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아이디어에 대하여

sw19classicsw19classic 의 SCP-KO 작성 가이드

이 페이지는 작가 여러분께서 SCP-KO 항목을 작성하실 때 약간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제 가이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며, 제 가이드와 함께 다른 작가분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반영하시는 것을 더욱 권장합니다. 사실, 여러분들을 위한 더욱 좋은 가이드는 "최고 평점 페이지" 목록이 될 것이며, 가장 궁극적으로는, 여러분께서 지금까지 읽어 오셨던 수많은 책들이 될 것입니다.

시간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솔직히 한 마디 말씀드리죠. 저는 SCP 재단이라는 사이트가 뭇 네티즌들에게 다음과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그치는 것을 정말로 염려하고 있습니다.

……아, SCP 재단? 나도 거기 한번 들어가서 좀 읽어봤었는데 ㅋㅋ SCP 재단 재밌지 ㅋㅋ 근데 다 그냥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서 읽다 말았음 ㅇㅇ

네, 저는 이런 반응을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파트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여러분도 이제 짐작이 되실 겁니다. 그냥 SCP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인상적인 SCP 아이디어를 말하는 겁니다. 적당히 잘리지 않을 만큼의 추천만을 받고 만족하는 SCP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덧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SCP 아이디어를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SCP-KO 목록 중에서 이와 같은 SCP 보고서들은 몇 개나 찾을 수 있을까요?

만약 그저 그런 수준의 감흥만을 불러일으키는 SCP 보고서가 있다면, 이것은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작가의 필력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작가의 아이디어가 빈곤하다는 뜻이거나. 전자는 많은 수의 SCP 보고서들을 읽는 것, 평소에 다양한 주제의 양질의 책들을 다독하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어떻게 하죠? 아이디어는 창의성에 관련된 것이 아닙니까? 만약에 포럼에서 누군가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면, 무엇이 문제라는 뜻일까요?

음… 그냥저냥한 SCP 네요. 어느 쪽으로도 평가하기 어려운데요. 일단은 보류할게요.1

딱히 흥미를 잡아끌 만한 부분이 없군요. 무난한 SCP 이긴 하지만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좀 아쉽네요. 뭔가 크게 비트는 부분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여러분이 몇 날 며칠을 끙끙거리며 만든 작품이 이 정도의 평가밖에는 받지 못한다면 서글픈 일이 되겠지요. 이제부터 제가 이 대목에서 드릴 수 있는 몇몇 조언들을 서술하려 합니다만, 하나의 조언으로서만 여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애석한 것은, 이하의 여러 시도들이 위키 역사 속에서 전혀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수가 독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데에 결국 실패했다는 겁니다.

창의성을 향하여

잠깐만,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볼까요.2

1. 발목양말 한 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최대한 많이 나열하시오.

2. 늦잠을 자는 것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최대한 많이 나열하시오.

3. 눈을 감으시오. 여러분이 바닷가에 있다고 상상하고, 상상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나열하시오.

4. 이 영상을 시청하시오. 이 영상의 뒷부분에 1 분의 내용을 추가로 이어붙인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새롭게 추가할 수 있을 듯한 오브제나 패턴을 최대한 많이 나열하시오.

5. 점 아홉 개를 3×3 형태로 배열하시오. 이 점들을 연결하여 그릴 수 있는 그림을 최대한 많이 제시하시오.

대략 어떤 종류의 사고활동인지 감이 잡히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딱 잘라 답이 있을 법하지는 않은 질문들이지요. 흔히 말하는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의 일환으로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런 종류의 사고활동을 어려워하는 분들은, 적어도 제가 보기엔, 자신의 경험에 많이 의존하려 하는 듯하더군요. 사실 저도 이런 질문에 답하라고 한다면 쉽사리 답할 자신은 없지만 말입니다.

기존에 없던 무언가에까지 상상이 닿는 것은 분명 놀라운 재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이고, 언제나 미리 주어져 있는 (그러나 숨겨진) 정답을 찾도록 훈련받아 왔지요. 여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답 찾기' 기질이 발동하곤 합니다. 반면 뛰어난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은 종종 주위로부터 이런저런 구박을 받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소위 '병맛' 코드는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려는 거친 표출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SCP 재단 위키에서도 '정답' 을 찾으려는 유혹이 쉽게 찾아옵니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아닌, 이미 그 호응이 검증된 방식, 못해도 중간은 갈 만한 무난한 속성, 보고 따라하기에 괜찮아 보이는 연구원 코멘트,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이 SCP 보고서의 '왕도' 인 것처럼 보여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다 비슷비슷하지만 읽다 보면 금방 질리는" SCP 목록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독자들이 계속해서 이 보고서에서 저 보고서로 링크를 타며 읽게 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보고서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보고서에서 "기존에 생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 가 나타나야 합니다.

