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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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에 돌입한 SCP-XXX

일련번호: SCP-XXXX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XXX의 광범위하고 위력적인 특성으로 인해 대상은 제745구역에 격리한다. 제745구역에는 항상 150채의 건물과 500명의 D계급 인원, 약 1000마리의 동물과 10개의 변칙 개체가 배치되어야 한다. 해당 자원들은 소모품으로 취급되며, 보급을 위해 예비 자원을 넉넉하게 준비한다. 제745구역에 상주하고 있는 30명의 재단의 연구원은 SCP-XXX가 대상을 선정했을 때, 해당 내용을 기동특무부대 앱실론-14("철거반")에게 전달한 뒤 신속하게 대피한다. 앱실론-14는 SCP-XXX가 선정한 대상을 정확하게 판별하고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다만 대상의 파괴로 인한 손실이 천문학적일 경우 임무는 취소된다. SCP-XXX의 활성화로 인해 제745구역에 발생한 피해는 기록된 뒤 복구한다. 만약 민간에 까지 피해가 미쳤을 때는 기지관리자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처리한다. 앱실론-14 인원은 파괴 임무 이외에도 격리 되지 않은 SCP-XXX 개체를 추적하는 임무를 추가로 수행한다.

설명: SCP-XXX는 콘크리트와 금속을 비롯한 다양한 자재로 이루어진 원형 물체이다. SCP-XXX의 전체적인 외형은 화려한 장식과 강렬한 색으로 꾸며져 있었으나 곳곳에 손상된 흔적이 남아있다. 이것은 재단이 SCP-XXX를 확보하기 전에 SCP-XXX를 소유했었던 인물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 SCP-XXX의 크기는 직경 21.5cm, 둘레 68cm로 볼링공과 비슷하다.

SCP-XXX를 이루고 있는 구성물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건 대상의 중앙에 위치한 크기 5cm의 구멍과 상단에 위치한 작은 초시계이다. SCP-XXX는 매주 목요일마다 구멍에서 종이 한 장을 배출하고, 초시계가 5분으로 설정된다. 이 5분의 제한 시간이 초과되기 전에 종이에 쓰여진 물건 또는 생명체를 파괴하면 SCP-XXX는 비활성화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종이에 쓰여질 대상은 무작위로 선정되며1 지정된 대상 자체가 두루뭉술하게 서술 된 사례도 있다.2 때문에 재단이 SCP-XXX의 활성화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SCP-XXX가 선정한 대상이 5분이 흐르도록 파괴되지 않을 경우 SCP-XXX는 활성화에 돌입한다. 활성화가 된 SCP-XXX는 약 30초 가량 녹색을 띈 빛과 파장을 내뿜은 뒤 변칙적 현상을 일으킨다. SCP-XXX가 일으키는 변칙적 현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무언가를 파괴 또는 손실되는 형태로 관측된다. SCP-XXX 자신은 이 변칙성에 면역인 것으로 보인다.


추가 실험과 기록된 사례들을 비교한 결과, SCP-XXX의 변칙성은 주변에 파괴할 것이 적을수록 영향 범위와 위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3 재단의 과학자들은 이론 상 SCP-XXX가 우주에 위치할 경우 행성 단위의 변칙성이 발현 될 수도 있음을 알렸다. 향후 SCP-XXX의 격리 절차에는 추가적인 자원과 예산이 부여될 것이다.

확보 기록

SCP-XXX는 20██년 3월 5일, 영국 웨일스의 ████마을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당시 발견되었다. SCP-XXX의 주변에는 신원 불명의 남성 시체 1구와 다양한 파편들이 널려있었다. 이후 재단이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문서 XXX-A1과 XXX-B1을 추가로 발견했다. XXX-B1의 내용은 확보되지 않은 SCP-XXX 개체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했으며, 해당 개체를 확보하기 위한 임무가 기동특무부대에게 내려진 상태이다.

부록: 문서 XXX-A1

공지 사항

200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폭탄 해체 어드벤쳐 "째깍째깍 쾅!"이 2007년 7월 29일자로 지원 종료됩니다. 해당 게임을 아껴주시고 변함없는 사람을 주신 유저 여러분들께 미안함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께 최고의 서비스를 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더 이상의 서비스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째깍째깍 쾅을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더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플러그소프트 관계자 드림-

자료 XXX-B2

2월 5일: 와우! 오늘은 잠자리가 기분 좋을 거다. 왜냐하면 나를 오랜만에 흥분시킨 물건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외형은…. 솔직히 아무리 봐도 고철 덩어리로 보이고 많이 낡기까지 했지만 그런 거에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희한한 기능이 들어있었다. 설명을 하자면 아래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에서 특정 위치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뒤, 5분의 제한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만약 지정한 위치까지 못 옮길 경우 폭죽을 터트리며 조롱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의외로 이게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같이 동봉 된 쪽지를 읽어보니, 믿기지는 않지만 이 고철 덩어리는 게임기인 거 같다. 사실 진지하게 비평을 하자면 게임기 주제에 너무 무겁고 볼품없이 생겼다. 거기다가 게임 자체도 처음에만 흥미로웠지 하다 보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거 말고는 컨텐츠도 없는데다가 실패하면 조롱하기 까지하니, 완전 똥개 훈련이 따로 없다. 쪽지에는 2001년에 시작해서 2007년에 지원을 종료했다고 적혀있는데, 오히려 6년을 버틴 게 용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물건은 나를 자극했다. 나의 예술적인 감각과 손재주로 이 구제불능 고철을 쿨하게 만들어 내 재능을 증명해 보이겠다!

