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19classic 의 SCP-KO 작성 가이드
이 페이지는 작가 여러분께서 SCP-KO 항목을 작성하실 때 약간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제 가이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제 가이드와 함께 다른 작가분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시는 것을 더욱 권장합니다. 사실, 여러분들을 위한 더욱 좋은 가이드는 "최고 평점 페이지" 목록이 될 것이며, 가장 궁극적으로는,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읽어 오셨던 수많은 책들이 될 것입니다.
시간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SCP 보고서 중에서 설명: 부분을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설명 부분에서 어떤 지적을 받는다면, 그것은 대략 다음의 지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오타가 많고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자주 틀렸군요. 다 쓰고 나시면 꼭 교정을 하세요.
만연체가 너무 심합니다. 문장을 중간중간 적절하게 끊어주세요.
글이 전체적으로 너무 두서없고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세 번 읽고 이해했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칙성이 있다는 설정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대상' 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1
설명 부분에 특수 격리 절차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입수 경로나 확보 당시의 사건을 서술하는 건 불필요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SCP 재단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최고 평점 페이지는 읽어보셨나요?
어떻습니까? 혹시 이 중에 한 번이라도 지적받아 보신 것이 있으신가요? 어떤 코멘트들은 심지어 친숙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제부터 제가 도와드릴 것은, 이 코멘트들에 대응하여 하나씩 하나씩 조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단, 첫째 코멘트인 '오타, 맞춤법, 띄어쓰기' 관련해서는 딱히 여기서 도와드리진 않겠습니다.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시거나, 국립국어원에 문의하시거나, 국어사전을 활용하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마지막 코멘트인 '재단의 분위기' 에 대해서도 추후 정규 SCP 보고서에 대해 설명할 때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할 것입니다.
만연체의 함정
만연체가 무엇인지는 위의 링크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왜 만연체가 나타나게 되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요, 만연체는 독서량의 부족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주된 원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사견이므로, 그 외의 다른 이유, 또는 더 중요한 이유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 여러분의 설정 자체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부분까지 짜여 있지는 않나요?
- 여러분이 SCP 보고서 내에서 너무 많은 것을 다 설명해 주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요?
- 접속사나 문장 부호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 근래에 만연체가 활용된 소설을 읽으셨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만연체로 유명한) 작가가 있으신가요?
- 문장을 구성할 때 수식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으신가요?
만연체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비문학보다는 문학에서, 특히 긴 호흡과 느리게 움직이는 구도, 정적인 분위기에서 만연체는 그 빛을 발합니다. 《서편제》 처럼 차분한 템포로 진행되는 경우나,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경의 변화 또는 생각의 흐름을 쫓아가야 하는 경우에 만연체는 꽤 적절한 선택이 되겠지요. 적소에 쓰일 때 만연체는 간결체만큼이나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문체가 될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만, 그럼에도 어쨌건 어떤 문체를 쓰느냐의 문제는 지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중요한 것은, 적지 않은 작가들이, SCP 보고서를 마치 문학 장르처럼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만연체를 구사하신다는 겁니다. SCP 보고서는, 네, 보고서입니다. 여러분의 직속 상관이, 어쩌면 여러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을지도 모를 저 위의 어느 높으신 분이 읽을 것으로 설정된 글이라는 말입니다. (똑같은 맥락에서, 나중에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사견을 보고서에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상에 윗사람에게 업무보고를 하는데 만연체로 보고할 사람은 없겠지요. 설령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조직은 그다지 효율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못할 거고요.
만연체를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SCP 보고서 자체의 성격에 관련된 것입니다. 보고서의 성격은 나중에 다시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만, 만연체는 SCP 보고서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문체이기도 합니다. SCP 보고서는 격리 활동에 관련된 정보를 얻는 글입니다. 당장 어느 SCP 가 격리를 깰 듯이 위태한 상황에 처했는데, 이 와중에 만연체로 작성된 보고서를 읽어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런 한심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SCP 보고서는 간결해야 하고, 명확해야 하며, 핵심이 담겨 있어야 하고, 약간의 글로 의표를 찔러야 합니다.
정보량의 다소와 문체의 장단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고서에서 제공하는 정보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독자를 위해 만연체는 더욱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보고서의 작성자, 즉 작가가 격리 프로토콜에 있어서 더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의 차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어떤 SCP 가 A, B, C, D, E 의 다섯 가지 변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그 중에서 B, C, E 의 특성이 격리 절차를 수행함에 있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그 보고서는 A, D 의 특성에 대해서는 간명하게 설명하고, B, C, E 의 특성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합니까? 그렇지 않겠지요. 오히려 B, C, E 의 특성을 설명할 때 작가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그 특성들이 격리상 중요한 만큼, 격리 절차를 책임지는 인원들이 정확하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서술해야 합니다.
이하는 임의로 만연체에 가까운 문장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적지 않은 작가분들이 이런 종류의 문장을 만들 때 만연체로 만드는 경향이 있더군요. 이 문장들을 읽기 좋게 고쳐 보십시오.
SCP-XXX-KO 는 대한민국 ███도 ██시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최초 발견자인 김██ 씨는 ██아파트 203동 남쪽 주차장에서 대상을 발견한 후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10 분 후 출동한 경찰 3 명 중 2 명의 시신과 함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훼손된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대한민국 경찰청에서 비상연락을 통해 재단 기동 특무부대 베타-76 "스타카토" 가 출동하여 27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난 이후에야 비로소 교전이 시작되었고 기동 특무부대원 2 명이 사망하고 3 명이 부상당하는 치열한 접전 끝에 비로소 확보에 성공하였다.
SCP-XXX-KO 는 그것이 생성한 영향력의 장 내부에서도 특별히 반경 15 m 안에 사람이나 동물이 진입할 경우 그 아래쪽의 열린 공간에서 무작위로 3~5 단위의 더 작은 개체들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하 이를 SCP-XXX-KO-1 이라고 칭함) 이 개체들은 SCP-XXX-KO 의 특성 중 [편집됨] 에 유사한 성질을 보이지만 이보다는 더 작고 약한 투사체를 발사하여 그것이 노리는 먹잇감에게 독을 주입하게 되고 먹잇감이 쓰러지면 그것을 모체인 SCP-XXX-KO 에게 끌고 가서 50~70 % 가량은 모체에게 먹이고 나머지는 자신이 섭취하는데 먹잇감이 되는 대상은 식물을 제외하고 독성을 지닌 동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종류의 동물종으로 확인되었다.
첫째 예시는 어떤 사건에 대해 마치 종군기자가 속기하듯이 숨가쁘게 적어내려간 글 같군요. 그러나 적절한 접속사 또는 문장 부호가 보이지 않고, 중간중간 문장을 자를 만한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 대목은 어떠한 사건을 시간순으로 설명하는 것으로서, 요점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서 잠깐 해당 상황을 시간순에 따라 개조식으로 설명하겠습니다.
- 최초 발견 장소는 대한민국 ███도 ██시, ██아파트 203동 남쪽 주차장임.
- 최초 발견자는 김██씨이며 발견 직후 경찰에 신고하였음.