독창적인 설정의 실제

먼저 생각해 볼 만한 것은 독창적인 소재를 찾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부한 클리셰 목록을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모두들 조각상으로 SCP 를 만들고, 미래를 내다보는 창문을 만듭니다. 또한 모두들 개나 고양이를 소재로 삼고, 모양은 대부분 원이나 삼각형, 사각형과 관련이 있는 SCP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자를 소재로 하거나, 원더테인먼트 박사, AWCY 같은 건 단골 손님이죠. 과감하게 정반대의 시도를 해 보세요. 흔치 않은 것을 소재로 삼으셔도 좋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구상이 진행되면서 후보에서 탈락할지도 모르지만, 뜻밖의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해 볼 만합니다.

예를 들면 이하와 같은 방식으로 설정노트를 만들어 볼 수 있겠지요. (제가 예를 들어 드린 그대로 쓰려고 하지 마세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넓히는 것도 좋다는 조언입니다. 이대로 썼다간, 어지간해서는 실패할 것 같군요.)

  • 동물을 소재로 SCP 를 만들고자 합니다. 창의적인 동물의 종(species)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 동물의 변칙적 특성을 정하고자 할 때, 공간의 왜곡이나 정신자, 충동, 시간여행이 아닌 다른 특성으로 정한다면 무엇이 좋을까요?
    • ex)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공연예술 관련 + 지능 존재 + 장난감으로 사용
  • 특정 물건을 소재로 SCP 를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그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요?
    • ex) 시골 목공소, 베니어판 압착기 / 테이블 톱 / 줄자 / ……
  • SCP 의 모양을 정하려고 합니다. 도형에 대해 암묵적으로 갖고 있는 전제가 있다면 무엇이며, 이를 깨뜨리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ex) 완성된 형태 / 일부분이 물어뜯긴 듯한 오각형, 적절한 크기 / 도시의 구획을 따라 형성된 도형, 적절한 형태 / 1024각형
  •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SCP 를 만들려고 합니다. 전통적이지 않으면서 한국적인 것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 ex) 전세(傳貰), 초고속 유/무선인터넷, 갑을관계, 징병제, 성냥갑 모양의 고층 아파트 숲

그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하나의 소재를 정한 후 마인드맵을 그려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를 소재로 SCP 를 만들고자 했다면, 이를 시작으로 마인드맵을 그린 후,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에 위치한 개념들을 나무와 연결하거나, 그 개념들끼리 서로 연결해서 나무가 아닌 다른 SCP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군요. 이 방법은 저 역시 시도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상당히 창의적이고 인상적인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해 봅니다.

창의적인 소재에 있어 예시로 삼을 만한 SCP-KO 를 둘 꼽자면 아마 SCP-014-KOSCP-380-KO 가 있겠군요. 흥미롭게도 둘 다 메타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SCP 에 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어떤 SCP 가 만들어지면, 그 SCP 의 작가는 어지간해서는 그 SCP 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애착을 느낍니다. 물론, 자기 자신이 공들여 만든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딱히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세부 설정과 착상 계기를 알고 있는 작가와는 달리, 독자들은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그 SCP 를 접하게 됩니다. 게다가, 본질적으로 '남의 작품'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간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독자들의 객관화는 결국 작가와 독자 간의 간극을 낳게 됩니다.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은 먼 거리에서 풀을 뜯는 염소를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염소가 풀을 씹다가 삼키는 모습, 염소의 체형과 털의 색깔 등등을 느긋하게 살핍니다. 그러다가 염소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어딘가를 빤히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이후 염소가 저편으로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면? 사실 여러분은 급할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여러분은 '안전한' 이곳에서 염소라는 '객체' 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이죠. 염소가 갑자기 뭔가를 느끼고 달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체로는 흥미롭긴 하겠지만 여러분의 심장이 급히 뛰거나 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일 이 염소가 풀을 뜯다 말고 여러분 쪽을 정확히 마주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망원경 속에서 염소와 여러분이 뜻밖의 아이 콘택트를 하는 겁니다. 마치 여러분이 거기서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죠. 다음 순간 이 염소가 갑자기 여러분 쪽을 향해 마구 달려오기 시작한다면? 자, 이건 좀 문제가 되겠군요. 이제 이 염소는 '여러분이 감당하고 대처해야 할 여러분의 문제' 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급히 상황을 판단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과 SCP 의 관계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SCP 의 특성이 여러분의 통제 하에 있다고 느낀다면 그 SCP 가 그 어떤 괴악한 모습을 보이든 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냥 남의 이야기일 따름이지요. 그냥저냥 재미있게 읽기는 하겠지만 딱히 심정적으로 와닿는 뭔가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이 SCP 가 여러분의 당장의 삶에, 여러분의 바로 주변에, 여러분이 통제할 수 없지만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건 문제가 됩니다.

