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잠금 해제됨 : SCP-337-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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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관 평의회 명령에 의거

이하 파일은 4 등급 이상의 보안인가를 요구합니다.
비인가 접근은 금지되어있습니다.

비인가 인원이 본 파일에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는 기록되며 즉각적인 징계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련번호 : SCP-337-KO

등급: 안전(Safe) 무효(Neutralized)

특수 격리 절차: 격리담당 인원들 중 SCP-337-KO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을 대상으로 해당 구역 주변을 정기 순찰하도록 한다. 특히 SCP-337-KO내부로 진입하는 인원이 있을 경우 즉시 상부에 보고한다. 해당 구역의 변칙성을 고려하였을 때 외부인의 진입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것이라 예상하여 위와 같은 최소한의 격리절차만 유지한다. SCP-337-KO은 현재까지 출현하지 않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주기적으로 위성사진과 해당지역 순찰을 통해 SCP-337-KO의 재활성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설명: SCP-337-KO는 경기도 ██시 외곽에 위치한 너비 5.75km²(추정)의 토지 구역이다. SCP-337-KO는 다수의 아파트로 이루어진 일반적인 아파트단지의 형태를 띤다. 대상의 변칙성은 SCP-337-KO에 진입하였을 때 나타난다. SCP-337-KO에 한 번 진입한 사람이 구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확히는 물리적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재단이 존재한 현실로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SCP-337-KO에 있는 선우도현 요원은 물리적으로 그 아파트 단지를 벗어날 수는 있었으나, 그 때 나타나는 공간은 이전과 전혀 다른 공간이라고 진술했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면적은 약 5.75km²의 아파트 단지이지만, 실제 선우도현 요원이 돌아다닐 수 있는 면적은 이보다 훨씬 더 넓을 것이라 예상하고있다. 선우도현 요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 SCP-337-KO구역은 평행세계의 일부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요원이 진입한 SCP-337-KO 구역은 이 평행세계로 통하는 일종의 ‘통로’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그 곳에 주택단지가 생길 만한 정황(공사 등)이 없었음에도 갑자기 아파트 단지가 생겨난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은 선우도현 요원은 해당 구역에 진입하였고, 현재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재단은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SCP-337-KO구역을 특정할 수 있었다.
재단은 초기에 선우도현 요원이 실종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재단 요원들이 과거 통신 용도로 사용하던 한 디스코드 서버로 특정 메시지가 온 것을 통해 선우도현 요원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선우도현 요원은 여러 차례 재단과의 통신을 시도하던 중,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해¹디스코드 어플을 사용하면 이전에 사용하던 서버에 제한적으로 접속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이 서버에 비공개 채팅방을 만들어 선우도현 요원과 소통하고 있다. 선우도현 요원과의 모든 면담기록은 이 채팅 서버를 통한 텍스트 대화 내용이며, SCP-337-KO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는 선우도현 요원이 해당 서버를 통해 전송한 자료에 의존한다.

+ 자료1) 선우도현 요원의 인터넷 사용기록

다음은 선우도현 요원이 SCP-337-KO의 서버를 이용하여 인터넷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글을 통해 SCP-337-KO를 매개로 한 평행세계의 전반적인 특징을 알 수 있었다.

제목 : 근데 무진시 왜 지도앱에 쳐도 없냐?

작성자 : ID. 선도부

진짜 없어.

[댓글]
ㄴ ID. 비누맛우유 그야 무진시가 없으니까.
ㄴ ID. 맥도날드마우스담당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ㄴ ID. 이쑤시개파괴자 -Wls-
ㄴ ID. 황혼의캐스터네츠 무진시는 김승옥 작가 무진기행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고 실제로는 없음. 뜻도 별 거 없고 안개 무 나루 진 이런 뜻임.
ㄴ ID. 국회의사당카사노바 이 새끼 낙성대에서 낙성대학교 찾을 놈이네ㅋㅋㅋㅋ

제목 : SCP재단이라는 사이트 저거 뭐 하는 사이트임?