- 경찰 도착 이전에 김██씨는 SCP 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함.
- 경찰 3 명이 도착하였으나 그 중 2 명이 마찬가지로 참혹하게 살해당함.
- 이 사건이 경찰청에 보고되고, 경찰청에서 재단에게 비상연락을 함.
- 기동 특무부대가 출동하는 사이에 27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함.
- 기동 특무부대가 SCP 와 교전하며 2 명의 사망자, 3 명의 부상자를 냄.
- 기동 특무부대가 SCP 의 확보에 성공함.
이 많은 사건들을 한 문장에 한꺼번에 우겨넣으니 제대로 읽힐 리가 있나요. 이제, 이 중에서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강약을 배분하고, 비슷한 것끼리 묶어서 다시 정리해 봅시다. 발견장소에 대한 세세한 정보와, 얼마나 참혹하게 살해당했는가는 적어도 설명: 단락에서는 그렇게 중요한 정보는 될 수 없겠지요. 또한, 부록: 에 첨부되는 사건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구태여 시간순으로 설명할 이유도 없을 겁니다. 굳이 그렇게 쓰고 싶다면, 그건 부록에 더 어울릴 것 같네요.
- 최초 발견자의 신변 : 김██씨, 발견 직후 경찰에 신고, 사망
- 최초 발견장소에 대한 정보 : 대한민국 ███도 ██시, ██아파트 인근
- 민간인에 대한 정보 : 일반인 27 명, 경찰 2 명 사망
- 기동 특무부대에 대한 정보 : 베타-76 "스타카토", 2 명 사망, 3 명 부상, 확보 성공
이제 이 문장을 제 나름대로 다시 읽기 좋게 고쳐 보았습니다.
SCP-XXX-KO 는 대한민국 ███도 ██시, ██아파트 인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최초 발견자는 김██씨이며, 발견 직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후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대상의 확보를 위해 기동 특무부대 베타-76 "스타카토" 가 출동, 2 명이 사망하고 3 명이 부상하는 교전 후 확보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의 피해는 (경찰 포함) 총 30 명이다.2
둘째 예시를 봅시다. 이 글은 앞서와는 달리 SCP 의 복잡한 설정들을 한번에 우겨넣으려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이번에도 개조식의 형태를 빌어 이 장황한 문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문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SCP-XXX-KO "모체" 의 정보
- 일종의 '영향력의 장' 을 생성
- SCP-XXX-KO-1 의 생산
- 언제 : 사람이나 동물이 반경 15 m 내에 접근시
- 어떻게 : 3~5 단위를 무작위로 생산
- 어디서 : 아래쪽 열린 공간에서
- SCP-XXX-KO-1 에 식이활동을 의존
- SCP-XXX-KO-1 의 정보
- 독성 투사체를 발사
- 무엇이 : 모체의 [편집됨] 성질과 상당수를 공유
- 어떻게 : 더 약하게
- 식이활동 지원
- 언제 : 독성 투사체를 맞은 먹잇감이 쓰러지면
- 무엇이 : 식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동물들 (독성이 있는 동물종 포함)
- 어떻게 : 먹잇감을 모체에게로 운반, 모체에게 50~70 % 를 제공
- 독성 투사체를 발사
참으로 많은 정보군요. 이 많은 것을 한 문장 안에 우겨넣은 셈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정보인데, 그렇다면 문단을 나누어 볼 수도 있겠군요. 각각의 내용은 한 문장씩으로 하되, 두 내용 이상을 한 문장에 넣을 때에는 쉼표를 넣기로 합시다. 읽기 좋게 정리해서 쓰기 위해서는 분량이 약간 늘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지요. 저는 둘째 예시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SCP-XXX-KO 는 그것을 중심으로 일종의 영향력의 장을 생성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반경 15 m 이내에 사람이나 동물이 접근할 경우, 대상은 SCP-XXX-KO-1 이라 명명된 개체를 생산한다. 이들은 한 번에 3~5 단위씩 무작위로 생산되며, SCP-XXX-KO 의 아래쪽 열린 공간에서 나타난다. SCP-XXX-KO 는 식이활동에 있어 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SCP-XXX-KO-1 은 먹잇감으로 인지한 상대방에게 독성의 투사체를 발사한다. 이것은 모체인 SCP-XXX-KO 의 [편집됨] 성질과 유사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약하다. 이들은 모체의 식이활동을 돕고 있는데, 독성 투사체를 맞은 먹잇감이 쓰러지게 되면, 먹잇감을 모체에게로 운반하며 그 중 50~70 % 를 모체에게 제공한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인지한 대상은 식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동물들이며, 독성이 있는 동물종들도 포함된다.
만연체는 지양되어야 하지만 과도하게 간결체에 집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나누어진 각 문장들 간의 논리적 흐름과 위계적 구조일 테니까요. 짧게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당한 방식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 작문 시간에 흔히 배우곤 하는 그 구조를 빌리는 것입니다.
- 문단의 중심 내용 (Main Idea)
- 구체적 내용 1 (Supporting Detail 1) + 암시적 설정 (Inference)
- 구체적 내용 2 (Supporting Detail 2) + 암시적 설정 (Inference)
- 구체적 내용 3 (Supporting Detail 3) + 암시적 설정 (Inference)
- 구체적 내용 4 (Supporting Detail 4) + 암시적 설정 (Inference)
- ……
두서없는 글 정리하기
만일 사람들이 글이 두서없다고 할 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문장들이, 문단들이 논리적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일 겁니다. 일단 국어사전에 따르면 '두서없다' 는 건 차례나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 SCP 보고서에서는 결국 글이 우왕좌왕하고 뒤죽박죽이라는 걸 의미하겠지요. 그럼, 두서없는 글에 대해서는 이만큼 설명하기로 하고, 만일 이와 같은 지적을 받았을 때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지요.
여기 두서없는 설명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만일 제가 이와 같은 SCP 항목을 보았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비추천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쓰지 마세요. 구성도 구성이지만 솔직히 아이디어 자체도 너무 너저분합니다.
설명:
SCP-XXX-KO 는 2010 년 7 월에 대한민국 [편집됨] 에서 발견되었다. 이 개체는 그것을 만진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환각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SCP-XXX-KO-1 이라고 명명한다. SCP-XXX-KO-1 은 남녀노소 모두가 영향받을 수 있지만, 최근의 연구에서 유독 레즈비언 여성들은 환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CP-XXX-KO 에 대한 방사성 동위원소 조사에서는 그것이 16 세기에 제작된 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연구 센터의 박██ 박사는 이 칼의 목적이 정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외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CP-XXX-KO-1 은 곧 영향받은 이후로 2 시간 동안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듯한 환각을 보게 된다. 만일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무작정 인근을 배회하며 사람을 만날 때까지 기다린다. 배회할 곳을 없애버린 실험에서는 스스로의 환각에 의해 [데이터 말소] 후 사망하였다. 만난 사람들은 곧 또 다른 영향을 받게 되며 이들은 SCP-XXX-KO-2 라고 명명한다.SCP-XXX-KO-1 은 SCP-XXX-KO 에 대한 강한 집착을 함께 지니게 된다. 반면 SCP-XXX-KO-2 는 SCP-XXX-KO 를 어떻게든 숨기려고 하므로, 상호간의 폭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SCP-XXX-KO-1 개인 또는 집단과 SCP-XXX-KO-2 개인 또는 집단은 최대한 신속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SCP-XXX-KO 는 길이 17 cm 의 은장도처럼 생긴 단도인데, 이와 유사한 생김새의 다른 칼에 대해서도 집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 유사한 다른 칼이 더 있는지에 대해 재단의 민속학자들이 조사 중에 있다.