독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방법 중 하나는 독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할 법한 주제를 가지고 SCP 로 만드는 것입니다. (단, 이 과정에서 창의성이 빈곤해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이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같은 생각쯤은 한 번 정도 합니다. 그러나 그뿐이죠. 대개는 그냥 그러고 넘기지만, 작가는 그걸 잡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SCP 소재를 찾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충실하면서 ─ 기왕이면 설거지나 빨래, 청소 등의 활동을 하는 것도 권장하고 싶습니다만 ─ 그 속에서 SCP 로 삼을 만한 것을 찾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지금까지 무심한 시선에서 보아 왔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도 있습니다. SCP 대상이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정보에 더 귀를 기울인다고 하지요. 여러분의 SCP 도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단순히 재단에게 안전히 격리된 것이 아니라, 당장 독자에게도 의미를 갖는다고 말입니다. 이런 장치는 결과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과거에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이나 행동에 대해서조차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거나 껄끄럽게 만들 수 있고, 더 나아가 실제로(!) 그것을 의식하고 약간의 정서변화를 느끼는 것까지도 노릴 수 있습니다. 단, 이 효과를 줄 때에는 자칫 SCP 가 비격리 속성을 갖게 될 수도 있으며, 이것은 특수 격리 절차를 대단히 까다롭게 만듭니다. 이 점을 유의하세요.

이하의 체크리스트는 이 측면에서 SCP 작성을 위해 접근하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예시입니다.

  • 일상 속에서 이것은 대체 왜 이러한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대상이 있나요?
  • 평소 친근했던 사물이나 대상이 꿈 속이나 상상 속에서 위협적으로 각색된 사례를 기억하고 있나요?
  • 여러분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활동에는 사실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 여러분의 가장 지루하고 따분한 활동은 무엇인가요? 그 활동이 여러분의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요?
  • 여러분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사실 여러분은 그것이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독자에게 실제로 의미있어 보이는 SCP-KO 의 사례를 둘 꼽자면 SCP-212-KOSCP-333-KO 가 있겠군요. 전자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널려 있는 흔해빠진 물건이라는 점에서, 후자는 이메일로 종종 들어오는 스팸 내지 행운의 편지와 닮았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불안하게, 더 불안하게

확실히, 독자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분명 독자를 보고서에 몰입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꼭 독자의 신변과 SCP 를 연결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독자가 SCP 를 '안전하게' 관찰한다고는 하지만, 그 안전이 금방이라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이지요. 아니, 어쩌면 이쪽이 더 교활하고 지능적인(?) SCP 작성 테크닉일 겁니다. 2014 년 5 월 현재까지도 한국 위키에 이 테크닉을 절묘하게 활용한 SCP 항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으로 '염소' 가 달려오지는 않지만, 마치 달려올 것처럼 느껴지는 사례는 다음의 네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겁니다. 각각의 테크닉의 특성과 유의사항을 나누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뭔가 불길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만 격리 등급을 높일 만한 물증이 딱히 없는 상황

말 그대로,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상태입니다. 지능을 갖춘 SCP,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SCP, 그 중에서도 그 내막이나 동태를 쉽사리 알기 어려운 경우 이 테크닉이 매우 유용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SCP 재단 버전의 음모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SCP 가 뭔가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격리 절차가 마련되거나 갱신되어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단지 수상하기만 할 뿐 실제로 격리 절차를 강화할 만한 '핑계' 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설정의 경우, 직접적으로 부록 부분 내에 연구원의 의심이나 상위 보안등급 인원들의 판단을 넣는 것은 지극히 경솔한 행위입니다. 제 가이드에서 자주 언급하게 될지 모르지만, 명심하세요. 이러한 트릭은 '암시' (inference) 로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재단의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정작 그 보고서를 읽고 있는 독자는 음침하고 끈적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독자들 중 누군가는 실제로 연구원 중 누군가가 불길한 낌새를 감지하게 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너무 드러내 놓고 그 부분을 강조하면 안 됩니다. 육감이 뛰어난 해당 연구원 이외의 모든 평범한 인원들은 자연스러운 일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미 제시되었지만 효율성이나 관료제적인 이유로 격리절차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