작성자 : ID. 선도부

[해당 사이트의 타이틀 화면 사진 첨부]

다들 scp어쩌고 하길래 쳐봤더니 이런 거 뜨던데?

[댓글]
ㄴ ID. 바닐라맛치킨 그거 그냥 창작사이트임. 4chan에 설정놀이 좋아하던 덕후들이 거기서 막 괴물 같은 거 지어내다가 판이 커져서 그렇게까지 됨. 더 알고 싶으면 나무위키 찾아봐/
ㄴ ID. 올리브영알바생입니다세일때제발오지마세요 그거 님도 위키닷 회원가입해서 글 쓸 수 있음.
ㄴID. 사랑의비비빅 솔직히 scp는 세계관 킹정이지.
….ㄴ ID. 비비빅맛없음 ㄹㅇ포챈의 최대 아웃풋임
ㄴ ID. 이쑤시개파괴자 잠만 얘 전에 무진시 찾던 애 아니냐?
….ㄴ ID. 국회의사당카사노바 ㅇㅓ 진짜 그러네
[이후 무의미한 내용은 편집됨]

+ 자료2) 선우도현 요원과의 비공개 면담기록

<면담기록 337-A>

면담 대상: 선우도현 요원

면담자: 김소담 박사

서론: 선우도현 요원이 처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면담을 진행하였다.

<기록 시작>

김소담 박사: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그냥 있었던 일 그대로요.

선우도현 요원: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그날도 그냥 정기순찰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곳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네, 못 보던 아파트 단지였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원래부터 저런 게 있었나? 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죠. 분명히 저 근처에서 공사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아파트 단지가 생긴 게 뭔가 이상해서 일단 진입했습니다.

김소담 박사: 변칙장소란 걸 인지하고 있었다는 건데, 원래 그럴 땐 무작정 진입하지 말고 상부에 보고했어야 하는 거거든요. 그 장소에 어떤 위험성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선우도현 요원: 그 때 제 머릿속은 단순했어요. 그냥 저기에 들어가면 모든 궁금증이 해소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은 사과 드립니다.

김소담 박사: 아뇨, 사과를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단지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말일 뿐이에요. 무엇보다 도현씨 본인이 가장 혼란스러울 텐데 괜히 나무라고 싶지도 않고요. 여하튼 그 곳에 진입하고 나서는 어떻게 됐죠?

선우도현 요원: 처음 거기 들어갔을 때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사람들 사는 평범한 아파트 단지였어요. 한 번 쭉 둘러보고 아 변칙현상 없는 거 같네, 괜찮네 하고 나가려는데 뭔가 잘못된 걸 느꼈죠. 그러니까….이걸 뭐라고 얘기해야 할 진 모르겠는데, 나갔지만 나갈 수 없었어요.

김소담 박사: 무슨 뜻이죠?

선우도현 요원: 그 곳을 나갔을 때 보였던 풍경은 제가 아는 곳이 아니었어요.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었습니다. 그게 완전 비현실적인 공간은 아니었고, 그냥 어디 갔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잘 모르는 거리에 와 버린 느낌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될까요? 건물들 나무들 자동차들 사람들 모두 다 평범한 일상 속 공간인데 저에게 익숙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는 그런 거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다는 듯이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김소담 박사: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 것 같아요.

선우도현 요원: 하지만 제가 실수로 길을 잘못 들르거나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눈치챘어요. 이 근방만 몇 년을 순찰해서 그런지 이쪽 지리는 빈틈없이 알고 있거든요. 분명히 그런 곳은 없었어요. 그 때 저는 다시 예전에 있던 곳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으리란 걸 깨달았습니다.

김소담 박사: 그 날 정기순찰 이후 연락이 끊겼던 이유도 그거였군요.

선우도현 요원: 네, 처음에 여기 갇혔다는 걸 알고나서 본부와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통신장비는 먹통이었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려고 해도 없는 번호라더군요. 카카오톡이나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뒤져봤지만 알 수 없는 내용들 뿐이었어요.

김소담 박사: 알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거죠?