SCP-XXX-KO-2 는 SCP-XXX-KO 를 숨기는 것 외에 나무로 칼을 깎아서 맞서고자 노력하게 된다. 만일 주변에 나무가 없을 경우에는 [데이터 말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설명: 부분에서 소개하고 싶은 설정들을 따로 노트에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쓴 설명이 스스로에게는 이해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글뭉치에서 말하고 있는 정보들을 보이는 대로 빼내서 개조식 등의 형태를 빌어 정리하세요. 첫 번째 단계인 만큼, 무작정 나열하는 식으로 적어 내려가셔도 무방합니다.
위의 예시를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SCP-XXX-KO 는 조선시대의 은장도처럼 생긴 단도. 정절을 위한 것인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인지는 논란이 있음. 비슷한 다른 개체들이 더 있는지는 조사 중. 이것을 만지면 SCP-XXX-KO-1 이 됨. 길이는 17 cm. 2010 년 7 월 대한민국 [편집됨] 에서 발견. 레즈비언에게 해당 없음.
- SCP-XXX-KO-1 은 SCP-XXX-KO 를 만진 사람. 타인과 접촉할 때 강력한 환각을 일으켜서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음. 상대방이 없으면 무작정 배회. 최대 2 시간. 배회할 수 없으면 [데이터 말소] 후 사망. SCP-XXX-KO 에 대한 집착을 보임. 비슷하게 생긴 다른 칼도 마찬가지이므로 주의 필요.
- SCP-XXX-KO-2 는 SCP-XXX-KO-1 과 마주친 사람. SCP-XXX-KO 를 숨기려고 함. SCP-XXX-KO-1 과 만나면 서로 싸우게 되므로 분리해야 함. 나무로 칼을 깎아서 맞서고자 하는 충동. 나무가 없으면 [데이터 말소].
다음으로는, 설명: 부분에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내용 자체가 특수 격리 절차: 나 내지는 부록: 에 포함되는 것이 더 적합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격리에 관련된 규약은 설명에 있으면 안 되고, 격리 중 발생하는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해서도 역시 설명에서 다룰 만한 것이 아닙니다. 설명: 에는 그 모든 사건들로부터 모인 지식들을 종합하여 정보로서 제공하기만 하면 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던 확보 경위에 대한 정보 역시, 일종의 사건 기록으로서 따로 정리하는 편이 더 적합하며, 정말 특별한 시사점을 갖지 않는 이상 아예 보고서에서 제외하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가장 나쁜 사례는 확보 과정에 대한 기록을 문장 단위로 이곳저곳에 드문드문 끼워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 SCP-XXX-KO 는 조선시대의 은장도처럼 생긴 단도. 정절을 위한 것인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인지는 논란이 있음. 비슷한 다른 개체들이 더 있는지는 조사 중. 이것을 만지면 SCP-XXX-KO-1 이 됨. 길이는 17 cm. 2010 년 7 월 대한민국 [편집됨] 에서 발견. 레즈비언에게 해당 없음.
- SCP-XXX-KO-1 은 SCP-XXX-KO 를 만진 사람. 타인과 접촉할 때 강력한 환각을 일으켜서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음. 상대방이 없으면 무작정 배회. 최대 2 시간. 배회할 수 없으면 [데이터 말소] 후 사망. SCP-XXX-KO 에 대한 집착을 보임. 비슷하게 생긴 다른 칼도 마찬가지이므로 주의 필요.
- SCP-XXX-KO-2 는 SCP-XXX-KO-1 과 마주친 사람. SCP-XXX-KO 를 숨기려고 함. SCP-XXX-KO-1 과 만나면 서로 싸우게 되므로 분리해야 함. 나무로 칼을 깎아서 맞서고자 하는 충동. 나무가 없으면 [데이터 말소].
그 다음에는 어떤 설정을 짰고, 어떤 설정을 밝혀야 하며, 그것들을 밝힐 때에는 중심 내용의 수준에서 밝힐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 내용의 수준에서 밝힐 것인지, 아니면 암시적 설정으로 남길 것인지 말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여러분이 설명: 부분에서 밝힐 정보들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것들 사이에 위계적 구조를 구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읽기 편하게 쓰기 위한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문단마다 중심 내용을 잡고 그 내부에서 위계적 질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거친 글은 약간의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만을 거쳐도 그대로 보고서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글로 완성됩니다.
이에 따라 새롭게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 SCP-XXX-KO
- 물리적 특징 : 17 cm 길이의 은장도와 유사한 단도.
- 연대 : 방사성 동위원소 조사 결과 연대는 16 세기.
- 발견 : 2010 년 7 월, 대한민국 [편집됨]
- 목적 : 정절을 위함인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인가? ← 최후반부에 서술
- 변칙적 특성 : 신체에 접촉할 경우 SCP-XXX-KO-1 이 됨.
- 추가 정보 1 : 이와 유사한 다른 개체들이 더 있는지 민속학자들이 조사 중에 있음. ← SCP-XXX-KO-1 의 변칙적 특성 3 과 함께 서술
- 추가 정보 2 : 레즈비언은 영향을 받지 않음. ← 최근에 밝혀진 정보이므로 설명 말미에 서술
- 물리적 특징 : 17 cm 길이의 은장도와 유사한 단도.
- SCP-XXX-KO-1
- 변칙적 특성 1 : 타인과 만날 때까지 주위를 배회 / 불가할 경우 [데이터 말소] 후 사망.
- 시간 제한 : 최대 2 시간.
- 타인 접촉 시 : 타인이 자신을 해치려 하는 환각 체험.
- 변칙적 특성 2 : 접촉한 타인은 SCP-XXX-KO-2 가 됨.
- 변칙적 특성 3 : SCP-XXX-KO 에 대한 강한 집착.
- 추가 정보 : 유사한 외관의 다른 칼에 대해서도 집착이 나타남.
- 변칙적 특성 1 : 타인과 만날 때까지 주위를 배회 / 불가할 경우 [데이터 말소] 후 사망.
- SCP-XXX-KO-2
- 변칙적 특성 1 : SCP-XXX-KO 를 숨기고자 하는 충동 발생.