이 경우는 독자들로 하여금 불안감에 더하여 답답함과 아쉬움을 더할 수 있겠군요. 최소한 유클리드급 이상의 SCP,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큰 SCP,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는 SCP, 격리 절차가 까다로운 SCP 에 적합한 테크닉입니다. 단, 이 경우에는 재단이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격리절차 제안의 수용 또는 기각은, 어떤 경우에든 명백히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며, 적어도 재단의 입장에서 납득 가능해야 합니다. 연구원 개인의 독단이나 비합리적인 격리 활동을 그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가장 나쁜 방식의 용례입니다.

이 경우 일선 연구원이 뭔가를 제안하고 윗선에서 그것을 기각하는 흔한 클리셰(?)가 무리없이 섞여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연구원의 제안은 현실적이고 신중해야 하며, 윗선의 기각 통보 역시 그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를 들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테크닉은 상경계통의 전공을 지닌 작가에게 좀 더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제한된 재단 격리예산 하에서 격리절차의 변경안을 두고 기회비용 및 편익분석을 통해, 적어도 재단은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미 포럼에서 수 차례 경고한 바 있지만, 윗선에서 실무자에게 면박을 주거나 핀잔을 주는 식으로 표현되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 격리대상의 격리위반 시도가 지속적으로 차단되었으나, 점차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하여 조만간 격리실패가 발생할까 우려되는 상황

극단적인 경우 어릿광대 보블처럼 아예 격리를 깨고 탈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아예 전혀 다른 설정에 속합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독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조만간 이 SCP 가 기어이 격리를 깨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될 것입니다. 이에 걸맞는 SCP 는 지능을 갖추고 있고, 인간에게 적대적이거나, 자기 나름의 목적이 있고, 점차 발전하는 형태의 SCP 가 될 것입니다. 때로 최초의 격리위반 시도는 지극히 순진하고 유치한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만, 점차적으로 격리 인원들과 두뇌게임을 펼치는 듯한 서스펜스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앞서의 사례들과 다른 점이라면, 여기서는 더 좋은 격리절차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에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SCP 의 격리위반 시도에 따라서 점차 격리조건도 강화되고 등급도 유클리드로, 케테르로 상향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그러나 SCP 의 발전속도를 재단 인원들이 미처 따라잡지 못하거나, 현재로서는 SCP 의 시도를 매번 분쇄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 상황은 훨씬 비관적이고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적지 않은 재단 예산과 인력이 해당 SCP 를 격리하기 위해 투자되고 있음이 잘 드러나야 합니다. 유의할 것은, 아예 비격리 속성처럼 변질되어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 격리대상이 재단의 성격이나 조직, 활동양상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결과적으로 재단이 대상의 이익을 위해 놀아난 적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

최악의 상황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SCP-343이 극명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재단 전체가 이 SCP 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고 있고, 언젠가 SCP 를 위해 봉사하기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입니다. 재단 인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머뭇거리며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가 한 번 이상은 놈의 꼭두각시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이라고 말하면서 창백한 표정을 짓는 상황이지요. 이것 역시, 확실하게 놀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보다, 과거에 놀아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거나, 미래에 SCP 가 재단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편이 더 좋습니다. 물론 글로 풀어서 쓰기에는 훨씬 어렵겠지만요.

이런 수준의 SCP 라 한다면 이미 어지간한 케테르급의 위험성을 상회합니다. 아마도 XK 급 세계멸망 시나리오에 관련된 SCP 라면 이와 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설정에 잘 어울릴 것입니다. 재단 활동의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므로 높은 수준의 지능과 정신감응/정신조작 능력, 어쩌면 군체나 하이브 마인드 형태의 SCP,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외계의 SCP 정도만이 이와 같은 설정의 뒷받침을 받는 데 부족함이 없겠지요. 물론, 전혀 그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개체에게 이와 같은 설정을 부여하는 실험적인 시도 역시, 적절한 필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참신하고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과연 효과적으로 독자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을지는 작가의 독서량에 달린 일일 것입니다.

