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독립체(별칭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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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몸이 나른해지는 감각을 느낀다.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정도로, 아니 어쩌면 실제로 녹아내렸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눈을 감고 있지만, 앞이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신비한 감각이다. 또 현실적이다. 당신은 여기가 어디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이곳은 꿈이다. 당신은 손을 꼬물거리며, 실재함을 느끼고 체험한다. 당신은 미리 착용했던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시계의 초침과 분침 왜곡된 채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당신은 여기가 꿈 속임을 확실히 인지한다. 앞에는 벽이 있다. 한눈에 다보이질 않을 정도로 커다랗다. 당신은 그것을 만지고, 더듬는다. 하얗고 매끈하다. 주변이 일렁거리기 시작한다. 벽을 중심으로 퍼즐 조각 같은 균열이 생겨난다.

당신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눈을 뜬다. 주위는 시커멓고, 바닥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앞엔 역시나 커다랗고 하얀 벽이 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다.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순간, 커다란 굉음이 들려온다. 균열이 쩍쩍 갈라지면서, 검은 퍼즐로 변해 아래로 후두둑 떨어진다. 모든 퍼즐이 떨어지자, 그 앞에 우중충한 회색 건물이 떡하고 서있다. 당신은 이제부터 뭘 해야할지 알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건물 안으로 조금씩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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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way


건물로 들어서자, 하얀 복도가 나타난다. 문이 여기저기 달린 것이, 꼭 호텔 같은 느낌을 준다. 당신은 희미한 불빛에 몸을 의지한 채, 천천히 앞으로 걷는다. 조금 걸었을까, 당신은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 발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돌리자, 문이 보인다. 문고리는 없다. 당신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면서 문을 더듬어본다. 열리진 않는다. 안쪽에서 잠긴 모양이다. 갑자기 스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문 중앙에 잉크로 휘갈긴 듯한 글씨가 생긴다.

일련번호: SCP-990-KO

등급: 모로스(Moros)

당신은 다시 한번 팔에 힘을 줘, 문을 열려고 시도한다. 이번에는 열릴 것 같다는 확신과 함께. 그리고 정말로, 문이 열린다. 열린 문 틈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이것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진 모른다. 문을 전부 열었을 때, 당신은 빛에 휩싸였다. 모든 감각이 빛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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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


눈을 뜬다. 당신은 언제부터 눈을 감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주위를 둘러본다. 천장에 달린 조명 외에,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빛이 있는 곳으로 걷는다. 닿지 않는다. 마치 미끄러운 얼음 위를 걷는 듯한, 걸을 수록 뒤로 밀려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당신은 발걸음을 멈춘다.

방의 구조가 돌아간다. 당신은 중심을 잡을 수 없어, 뒤로 넘어진다. 다행히도 당신의 뒤에는 의자가 있다. 당신은 강제로 의자에 안착해, 그대로 구속된다. 방은 빠르게 돌아가며, 시선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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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방의 배열이 바뀐다. 벽은 분해되어 사라지고, 더 커다란 장소로 바뀌어간다. 마치 게임 속에서 맵을 로딩하는 듯한 감각이다. 이곳은 더이상 작고 어두운 방이 아니다. 깨진 유리 천장 사이로, 햇살이 감도는, 오랜 시간 관리가 없어 풀이 자라난 오래된 건물이다. 당신은 의자에서 일어난다. 구속은 이미 풀린지 오래다. 당신이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장소를 관찰하고 있을 때, 커다란 글자들이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다.

SCP-990-KO는 몽중성 기반 마르베스 등급 사고재해 독립체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세요. 본 역할을 다하십시오.


당신은 글자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그리곤 앞으로 나아간다. 커다란 글자들을 지나치고, 풀들을 지나치고, 어둠을 지나치고. 나아간다. 끝없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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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조금 전 장소와는 대조적인, 도시의 밤 거리를 본다.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당신에겐 낯설게 느껴진다. 이 거리는 마치 마구잡이로 편집한 사진 같다. 어색하고, 또 이질적이다. 자신이 본 그 어느 광경보다, 더 낯설게만 느껴진다. 당신은 거리를 걷는다. 발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어색한 발소리가 난다. 당신이 푸른 기둥들을 지나고 있을 때, 기둥에서 글자가 새겨진다. 지금 이 장소와는 달리 유난히 깨끗한 글자가, 알게 모르게 또다른 이질감과 혐오를 불러온다.

SCP-990-KO는 몽중성 기반 마르베스 등급 사고재해 독립체다. SCP-990-KO는 현실이 아닌 꿈 속에 기생하는 개체로서, 그 특성상 대상의 격리는 매우 불안정하며 큰 어려움이 따른다. SCP-990-KO의 가장 큰 문제는, 대상에 대한 정보를 가지게 된다면, 그 자 또한 표적이 된다는 거다.

본다. 느낀다. 생각한다. 당신은 지금 정보를 알아내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다시금 철저히 상기시키고 있다. 당신은 뭘 위해서 여기에 왔는가. 당신은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두번째 기둥에도 글자가 새겨진다. 이번에는 조금 길다.

따라서 재단은 SCP-990-KO를 격리하기 위해, 몽경에서 효율적인 활동이 가능한 제91K몽경기지를 건설했다. 제91K몽경기지를 건설한 후, SCP-990-KO를 격리하기 위해 꿈 조정장치를 배급받은 다수의 몽중술사들이 파견됐다. 수많은 차질과 희생이 있었지만, 개체를 격리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