- 변칙적 특성 2 : 나무로 칼을 깎아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충동 발생 / 불가할 경우 [데이터 말소]
그러고 나서 여러분은 이렇게 준비된 각각의 문단들을 어떤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여기에 철칙이나 원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문단들 역시 나름의 규칙이나 분류에 따라 묶어서 배열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SCP 주제 자체가 굉장히 다양한 만큼, 여러분이 직접 포럼에서 다른 작가분들과 끊임없이 토의하면서 가장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 역시 매우 좋은 비결일 것입니다. 다만 이하에 약간의 예시를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 SCP 대상 자체에 대해 설명할 때, 대상의 크기나 외양, 물리적 특징들을 먼저 설명하고, 그 다음에 변칙적 특성을 설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만일 변칙적 특성이 물리적 특징에 관련되어 있다면, 변칙적 특성에 대한 설명으로 단락을 시작하되, 어떤 하나의 구체적 특징에 대해 서술할 필요는 없습니다.3
- 변칙적 특성에 대해서는 먼저 그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으로 시작하고, 이후 해당 특성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문단을 나누면서 기록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합리적으로 문단을 나누는 것, 그리고 "첫째, 둘째, 셋째, …" 같은 표현들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 여러 변칙적 특성이 있을 때, 격리 절차의 유지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거나 관련되는 특성을 먼저 서술하고, 그 다음으로 상관을 보이는 특성들을 적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만일 격리 절차의 유지가 어렵지 않다면, 가장 자주 나타나거나 가장 쉽게 활성화가 가능한 특성을 먼저 기록하고, 가장 드물게 나타나거나 가장 활성화하기 어려운 특성을 나중에 기록함을 권장합니다.
- SCP 개체가 SCP-KO-1, SCP-KO-2, SCP-KO-3, … 의 다른 부수적인 개체들을 만들어 낸다면, 각각의 서술은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순서를 갖추어 작성되어야 합니다. 번호를 붙일 때에도 무작정 붙이기보다는 개체들 간에 위계적인 논리가 존재하는지, 개체들 간에 선후관계가 존재하는지, 개체들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 SCP 개체에 의해 영향받은 대상이 단계별로 서로 다른 징후를 보일 때, 각각의 단계를 개조식의 형태로 서술하는 것도 좋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가장 초기의 징후가 먼저 기록되고, 가장 나중의 징후가 마지막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만일 서로 다른 징후가 관찰된다면, 그 징후들을 나름의 논리에 따라 묶어서 서술하십시오. 예를 들어 인간과 유인원, 개, 고양이 등이 서로 다른 징후를 보일 때에는 개조식이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적어도 한 문단 안에 우겨넣는 것보다는 바람직합니다.
- 재단 보고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먼저 그 존재가 밝혀진 특성은 먼저 작성하고, 나중에 그 존재가 밝혀진 특성은 나중에 작성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특히, 처음부터 재단 연구자들이 해당 SCP 의 모든 특성들을 꿰뚫어본 듯한 서술보다는, 격리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그 마각이 드러나게 하는 서술이 좀 더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읽힐 수 있겠지요. 합당한 이유 없이 특이사항만 무미건조하게 나열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작위적' 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 그칠 겁니다.
- 확보 경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확실히 보고서에 오를 만한 정보로서의 가치를 지닌 한, 설명: 의 마지막에 넣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첫머리에 넣는 것이나 중간에 넣는 것보다는 괜찮은 방법입니다. 만일 확보 경위가 하나의 심각한 사건으로 비화되었다면 부록: 에 확보 기록으로 분류해서 옮기세요. 만일 확보 경위가 재단의 격리 담당자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 때 설명: 에 추가하세요.
물론 우리의 예시에서는 이 과정이 생략됩니다. 제가 처음부터 자동적으로 SCP-XXX-KO, SCP-XXX-KO-1, SCP-XXX-KO-2 순으로 정렬했기 때문이지요. 어쨌건 이제 위의 예시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설명:
SCP-XXX-KO 는 길이 17 cm 의 은장도와 유사한 외관의 단도이다. 대한민국 [편집됨] 에서 2010 년 7 월경에 발견되었으며, 방사성 연대조사에서는 16 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SCP-XXX-KO 에 신체적 접촉을 한 사람은 SCP-XXX-KO-1 로 명명된다. 이들은 최대 2 시간 동안 타인과 만나기 위해 주위를 무작정 배회하며,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을 때에는 [데이터 말소] 후 사망하게 된다. 만일 타인과 접촉하게 되면, 타인은 SCP-XXX-KO-2 로 명명되고, SCP-XXX-KO-1 은 그들이 마치 자신을 해치려 하는 듯한 강렬한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SCP-XXX-KO-1 은 이와 함께 SCP-XXX-KO 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나타낸다. 이 집착은 SCP-XXX-KO 와 외관상 유사한 다른 단도나 은장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해당 SCP 와 유사한 다른 개체들이 존재하는지 재단 민속학자들이 조사 중에 있다.
SCP-XXX-KO-2 는 반대로 SCP-XXX-KO 를 숨기려 하는 충동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SCP-XXX-KO-1 에 대항하여 나무로 칼을 깎아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위에 나무가 없는 환경에서는 [데이터 말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레즈비언들은 이 SCP 의 변칙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이 SCP 의 사용 목적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태이다. 연구 센터의 박██ 박사는 이것이 정절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이 깔끔해졌지요? 여전히 매혹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변칙성에 대한 적절한 설명 누락4
위에서 잠깐 언급했었지만 이런 사례는 실제로 '알맹이가 없는' 보고서에 속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초자연적이거나 변칙적인 측면이 제대로 강조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재단이 이 대상에게 격리 절차를 적용해야 할 당위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짧게 말해, 그냥 변칙 항목 수준처럼 보일 뿐, SCP 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여기서 제가 초점을 두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제가 다른 분들께 조언을 할 때, 저는 종종 다음의 조언을 합니다.
영어 위키의 SCP 항목들 중, 일련번호가 대략 250 이하의 초창기 항목들은 가급적 참고하지 마세요.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바로 SCP-005 와 SCP-091 이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전자는 지각을 갖추고 있고, 후자는 인식재해라는 특징이 있기에 SCP 로서 등재가 가능했겠지만요. 이와 같은 SCP 들이 오늘날 다시 제안된다면 아마 광속으로 삭제될 운명에 처할 겁니다. 초창기인 만큼, 지구 반대편 코쟁이 양반들이 재단 활동을 하면서 많이들 헤맸다는 것을 시사하는 오래된 항목들이지요.
이 무렵의 SCP 들은 종종 변칙 항목과 SCP 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듯 보입니다. 물론, 그 중에도 정말로 괜찮은 이해를 보이는 아이디어도 적지 않고,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적인 항목들도 대개 그쪽에 포진해 있긴 합니다만, 매혹적인 괴담으로서의 성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만큼은 부정할 수 없군요. 오늘날의 (발음하기도 애매한) Thaumiel 같은 등급까지 튀어나오는 추세를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무엇이 SCP 와 변칙 항목을 구분하느냐는 간단합니다. 특수 격리 절차(Special Containment Procedure)가 적용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SCP 이지만, 그냥 적당히 변칙 항목 보관소, 심지어는 아무개 박사의 서랍에 던져넣어도 무방한 것이라면 그것은 변칙 항목이 됩니다. 격리를 위한 재단의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SCP 이고, 그런 것이 별도로 필요치 않거나 극히 미미하다면 그것은 변칙 항목이 됩니다.