SCP 는 현실의 그늘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사회 각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합니다. 우리의 지인들과 지인의 지인들을 통한 소위 '카더라 통신' 역시 주된 레퍼런스가 되고, 오늘날에는 사회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 기능을 일부 도맡고 있지요. 그 결과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라는 환경이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온갖 모순과 부조리들이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로 곪고 곪아서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이르른 문제점들도 있지요. 그 과정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스러져 가는 힘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SCP 라는 형식을 빌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들려준다면 어떨까요? 암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씁쓸한 연출을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재단 내에서만큼은 일말의 사필귀정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어느 쪽이든 간에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주제의식일 겁니다. 우리가 사회문제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것은 그것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SC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문제를 주제로 다루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회 문제를 그대로 SCP 세계관 속에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SCP 는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3

이것은 단순히 어떤 비극적인 사건이나 유명한 역사적 순간을 SCP 를 통해 설명하거나 해명하려는 시도와는 구별됩니다. 그러한 시도들은 그 나라의 역사, 인류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에 결부되지만, 지금 제가 소개하는 주제의식은 매일을 살아가는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허리케인 카트리나, 남아시아대지진, 세월호 침몰사고 등을 SCP 를 활용해서 설명하려 하는 것은 참으로 가상한 열정입니다만,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심각한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와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조언하자면, 어떤 유명한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의 설정이라면, 그냥 단념하시길 권장합니다. 네, 물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다룬 SCP 가 있고, 대구 지하철 참사를 다룬 SCP 는 크게 성공한 사례이지만, 적어도 영문 위키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독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사회참여적 SCP 아이디어에 조건을 하나 붙이자면, 너무 시니컬해지지 않게 하세요. 가급적이면 중립적이거나 냉정한 시선을 갖도록 노력하세요. 따뜻한 시선도 나쁘진 않습니다. 지나치게 시니컬해지거나 비판적이게 되면 SCP 항목으로서의 색이 바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꼬는 종류의 SCP 나 냉소적인 SCP 는 결과적으로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그런 종류의 SCP 를 쓴다고 해서 그 작가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방향으로 생각을 넓힐 수 있는 몇몇 체크리스트를 약간 작성해 보았습니다.

  • 최근에 지인에게서 전해 듣거나, 직접 경험한 바 있는 사회의 부조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사회의 정의가 회복될 것 같아 보이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 힘 없고 연약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그들의 입장을 적어 본 후, 그들에게 아픔을 주는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항변해 보세요. 어떻습니까?
  • 여러분이 평소 하찮게 여겼던 사람들이나 직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실참여적 SCP 의 두 사례를 들자면, SCP-310-KOSCP-841-KO 를 들 수 있겠군요. 전자의 경우는 노점상 상인들의 삶을 주제로 한 SCP 이고, 후자의 경우 환경미화원들의 고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SCP 재단의 작가 여러분들은 길거리에 함부로 껌을 뱉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아뇨, 그냥 잊어버리세요.)

무섭고 기괴한 것을 찾아서

본질적으로 SCP 는 괴담의 한 종류이고, 따라서 가장 일반적으로는 약간의 공포감을 포함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무서운'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어떤 소재를 주제로 해야 독자들에게까지 여러분이 원하는 공포감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요? 행여 독자들이 코웃음치며 썰렁하기만 하다고 심드렁하게 반응하지는 않을까요? 독자들에게 마구 위협을 주고, 여러분의 SCP 를 강력하게 만들고 격리하기 힘들게 만든다면 좀 더 무서워질까요?