선우도현 요원: 그게….다른 사람의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 목록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제가 모르는 상황에 대해 저에게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 중에는 같이 일하던 ███요원, ███연구원과 정말 똑 닮았고 이름마저 같은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 사람들이 저한테 이야기하는 내용은…음…..전혀 달랐습니다. 그 사람들은 아예 재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선우도현 요원: 그러다가 문득 저번에…그 뭐더라 [편집됨] 격리실패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디스코드 채팅방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죠. 혹시나 싶어서 그 곳으로 들어갔더니 드디어 제게 익숙한 내용들이 보였어요. 왜 그것만큼은 그대로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이렇게나마 현재상황을 이야기 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김소담 박사: 그 점은 저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단 인원과 인적사항이 거의 똑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게 조금 찜찜하네요.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됐죠?

선우도현 요원: 해는 계속 기울고 있고, 그냥 벤치에서 자야 되나 싶을 때 경비원이 와서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이 동 803호 사는 사람 아니냐고 말하더라고요. 그 분이 ‘이 동’이라고 하면서 가리키시는 방향을 보니 207동이었는데, 그 때 저는 조그만 실마리라도 찾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거기에 들어갔죠. 들어가보니 그냥 평범한 가정집이었어요. 그리고….

김소담 박사: 괜찮아요. 말해봐요.

선우도현 요원: ……제 가족들이 있었어요.

김소담 박사: 가족분들이요?

선우도현 요원: 네,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족들이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은 1년 만에 보는 거라서 어색했어요. 그런데 그 가족들..아니 제 가족들은 저를 보자마자 오랫동안 헤어진 가족 만난 것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껴안아 준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일상처럼 왔니? 냉장고에 밥 있으니까 그거 먹어 이런 게 전부였습니다. 전 이상하게 그게 좋았어요.

선우도현 요원: 그 때 일어난 사고는 그저 악몽에 불과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면담 기록 종료>

메모: 약 1년 전, 무진시 ██대로에서 일어난 5중 추돌 교통사고로 선우도현 요원의 일가족 모두가 사망하였다. 재단은 당시 제 ██기지에서 근무중이던 선우도현 요원에게 장례절차를 위한 휴가를 제공한 기록이 있다.

+ 비허가 인원 접근 금지: 보안 재확인 필요

재단은 몇 가지 자료들을 통해 SCP-337-KO를 통해 접근하는 평행세계는 현재 재단이 존재하는 세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들 중 SCP-337-KO연구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 무진시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무진시를 한 소설가의 ‘무진기행’이라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로 인지하고 있다.
• 재단 데이터베이스와 매우 유사한 사이트가 존재하며, 인터페이스나 로고 등이 모두 재단과 유사하다. 그러나 재단과 관계없는 민간인들도 접근 가능하며, 단순 창작 사이트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경고] 해당 사이트가 재단의 기밀 유출, 현실조작과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현재 기동특무부대 세타-37(“믿고 싶은 세계”)이 보안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사건 337-1 참조

<사건 337-1>

선우도현 요원이 자신만 있는 디스코드 채팅방을 만들어 그 곳에 글을 올린 정황이 포착되었다. 글의 업로드 날짜는 2020년 8월 23일이었다. 선우도현 요원은 해당 글을 남긴 뒤 스스로 기억소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채팅방에는 수신인을 특정하지 않은 장문이 발견되었다. 이 글에서는 SCP-337-KO에 존재하는 유사 SCP재단 사이트에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든 정보와 완전히 같은 내용이 있었으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 있었다. 또한 글의 내용으로 추측했을 때, SCP-337-KO의 평행세계가 변칙개체 생성과 소멸, 격리실패, 더 나아가 현재 우리가 영향을 받는 모든 현실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재단 인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으며, 밈적살해인자나 보안 잠금 등이 SCP-337-KO를 매개로 한 평행세계에서는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재단의 중요 보안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동특무부대 세타-37(“믿고 싶은 세계”)은 재단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정보들 중 5등급 이상의 인원만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선별하여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였다. 또한 해당 내용을 조사했던 인원 중 보안인가 4등급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에게 A등급 기억소거 조치를 취하였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높은 확률로 재단 인원일것입니다.(만약 그게 아니라면 중대한 격리실패 사태가 일어난 거겠지요.) 그러니 내가 일했던 SCP재단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누군가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그리고 이 말을 했을 때 당신이 있는 그 곳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 곳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요원으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이런 식으로 글을 남기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고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당신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알고 있습니다. 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읽는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듯해서 나조차도 나 자신이 조금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이 글을 읽을 때 쯤이면 아마 나는 당신이 있는 그 곳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누가 볼 수 있을지 모를 이 곳에 내가 아는 것들을 모조리 털어놓기로 했습니다.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요.