만일 이와 같은 지적을 받으셨다면, 여러분의 설정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점검하세요. 여러분의 SCP 아이디어가 변칙 항목에 더 어울리는지, 아니면 SCP 로서 더 어울리는지 판단하세요. 전자라면 변칙 항목 목록에 추가하거나, 내지는 설정을 보완하고 추가하여 어엿한 SCP 가 되도록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후자라면 여러분의 설명: 에서 어느 부분에 변칙성에 관련된 서술이 누락되었거나 불충분한지 확인하세요. 다만, 변칙 항목처럼 보이는 SCP 를 당당하게 정규 SCP 목록에 게시하는 것만큼은 하지 마세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변칙 항목을 다루는 페이지에서도 더 많이 설명을 하게 될 듯하군요.
대상, 대상, 대상, ……
네, 아마도 이 부분은 저 말고는 딱히 다른 사람은 문제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 기회를 빌어 약간 의견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종종 SCP-KO 보고서들을 보다 보면 유독 '대상' 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네, 물론 그 보고서의 주인공이 되는 SCP 를 지칭하는 표현이지요. 그런데 꼭 대상이라는 표현만을 써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대상이라는 표현도 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죠. '개체' 라는 표현도 있고, 위의 예시에서 한번 나왔듯이 '모체' 라는 표현도 (그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명확히 알려진 이상) 제한적으로 써 볼 수도 있겠고, SCP 에 따라서는 '현상' 이나 '징후' 같은 표현도 써 볼 만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SCP 일련번호가 있지요.
영어 위키 쪽의 보고서들은 SCP 일련번호를 굉장히 즐겨 활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유달리 일련번호의 활용에 인색한 듯 보입니다. 뒷부분에 -KO 가 붙어서 더 길고 복잡해 보여서 그런 걸까요? 자세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간혹 이 보고서가 다루는 SCP 의 일련번호가 도대체 뭔지도 기억에 안 남을 보고서도 접하곤 합니다. 반면 영어 위키 쪽의 보고서에서는 각각의 문단마다 거의 반드시 일련번호로 시작하는 항목들이 적지 않더군요.
'대상'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표현의 명확성을 위해서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SCP 항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고서입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인류 전체를 위협에 빠뜨릴 수도 있는 중대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때로 이런 보고서들은 매우 긴박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긴급하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독자들에게 '대상' 표현의 남용은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SCP-XXX-KO-1, SCP-XXX-KO-2, …… 와 같은 여러 명칭들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뒤섞일 때입니다. 여기에 SCP 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 이야기나 기동 특무부대 이야기, 제보자나 공권력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전체적으로 가독성은 심하게 떨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다소간 문법적인 문제입니다. '대상' 이 지칭하는 것이 무엇인지 특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의미의 중복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명:
대상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2×2 cm 형태의 정육면체 주사위로서, 각각의 면에 숫자가 원형의 홈으로 새겨져 있다. 대상의 내부는 투명하며, 재료의 확실한 성분분석을 위해 0.5 g 의 샘플이 채취되었다. 대상은 재료공학 연구실에 있으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화학 연구소의 실험도 받을 예정이다.
대상의 변칙성은 각 면에 새겨진 숫자 홈과 관련이 있다. 만일 대상이 던져진 후 한 면을 하늘로 하여 정지하게 되면, 대상으로부터 푸른빛을 띤 흰색의 연기가 [편집됨] cm3 크기로 피어오르게 된다. 대상은 이후 작은 사람 손 모양으로 변하고, 던진 사람을 가리키면서 그 숫자에 해당하는 날짜 동안 자신의 소유물을 그 숫자에 해당하는 개수만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음성 자료에 대해서는 별첨 파일을 참고할 것. 한편 대상이 경고한 개인 소유물의 분실 횟수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 힘으로 대상을 던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대상과 상호작용할 경우에는 대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략)
고작 두 문단에 불과한 짧은 단락입니다만 '대상' 소리가 대체 몇 번이 나왔는지를 모르겠군요. 자, 여기서 혼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도 세 부분이 있습니다.
- 재료공학 연구실에 있는 것은 해당 SCP 인가, 아니면 연구를 위해 채취된 샘플인가?
- 작은 사람 손 모양으로 변하는 것은 해당 SCP 인가, 아니면 SCP 에서 피어오른 연기인가?
- 개인 소유물의 분실 횟수는 해당 SCP 를 던지는 힘에 좌우되는가, 아니면 연기를 움켜쥐고 집어던지는 힘에 좌우되는가?
물론 이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긴 합니다. 의미가 중복되기는 합니다만 아주 모를 만한 난제는 아니지요. 하지만 보세요, '대상' 이란 단어는 이렇게 애매하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위의 예시에서 우스꽝스럽고 황당하게 보이는 '대상' 의 향연으로 인한 혼란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저는 이 단락을 다음과 같이 고치고 싶군요.
설명:
SCP-XXX-KO 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2×2 cm 형태의 정육면체 주사위로서, 각각의 면에 숫자가 원형의 홈으로 새겨져 있다. 해당 개체의 내부는 투명하며, 재료의 확실한 성분분석을 위해 0.5 g 의 샘플이 채취되었다. SCP-XXX-KO 는 재료공학 연구실에 있으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화학 연구소의 실험도 받을 예정이다.
SCP-XXX-KO 의 변칙성은 각 면에 새겨진 숫자 홈과 관련이 있다. 만일 대상이 던져진 후 한 면을 하늘로 하여 정지하게 되면, 하늘을 바라보는 면의 홈으로부터 푸른빛을 띤 흰색의 연기가 [편집됨] cm3 크기로 피어오르게 된다. (이를 SCP-XXX-KO-1 이라고 명명한다.) SCP-XXX-KO-1 은 이후 작은 사람 손 모양으로 변하고, 던진 사람을 가리키면서 그 숫자에 해당하는 날짜 동안 자신의 소유물을 그 숫자에 해당하는 개수만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음성 자료에 대해서는 별첨 파일을 참고할 것. 한편 SCP-XXX-KO-1 이 경고한 개인 소유물의 분실 횟수는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 힘으로 주사위를 던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SCP-XXX-KO 와 상호작용할 경우에는 연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략)
제가 보기엔, 적어도 이전의 버전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고, 훨씬 정확 명료합니다. 물론 아이디어의 측면에서는 크게 기대할 만한 건 없어 보이지만 말이지요.