딱 잘라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라? 질문이 나올 수 있겠군요. 분명 독자의 일상과 관련이 있도록, 격리에 불안감을 더하도록 해서 독자들을 약간은 위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네, 물론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 설정을 짜는 것과, 독자들을 단지 '겁먹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수준의 SCP 를 구상하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SCP 설정은 위험한 외줄타기와도 같습니다. 이쪽 한편에 과도하게 치우치면 독자들은 어느 새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풍선껌을 씹으며 여러분의 SCP 를 쓱 읽고 넘길 겁니다. 그러나 저쪽 한편에 과도하게 치우치면, 반대로 독자들은 여러분의 SCP 의 위험성에 대한 과도한 경고와 호들갑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겠지요. 특이하게도, 영어 위키에서는 후자의 사례가 굉장히 많은 반면, 한국 위키에서는 전자의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저 역시 이 때문에 전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을 요청한 바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적절한 무서움' 을 얻기 위한 몇몇 방법을 찾았습니다. 다만 이것이 과도할 경우 영어 위키에서 흔히 나타나는 '케테르 망작' 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공포감은 어떤 하나의 위험한 대상으로부터 느끼기보다는, 일상 속 소소한 징후들과 하찮은 사물들, 의심스러운 신호들에 의해 극대화됩니다.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들은 이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여 살짝 긴장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 여러분이 흔하게 접하는 하찮아 보이는 사물들, 여러분이 흔하게 경험하는 자잘한 활동들을 점검해 보세요. 어떻게 하면 여러분이 그것으로부터 공포를 느낄 수 있을까요?
  • 여러분이 실내에서 자주 접하는 일상소음 중에서 한 번이라도 미미한 공포감을 느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여러분이 가장 자주 꾸는 악몽들에는 공통적으로 어떤 소재가 등장하나요?
  •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공포증이 있나요? 그 공포증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어떠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끼시나요? 속성을 두어 가지 정도 열거해 보세요.
  • 여러분이 소재로 삼기로 결심한 대상의 특징을 정리해 보세요. 그 다음, 그것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하거나 왜곡해 보세요.

그렇다면 만일 동물을 소재로 한 SCP 는 어떻게 공포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사실, 동물을 소재로 한 SCP 는 그 변칙성에 있어서 약간의 불리함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동물 관련 SCP 들은 ─ 넓게 보자면, 곤충이나 기생충, 균류 관련 SCP 들도 포함하여 ─ 그 특성이 현대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는 말이지요. 물론 벗어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약간 심하게 말하면 이런 것들은 단지 '그 생태가 다소 특이할 뿐인 새로운 생물' 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마치 저 '비행류' 이야기와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차피 SCP 재단은 그 자체가 초과학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아니며, 인류의 생존과 안전, 보호에 위해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는 기관입니다. 초과학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것이 여러 모로 설정을 짜는 데에 편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SCP 들이 다 덧차원적 속성을 가질 이유는 없고, 특히 그것이 동물이나 곤충, 균류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잔잔한 공포감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진 SCP-KO 로는 SCP-085-KO 가 있겠군요. (물론 사람에 따라 개인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괴한 생태를 보이는 동물을 소재로 한 SCP-KO 로는 SCP-140-KO 를 들 수 있겠군요. 특히 이 항목은 초자연적이기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연구가 잘 이루어진 대상을 다루고 있어 보입니다.

소재는 컴퓨터에서 먼 곳에 있다

많은 작가분들이 느끼시는 것 중 하나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SCP 는 처절할 만큼의 혹평만을 받는 반면, 삶의 한 순간에 불현듯 떠오른 발상을 SCP 로 옮기자 믿을 수 없이 열렬한 호응을 받아 스스로도 놀라곤 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앞이라는 자리는, 최고의 영감이 떠오르는 데에 있어서는 사실상 불모지인 것처럼 보입니다. SCP 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면서 SCP 는 거의 잊어가다가, 문득 떠오른 하나의 생각이 모두에게 환영받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강조되곤 하는 흔한 조언입니다만, 급하게 창작을 하시려 애쓰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가입하고 나서 창작을 안 하면 어째 눈팅하는 유령회원처럼 보이지 않겠냐고요? 괜찮습니다. 그런 신입분들은 위키의 입장에선 오히려 환영입니다. 최소한의 SCP 항목 몇 개도 안 읽어본 티가 역력한 망작을 자신만만하게 등록한 후 광속으로 삭제당하는 것은 위키의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일입니다. 그 어떤 관리자나 운영자, 스탭들도 그런 항목을 읽는 것은 반갑지 않고, 삭제하는 것 역시 행복한 작업이 아니니까요.

가장 마지막으로 창작을 한 것이 꽤 옛날이라, SCP 에서 자칫 관심이 아예 멀어질까 걱정된다고요? 열정에는 깊이 감사합니다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한동안 일상에 전념하다가 문득 생각이 드시거든 돌아오세요. 돌아오셔서, 행방불명된 연구원이 여기 돌아왔노라고 천연덕스럽게 생존신고를 하세요. 컴백한 기념으로 삶의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을 잘 우려낸 SCP 를 제안한다면 더 많은 환영을 받을 수 있겠지요. 상술한 바와 같이, 삶의 매 순간마다 작가로서의 안목과 창의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 한, 일상에 전념하는 것 역시 SCP 창작 활동의 연장선에 속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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