시네요, 정말." 시현이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전 참치김밥 별로 안 좋아해요. 뭔가 묘하게 느끼한 맛이 맘에 안 들어요."
"미안, 지갑을 잃어버려서 이거밖에 못 사줬네. 다음엔 니가 가자는 곳은 무조건 갈게. 말만 해. 말만."
"김밥 두 줄로는 선배를 힘껏 때려줄 힘이 나진 않지만..방금 그 대사는 상당히 맘에 들었어요. 어디다 적어놔야겠는걸요."
"안 적어놔도 내가 잊어버릴 걱정은 안 해도 돼. 니 마음 속 내 신뢰도는 90%아니였나? 나 믿지?"
"100%에서 빼야겠네요. 계산 잘못 하셨어요."
"내 신뢰도가 그렇게 떨어졌다니.." 선배가 추욱 처졌다.
"괜찮아요, 선배의 신뢰도 이외의 다른 부분은 저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너무 낙담하진 마세요."
시현은 가볍게 웃으며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도 가벼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선배가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묘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였다.
"이제 돌아가자."
"어디로요?"
"어디긴 어디야. 오늘 임무 끝났으니 숙소로 가야지."
"아하.." 시현이 힘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쨌건 오늘 하루는 시현에게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이제 먹을 것보단 술과 담배가 더 당기긴 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SC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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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88-KO | 진정한 미 |
노출된 인원들은 무언가를 "벗기고" 보는 행동을 통해서 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 |
SCP-094-KO | 건물의 늪 |
사고가 발생한 위치는 노동자 계급에 의해 모두 수거되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돌려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 |
SCP-109-KO | 새 떼 |
SCP-109-KO에 포함된 조류들의 제 1 본능은 항공기에 버드 스트라이크 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재구성된다. | |
SCP-167-KO | 발치 |
구강에 들어가지 못한 치아는 최대한 시체 내부로 파고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
SCP-135-KO | 식물 가꾸미 |
SCP-135-KO는 가능한 한 빠르게 식물에게 접근하여 기구를 사용하거나 가능한 방식으로 식물을 파괴하려고 시도한다. | |
SCP-162-KO | 나는 가끔 내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
내 일자리를 뺏어가고 날 구석으로 내몬 것은 바로 당신들입니다. | |
SCP-916-KO | 생물학적 아버지를 완벽하게 대체함 |
그러나 아버지가 존재했다는 모든 물질적, 객관적 증거는 존재한다. |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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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분 | |
나는 내 수명이 앞으로 1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 |
2012 데반 생일 축전 | |
어쨌든 우린 친구야. | |
어느 날 길을 걷다가 | |
언젠가 서커스가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 |
늘 그래왔던 대로 | |
목소리는 거기서 멈추었다. 목이 메여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 |
어두워지다 | |
세상이 눈을 감은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알기에. | |
길을 걷던 남자 | |
숲속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걸어내려오는 남자가 있었다. | |
특이 제품 배송 목록 | |
듣기만 해도 제 제품을 처음 체험하셨을 때의 흥분이 떠오르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