특수 격리 절차와 설명의 내용적 차이
설명: 을 쓰시다가 중간에 문득 멈추어 선 후, 이것이 과연 설명: 에 들어가야 할 부분인지 아니면 특수 격리 절차: 에 들어가야 할 부분인지 고민하셨던 적이 있으십니까? 종종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제 말은, 아예 그런 고민을 한 번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하다는 거지요. 실제로 특수 격리 절차에 들어갈 만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요? 저는 여기서 그 서술의 목적을 들고 싶습니다. 만약 특수 격리 절차: 의 내용 중 일부가 서술의 목적이 다소 달라진다면, 그 단락은 거기서 빼내어 설명: 으로 넣어야 합니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특수 격리 절차의 서술목적과 설명의 서술목적은 서로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히 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 특수 격리 절차: 격리에 필요한 실제적인 정보들이 기록됩니다. 그 목적은 격리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이 재단이 건재할 때, 또는 재단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최소한의 정보만을 바탕으로 최대 또는 최적의 효율을 보이는 격리활동을 유지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특수 격리 절차의 내용은 명료할수록 좋고, 그와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격리 활동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특수 격리 절차입니다. 만일 SCP 보고서에서 다른 부분이 전부 분실되고 이 부분만 남았을 때, 인원들은 자신이 격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반적인 정보를 얻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그것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실제적인 방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 설명: 격리에 관련된 개괄적인 정보들이 기록됩니다. 그 목적은 격리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인원들이 자신이 격리하고 있는 대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게 하기 위함입니다. 설명의 내용은 재단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변칙적 특성들 ─ 즉 격리활동에 있어 어떤 영감 또는 영향을 주거나 잠재적으로 격리의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 모든 것들 ─ 만을 포함하지만, 격리활동과 무관한 특성들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만일 SCP 보고서에서 다른 부분이 전부 분실되고 이 부분만 남았을 때, 인원들은 자신들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격리하는 실제적인 방법은 그들 스스로 찾아가야만 합니다.
어떻습니까? 네, 이렇게 써 놓으면 오히려 더욱 헷갈린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준비해 봤습니다.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세요.
1. 다음의 문장들을 읽고, 특수 격리 절차와 설명에 해당하는 것들을 찾아서 분류하시오.
- 1) SCP-XXX-KO 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인원은 반드시 전신에 사슬의 형태로 문신을 해야 한다.
- 2) 현재 이 개체가 알렉실바 대학교에 의해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있다.
- 3) 기동 특무부대 입실론-85 "발레리노" 가 근접항공지원을 받은 직후 일차적 봉쇄에 성공하였다.
- 4) 무효화된 SCP-XXX-KO-1 중의 대략 98 % 는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방출한다.
- 5) Helmreich 교수의 사망 이후, 대상의 격리 인가는 제 3 초소에 파견된 격리 인원들이 인계받은 상태이다.
- 6) SCP-XXX-KO 의 이와 같은 변칙적 특성은 종종 격리 인원들에게 가벼운 우울증을 야기한다.
- 7) SCP-XXX-KO-1 과 SCP-XXX-KO-2 가 격리된 방은 모두 300 lux 이하의 조명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 8) "불행히도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나은 버전의 기록입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를 구해 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이것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 171 기지 감독관 Janet
- 9) 매주 월요일마다 과학 센터 1 층에서 SCP-XXX-KO 의 활성화를 막기 위한 C-C-15 프로토콜이 진행된다.
- 10) "주의. 흔히 '청풍명월' 로 알려진, SCP-XXX-KO 의 마지막 특성에 대해 열람하고자 하시는 분은 이하를 열람하기 전에 O5 평의회의 사전 인가가 필요합니다."
2. 다음의 내용을 읽고, 그 중에 설명인데 특수 격리 절차에 포함되거나, 또는 그 반대인 부분을 찾아서 개정하시오.
특수 격리 절차:
SCP-XXX-KO 는 제 59 기지 산하 알파-13 초소에서 관리되고 있다. SCP-XXX-KO 와 접촉하는 초소의 모든 인원들은 매일 근무투입 시에 사이킥 저항 키트를 장비해야 하며, 수치가 40 이상으로 나오는 인원은 그 날의 업무를 끝내고 조기 철수한다. 정상 수치의 범위는 5~15 사이, 안전 범위는 40 미만이다. 투입된 인원들은 SCP-XXX-KO 의 내부에 세워진 파장 공명 안테나들의 상태를 4 시간 간격으로 체크한다.
재단은 2 km 거리에서 원격 사이킥 레이더를, 그리고 30 km 거리에서 사이킥 그리드 장비를 활용하여 영향력의 범위를 체크하게 되어 있다. 레이더와 기타 장비의 사용 인원은 일반적인 유클리드급 SCP 담당 인원의 조건과 동일하게 하되, 알파-13 초소와 접촉하는 인원들은 사이킥 저항 키트를 보급한다. SCP 의 영향력의 범위에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4 등급 이상의 보안 인가 소유자에게 알려야 한다.
SCP-XXX-KO 가 위치한 산림은 재단이 소유한 사유지로 운영하고, 외곽에 전기 철조망을 설치하고 경고 표지판을 세워서 민간인의 출입을 엄금한다.
설명:
SCP-XXX-KO 는 아프리카 중부 [편집됨] 에 위치한 지하 인공물이다. 지름 3 m 의 입구는 지면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단 하나만이 존재하며, 사다리와 같은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진입시 로프와 하네스가 필요하다. 지하에는 대략 15 m 마다 하나씩 높이 3 m 의 층이 존재한다. 현재 재단은 총 44 개 층을 확인하였고, 그 아래로도 탐사되지 않은 층이 적어도 20 여 층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각각의 층에 도달 시 한 층에 하나씩 파장 공명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각각의 층에는 밝혀지지 않은 물질로 이루어진 기둥이 기하학적인 배치를 이루어 4~36 개씩 존재하며, 이 기둥들은 둘레 1.8 m 이며 외관상 어두운 푸른빛의 형광색을 띠고 있다. SCP-XXX-KO 는 24 시간 내내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시키며 사고의 심각한 붕괴를 초래하는 정신감응 파장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둥들의 배치 내지는 구성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다만 기둥 하나하나로부터 그런 효과가 나와서 합쳐진다기보다는, 기둥들의 전체적 배치로 인한 창발(創發)적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SCP-XXX-KO 의 파장은 이를 중심으로 최대 반경 2 km 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걸쳐 전송되며, 그 매질은 재단의 과거 [데이터 말소] 기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의 신경과학 연구소는 이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도록 공명 안테나를 개발하여 파장의 일부를 흡수하도록 했으며, 현재 SCP-XXX-KO 의 범위는 400~500 m 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더 깊은 층까지 탐사가 이루어짐에도 범위의 축소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탐사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50 층 이후부터는 한 층에 두 개씩 안테나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어째서 이 개체가 인적 드문 오지의 삼림에 존재하는지도 불가사의하나, 일부는 해당 SCP 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곳이 오지가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부록:
Axcell 연구원의 제안투입되는 인원들의 사이킥 저항 키트의 수치를 59 기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SCP 는 기억을 조작하고 있고, 따라서 내부에서 탐사를 지속하는 인원들이 자신의 사이킥 저항 키트의 수치를 확인할 때, 그들의 감각기억과 작업기억이 영향을 받아 조작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수치가 40 을 월등히 초과함에도 그렇지 않다고 여기거나, 그들이 그곳에서 뭔가 단서를 발견하더라도 그렇지 못하다고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첫째 질문을 봅시다. 1 번과 2 번은 꽤나 쉽습니다. 특히 '~해야 한다', '~하게 되어 있다' 와 같은 화법은 특수 격리 절차의 그것이니까요. 알렉실바 대학교에 대한 가설 역시, 격리활동에 대한 정보라기보다는 해당 SCP 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에 더 가깝습니다. 상당히 명백하게 답이 나오게 되었군요. 3 번의 경우는 사실 함정입니다. 솔직한 제 의견은, 이건 특수 격리 절차도 아니고 설명도 아닙니다. 이건 부록, 그 중에서도 확보 기록 내지는 사건 기록일 겁니다. 그러나 정말 가끔씩, 구태여 따지자면 설명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약간은 있겠네요.
