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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가 저 멀리에서 뜯겨나가는 소리에 유리병을 놓칠 뻔 했었다. 누런 액체가 흔들려 검지 손가락에 떨어졌다. 이런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는게 없으니 안전을 위해 일단 옷에 대충 닦았다. 아는게 없어 옷에 닦는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다른 재료들을 넣는다. 순서가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기름 냄새가 방에 가득 찬 먼지와 합쳐져 머리가 약간 어지러울 지경이다. 주저 앉고 싶지만 바닥이 먼지로 가득차 거의 회색에 가까운 꼴이라 그럴 수도 없다. 무릎이 점점 아파온다. 그나마 다행인건, 어디선가 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디서? 창문은 없고, 철제 문은 당연히 굳게 닫혀있다. 전등은 당연히 없다. 이 빛 자체도 그 광량이 일정하지 않아 요동치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번져나간 탈탈거리는 이 소리, 엔진의 소리와 모종의 공명을 이루는 것 처럼 보인다. 사실 이곳에 엔진과 공명하지 않는 것이 어디있겠는가. 내가 유리병을 약간 쏟은 것도 전부 엔진의 의지와 부합하는 일인 것이니.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이 빛? 나는 손전등을 하나 가지고 왔다. 그 빛이다. 배터리의 부족으로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유리병? 그저 긴장했을 뿐이다… 나는 예외상태에 놓인 것이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떨리고 긴장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저 엔진의 교향곡에 흡수되는 일이다.
이 엔진이란 것은 이때까지의 경험을 반추해보았을 때 그 존재 자체가 소리와 관계하지 않고서는 현존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소리는 총 4가지의 악기를 가지는 것으로 나에게 드러난다. 물론, 공학자입네 경력 30년차 자동차 정비사입네 공대생입네 하는 이들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그들은 엔진의 부품과 상호작용 그리고 역학적 원리와 공식, 기하학적 구조 등을 운운하며 그것의 '동체'에 대해 과학이라는 이름의 현대판 형이상학을 설파할 것인데, 나는 그런 태만한 소리를 신경쓰는 사치를 부릴만한 사람이 아니다. 이 엔진이 그 엔진이 아닌 것은 둘째치고.
여하튼, 이 엔진이라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은 총 4개의 악기를 거느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소리를 우리에게 해설하고 번역하는, 또는 그 소리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 라디오처럼 엔진의 교항곡을 중개하는 엔지니어가 있다. 물론 이 라디오는 하나가 아니고, 일종의 피라미드 형식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다. 그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되는 최중심 허브가 바로 엔지니어이다. 그리고는 이제 델티, 감마, 베타, 알파로 점점 내려가는 식이지. 이것이 CI, 그 혼돈의 반란의 구조다.
나는 한때 재단에서 일한 적이 있다. 재단에서 일허기 전에도 혼돈의 반란에서 일했는데 — 일이라기는 애매하지만 — 어쩌다 보니 지금도 혼돈의 반란에 있다. 재단에서 사고가 하나 있었는데, 어찌저찌하다가 재단에서 도망쳐 여기저기 떠돌다 이렇게 CI한테 걸려서 다시 잡혔다. 이게 무슨 상관이냐면, 재단에서 일할 때 들은 것 중에 O5 평의회라는 게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 델타 사령부는 O5와는 완전히 정반대다. 어떤 측면에서 정반대나면, O5들은 안전을 위해 그 자신이 SCP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몸에 온갖 변칙적 시술을 한 건 물론이요, 그 자신이 변칙개체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델타들은, 물론 변칙적 장비를 이용하긴 하지만, 애초에 혼돈의 반란 자체가 변칙 개체 — 나를 포함해서 — 도구로 써먹는 단체이고, 정작 델타들 그 자신의 몸에 어떤 비번칙적 시술을 한다거나 그 자신이 변칙적이던가 하는 경우는 없다. 엔지니어는 좀 예외인데, 뭐랄까 희생양 같은 느낌이다. 죽음과 계약을 해서 평의원들을 불사로 만들었다던 어떤 평의원처럼.
다시 엔진 소리로 돌아와보자. 4개 중 첫째, 이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