2월 12일: 젠장, 작업에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다.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 건 이 고철 덩어리가 게임은 못 만들었어도 보안 하나는 끝장나게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좆 같은 놈들. 그래도 이전에 만들어둔 작품을 이용한 덕분에 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2월 14일: 작업이 모두 끝났다! 이 작품은 단언컨대 나의 작품 중에서, 아니 운동 역사상 가장 훌륭한 걸작임이 틀림없다. 어서 이 역사를 뒤흔들다 못해 브레이크 댄스를 추게 만드는 걸작품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마 모두 놀라서 자빠지겠지? 나와 친분이 있고, 운동에 참여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보냈다. 아, 물론 조이 녀석에게도 연락을 보냈다. 평소였다면 그 구역질 나는 얼굴을 본 순간 당장 엉덩이를 걷어차 버렸겠지만, 그렇기에 녀석이 내 작품을 보고 어떤 표정으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몹시 기대된다. 이번에야 말로 기름에 쩔은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지.

2월 15일: 만약 내게 소원 하나를 이룰 힘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오늘을 끝없이 반복하게 할 것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내 작품을 본 순간의 경악과 찬사가 떠오른다. 파괴를 막기 위한 수단이 파괴라는 아이러니,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파괴하면서도 자신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 무자비한 폭탄, 예술은 폭발이라는 것을 실천한 걸작품! 뭐, 조금 흥분해서 지금 공개한 건 미완성이고 곧 열릴 "Sommes-Nous Devenus Magnifiques?"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공개할 것이라는 허세를 부려 버렸지만 그 정도는 해도 되잖아? 솔직히 오늘의 나는 꽤 괜찮았다. 아니, 최고로 쿨하다! 다만 조이, 그 망할 것의 반응이 기대 이하라는 게 유일한 오점이었다. 흥, 분명히 너무 대단한 작품을 봐서 표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생각하는 척 한 게 분명하다. 그럼 그렇고 말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2월 29일: 씨발, 씨발, 씨이이발! 이런 개[편집됨]

3월 5일: 후우, 며칠 동안 식을 줄 모르는 분노에 사로잡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져 댔지만 막상 이 순간이 오니 이상하리 만큼 냉정해진다. 며칠 전에 나에게 보내져온 택배 하나가 모든 것을 끝내 버렸다. 택배에는 한통의 편지와 하나의 공작물이 들어있었다. 그 공작물의 외형은 내가 만든 작품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래, 인정할 건 해야지. 그 공작물은 정말 굉장했다. 나 따위하고 비교하는 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쿨했다. 시간이 4분 정도 남았다. 이런 작품이 누가, 왜 나에게 보냈는지는 편지에 모두 적혀있었다. 편지는 나의 작품을 비평하는 내용으로 시작되었다. 작품의 변칙성이 너무 무작위적이라 직접적인 의미가 희석 됐다는 점, 파괴를 막기 위해 파괴 해야 할 대상 중에서 너무 비현실적 게 섞여 있어서 아쉽다는 점, 무엇보다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면 완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는 점. 비평 하나하나가 나의 가슴을 비수처럼 꽂아 댔지만, 나를 최고로 화가 나게 한 건 반박할 수 있는 말 한마디조차 찾아내지 못한 채 수긍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시간이 3분 남았다. 편지의 마지막 내용은 더욱 가관이었다.

"너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기에 나도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 봤어. 이걸 참고 삼아서 개선한다면 Sommes-Nous Devenus Magnifiques?에서 선정은 이미 가져온 거나 마찬가지야. 앞에 말한 것도 너무 잔소리로만 듣지 말아줘. 널 위해 나름대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비평한 거니까 말이야. 다음에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 -너의 친구 조이-"

그래, 이 망할 놈아. 이렇게 까지 망신을 줘야 했었어? 내가 재능 하나 없는 머저리에 따분하고 한심한 인간이라는 걸 이렇게 대놓고 보여줘야 됐냐? 이 씨발놈아! 젠장, 편지 내용을 괜히 일기에 붙여 넣어서 기분만 더러워졌다. 시간은 이제 2분 정도 남았군. 제이콥 멍청하고 불쌍한 친구. 예술적 재능은 없었어도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지만 결국 자기 혐오에 빠져버렸지. 소문으로는 재단에 제 발로 찾아가서 죽었다는데, 설마 내가 더 멍청하게 죽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 1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나는 오직 예술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가족도, 직장도, 모두 버리고 오직 에술만을 나의 유일한 벗으로 삼아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얼마나 진부한 쓰레기인지 알아버린 이상, 예술은 내 곁을 떠나버렸다. 13초 남았다. 그러고 보니 내 작품의 원래 이름이 째깍째깍 쾅이라고 했나? 진짜 이름을 거지 같이도 지었네. 내가 더 쿨한 이름을 불러주지. 버림받고 따분하고 진부하고 한심한 폭탄! 아, 3초 남아…..데이터 손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