4 번을 보죠. 격리 절차에 관련된 서술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만일 이를 특수 격리 절차에 포함할 경우 "SCP-XXX-KO-1 은 무효화될 경우 대략 98 % 의 확률로 격렬하게 폭발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방호구를 갖춘 인원만이 접근해야 한다." 라고 다시 쓰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5 번은 격리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특수 격리 절차에 해당합니다. 6 번의 경우, SCP 의 변칙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 중 일부이므로, 특수 격리 절차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설명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7 번도 정말 쉬운 예시이니 넘어갑니다.
8 번은 "과연 이것이 우리를 구해 줄지는" 부분이 힌트입니다. 실제 격리에 관련된 내용이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가 포함되어 있지요. 따라서 Janet 의 메시지는 특수 격리 절차의 첫머리에 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9 번은 상당히 까다로운 사례인데, 본질적으로는 특수 격리 절차에 해당하지만, 특수 격리 절차에 실제로 넣기 위해서는 문장을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합니다. "적어도 170 시간에 한 번 이상은 SCP-XXX-KO 로부터 반경 60 m 이내에서 C-C-15 프로토콜을 진행하여 활성화를 막게 되어 있다." 마지막 10 번의 메시지는 "마지막 특성에 대해 열람하고자" 부분이 힌트로, 특성에 대한 정보이므로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1 번 질문의 정답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겁니다.
특수 격리 절차: 1), 5), 7), 8), 9)
설명: 2), 4), 6), 10)
이제 2 번 질문입니다. 그럭저럭 무난한 설정과 분량의 SCP 보고서로군요. 사실, 이 보고서의 특수 격리 절차: 에는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명: 에 특수 격리 절차의 일부를 약간 끼워넣었지요. 어딘지 찾아보셨나요? 저는 대략 다음과 같은 부분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
SCP-XXX-KO 는 아프리카 중부 [편집됨] 에 위치한 지하 인공물이다. 지름 3 m 의 입구는 지면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단 하나만이 존재하며, 사다리와 같은 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진입시 로프와 하네스가 필요하다. 지하에는 대략 15 m 마다 하나씩 높이 3 m 의 층이 존재한다. 현재 재단은 총 44 개 층을 확인하였고, 그 아래로도 탐사되지 않은 층이 적어도 20 여 층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각각의 층에 도달 시 한 층에 하나씩 파장 공명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각각의 층에는 밝혀지지 않은 물질로 이루어진 기둥이 기하학적인 배치를 이루어 4~36 개씩 존재하며, 이 기둥들은 둘레 1.8 m 이며 외관상 어두운 푸른빛의 형광색을 띠고 있다. SCP-XXX-KO 는 24 시간 내내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시키며 사고의 심각한 붕괴를 초래하는 정신감응 파장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둥들의 배치 내지는 구성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다만 기둥 하나하나로부터 그런 효과가 나와서 합쳐진다기보다는, 기둥들의 전체적 배치로 인한 창발(創發)적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SCP-XXX-KO 의 파장은 이를 중심으로 최대 반경 2 km 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걸쳐 전송되며, 그 매질은 재단의 과거 [데이터 말소] 기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의 신경과학 연구소는 이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도록 공명 안테나를 개발하여 파장의 일부를 흡수하도록 했으며, 현재 SCP-XXX-KO 의 범위는 400~500 m 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더 깊은 층까지 탐사가 이루어짐에도 범위의 축소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이 때문에 탐사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50 층 이후부터는 한 층에 두 개씩 안테나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어째서 이 개체가 인적 드문 오지의 삼림에 존재하는지도 불가사의하나, 일부는 해당 SCP 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곳이 오지가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은 여러분이 여기에 동의한다고 가정하고, 이에 맞춰서 새롭게 보고서를 개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하는 개정된 보고서입니다.
특수 격리 절차:
SCP-XXX-KO 는 제 59 기지 산하 알파-13 초소에서 관리되고 있다. SCP-XXX-KO 와 접촉하는 초소의 모든 인원들은 매일 근무투입 시에 사이킥 저항 키트를 장비해야 하며, 수치가 40 이상으로 나오는 인원은 그 날의 업무를 끝내고 조기 철수한다. 정상 수치의 범위는 5~15 사이, 안전 범위는 40 미만이다. 로프와 하네스를 장비하여 투입된 인원들은 SCP-XXX-KO 의 내부에 세워진 파장 공명 안테나들의 상태를 4 시간 간격으로 체크한다. 각각의 안테나들은 새롭게 도달하는 층마다 한 층에 하나씩 설치되어야 하나, 50 층 이후부터는 한 층에 두 개씩 설치되어야 한다.
재단은 2 km 거리에서 원격 사이킥 레이더를, 그리고 30 km 거리에서 사이킥 그리드 장비를 활용하여 영향력의 범위를 체크하게 되어 있다. 레이더와 기타 장비의 사용 인원은 일반적인 유클리드급 SCP 담당 인원의 조건과 동일하게 하되, 알파-13 초소와 접촉하는 인원들은 사이킥 저항 키트를 보급한다. SCP 의 영향력의 범위에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4 등급 이상의 보안 인가 소유자에게 알려야 한다.
SCP-XXX-KO 가 위치한 산림은 재단이 소유한 사유지로 운영하고, 외곽에 전기 철조망을 설치하고 경고 표지판을 세워서 민간인의 출입을 엄금한다.