나는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위장 근무를 하면서 정기 순찰을 하고 있다가 의도치 않게 이 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눈에 자꾸 밟히던 한 아파트를 통해서 당신이 있는 곳과는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된 것입니다. 네, 저는 이 곳에 갇혀버렸고 재단과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나는 끊임없이 재단의 흔적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러다가 이 곳에 존재하는 어떤 사이트를 알게 되었어요.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냥 포털사이트에 SCP라고만 쳐도 맨 위에 떡하니 뜨더라고요. 그 사이트는 모든 것이 재단 데이터베이스와 너무나도 닮아있었습니다. 로고부터 인터페이스까지요. 단 한 가지 차이점은 그 곳은 재단 사이트가 아니라 일종의 창작사이트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트에는 현재 그 SCP재단의 모든 정보들이 다 있었습니다. 정말,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있습니다. 어디까지 똑같은지 알아보기 위해 저는 그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거의 다 뒤져봤습니다. 이전에 제가 보안등급이 부족해서 볼 수 없었던 글들도 아무런 절차 없이 볼 수 있었고, 밈적살해인자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쯤 되면 재단의 중요 기밀 내용을 일개 요원이 본 것에 대해 매우 날이 서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난 그 기억조차 지워버릴거고, 재단에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깊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생각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둘러 싼 그 현실이 누군가의 통제도 받지 않고 오롯이 스스로 작동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처한 현실이 누군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당신은 아마 부정할 것입니다. 나도 그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러리란 확신이 내겐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나도 누군가의 상상속에서 존재하는 것일수도 있겠지요. 그 사이트에 모든 정보가 그대로 복사된 듯 옮겨진 것보다도, 이 사실이 나를 더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이 중대한 사실을 그 곳의 재단 사람들이, 그리고 당신이 알게 되는 것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글의 처음에, 내가 너무 두렵다고 말한 것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겠지요.

이 글을 마무리짓고 나면 나는 내 기억의 일부를 지우고 이 곳에 스며들 것입니다.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와 같은 현장 요원들은 정기순찰을 할 때 피치못할 상황에 대비하여 항상 여분의 기억소거제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지금이 그 피치못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나는 정기 순찰을 하다가 어느 아파트 단지에 잘못 들어와서 이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작년에 세상을 떠난 가족들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실제 존재하는 곳인지 아니면 그저 아주 긴 꿈속인지조차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곳의 모든 상황들은 작년에 나의 가족을 앗아갔던 끔찍한 사고가 현실이 아니라고, 단지 순간의 악몽에 불과할 뿐이라고 내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지요. 그래서 나는 이 곳이 속삭이는 그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이 곳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같이 있다는 점입니다.

덧붙임: 만약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현실이라 믿었던 모든 것이 그저 다른 차원에 있는 어떤 이가 지어낸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면, 그걸 지어낸 사람(그리고 그 사람이 사는 세상) 또한 누군가의 상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말이 당신에게 조금의 위로라도 되길 바랍니다.

추가 2: 2020년 8월 23일 이후 선우도현 요원과의 통신이 단절되었으며, SCP-337-KO구역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육안은 물론 위성사진으로도 해당 구역을 전혀 관측할 수 없었다. 재단 인원 중 이전에 SCP-337-KO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인원도 이 날 이후로는 그 구역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주변 민간인과 해당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앞선 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자백제를 이용한 면담을 시행하였으나, 이들은 모두 그 곳에는 처음부터 아파트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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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s

1. 이 때 데이터를 켠 상태여야 한다고 요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