설명:
SCP-XXX-KO 는 아프리카 중부 [편집됨] 에 위치한 지하 인공물이다. 지름 3 m 의 입구는 지면에 대하여 수직 방향으로 단 하나만이 존재하며, 사다리와 같은 시설이 전무하다. 지하에는 대략 15 m 마다 하나씩 높이 3 m 의 층이 존재한다. 현재 재단은 총 44 개 층을 확인하였고, 그 아래로도 탐사되지 않은 층이 적어도 20 여 층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층에는 밝혀지지 않은 물질로 이루어진 기둥이 기하학적인 배치를 이루어 4~36 개씩 존재하며, 이 기둥들은 둘레 1.8 m 이며 외관상 어두운 푸른빛의 형광색을 띠고 있다. SCP-XXX-KO 는 24 시간 내내 인간의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시키며 사고의 심각한 붕괴를 초래하는 정신감응 파장을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둥들의 배치 내지는 구성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견해가 대다수이다. 다만 기둥 하나하나로부터 그런 효과가 나와서 합쳐진다기보다는, 기둥들의 전체적 배치로 인한 창발(創發)적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SCP-XXX-KO 의 파장은 이를 중심으로 최대 반경 2 km 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걸쳐 전송되며, 그 매질은 재단의 과거 [데이터 말소] 기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의 신경과학 연구소는 이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도록 공명 안테나를 개발하여 파장의 일부를 흡수하도록 했으며, 현재 SCP-XXX-KO 의 범위는 400~500 m 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더 깊은 층까지 탐사가 이루어짐에도 범위의 축소량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어째서 이 개체가 인적 드문 오지의 삼림에 존재하는지도 불가사의하나, 일부는 해당 SCP 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곳이 오지가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부록:
Axcell 연구원의 제안투입되는 인원들의 사이킥 저항 키트의 수치를 59 기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SCP 는 기억을 조작하고 있고, 따라서 내부에서 탐사를 지속하는 인원들이 자신의 사이킥 저항 키트의 수치를 확인할 때, 그들의 감각기억과 작업기억이 영향을 받아 조작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수치가 40 을 월등히 초과함에도 그렇지 않다고 여기거나, 그들이 그곳에서 뭔가 단서를 발견하더라도 그렇지 못하다고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네, 그렇습니다.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기에 로프와 하네스가 필요하다" 라는 완성된 하나의 문장은, 사실 특수 격리 절차: 와 설명: 의 각각의 내용이 혼재되어 있는 겁니다. 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보는 해당 SCP 의 일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이며, 로프와 하네스가 필요하다는 정보는 재단이 이 개체를 격리하기 위한 활동에 필요한 준비물이므로 특수 격리 절차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문장을 둘로 나누어서 서로 다른 부분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이렇게까지 깐깐하게 나눌 필요는 많지 않은데, 이 정도로 세세하게 비평하고 이를 근거로 비추천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너무 지나친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되고, 그냥 이와 같은 문제가 너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면 됩니다.
설명과 부록의 내용적 차이
마찬가지로, 설명의 내용 중 일부가 사실은 부록에 해당하는 부분인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입수 경로 또는 확보 경위에 대한 겁니다. 재단이 그 SCP 를 평화롭게 획득하든지 아니면 기동 특무부대를 동원하여 여럿 죽고 다친 끝에 간신히 확보하든지 간에요. 모든 확보 경위가 다 부록: 에 적힐 만한 것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오히려 그쪽에 더 어울려 보이는 내용이 많습니다. 반대로 설명에 있어야 할 내용이 부록에 적히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나중에 부록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어떤 SCP 의 확보에 대해 적고 싶으시다면, 다음을 점검하시기를 권장합니다.
- 여러분이 쓰시려는 확보 기록이 SCP 보고서에 기재될 만큼 격리에 있어 중대한 시사점을 담고 있나요?
-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의 확보 기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으로 볼 수 있나요?
첫째 필터는 과연 그 정보가 보고서에 기록할 만큼 중요한 정보인가 하는 점입니다. 별 시덥잖은 내용을 보고서에 기록하는 것은 정말이지 무의미해 보이며, 이 SCP 가 어떻게 입수되었는가에 대한 부분은 필수적으로 기록해야만 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SCP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격리에 대한 보고서이고, 설명: 부분이 특수 격리 절차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전반적 배경지식을 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건 기록 역시 특수 격리 절차를 위해 봉사하는 입장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확보되었는가 하는 내용은, 특수 격리 절차에 뭔가 반영된 계기가 되었거나 아니면 다른 시사점을 제공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구태여 포함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필터는 여러분의 기록이 사건인가 아닌가 하는 겁니다. 만일 사건이라면 사건 기록으로 만들어서 부록: 쪽으로 빼낼 수 있을 것이며, 사건이 아니라면 설명: 부분에 편입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5 그런데 잠깐, 무엇이 사건인지 사건이 아닌지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그보다, 사건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사실 이에 대해 확실하게 정립된 의견은 저로서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한 가지 기준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만일, 재단의 실수나 과오, 불찰, 또는 시행착오로 인해 많은 민간인들이 죽거나 다치고 재단의 인적 자원들이 손실을 입으면, 그것은 사건입니다. 따라서 재단 보고서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사건 기록의 형태로 편입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더라도 그것이 재단과 무관한 연유로 발생했다면, 예를 들어 그 SCP 가 너무 위험하고 적대적이며 강력해서 재단이 손을 쓰기 전에 인명의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면, 그것은 재단에서 사건으로 다루지 않을 겁니다.
제 정의가 받아들여지는 전제 하에서, 저는 이하의 세 가지 사례를 각각 서로 다르게 판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CP-XXX-KO 는 남미를 여행하던 한 중국 국적의 여행자가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 우연히 발견하었다. 당초 이것은 지역의 이름없는 작은 박물관에 기증되었으나, 이내 박물관이 도산하면서 마샬 카터 & 다크 주식회사와 모종의 [편집됨] 로 가격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주시 단체를 감시하던 재단이 이를 발견했으며, 확보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무사히 회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SCP-XXX-KO 는 건설이 중단된 어느 폐건물 3 층에서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기동 특무부대원들이 건물을 봉쇄했을 때 그것은 이미 3 층 전체를 뒤덮어 가고 있었으며, 계단을 따라 접근하자 SCP-XXX-KO 군체들이 뿜어내는 가스로 인해 대기가 연녹색을 띠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가스의 농도는 재단이 예상했던 것의 3 배에 가까웠으며, 기동 특무부대원들의 표준 방독면과 강화 슈트를 서서히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선발대로 보냈던 1 개 분대가 완벽하게 무력화된 후, 3 개 기동 특무부대의 합동 작전을 통해 SCP-XXX-KO 의 확보에 성공하였다. 이것은 해당 군체의 가스가 무기물을 부식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유일한 사례이다.
최초 확보 직후 SCP-XXX-KO 가 격리를 깨고 탈출에 성공, 기지 인근의 민가에 인적, 물적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재단은 해당 개체가 단지 약한 결속으로 서로를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쉽사리 격리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사건 발생 이후 CCTV 영상 분석 결과 해당 개체가 인근의 다른 격리 인원에게 정신 조작을 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SCP-XXX-KO 는 무인 회수 로봇에 의해 무사히 확보되었으며, 새롭게 밝혀진 변칙적 특성이 격리 절차에 반영되었다.
첫째 사례는 그냥 이도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기록은 보고서가 아무리 휑하고 텅 비어 있다고 해도 가급적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둘째 사례는 쉽게 말해 회수 기록으로, 저는 이와 같은 기록은 "최초 확보 당시, 기동 특무부대원들의 작전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SCP-XXX-KO 는 650 m2 이상 확장에 성공할 경우, 배출하는 가스에 무기물을 부식시키는 성분이 포함되는 특성이 있다." 라고만 써서 설명: 에 넣는 것을 권장합니다. 한편 셋째 사례는 사건 기록으로서, 그냥 무난한 수준으로 부록: 에 적당히 넣을 만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이것 역시 너무 가혹하게 판단하면서 골똘히 고민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주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작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요. 따라서 포럼을 통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의논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가 위에 적어 놓은 것들은 적어도 제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적절해 보인다고 느낀 방안을 기록한 겁니다. 위에서도 한번 언급했지만, 너무 눈에 띄이거나 가독성을 해칠 정도만 아니면 됩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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