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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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번호: SCP-513-KO

등급: 유클리드(Euclid)

특수 격리 절차: 격리실에 보관하도록 한다. 문장의 일부로 쓰이지 않도록 한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기억을 소거한다.

설명: 동그랗다. 석영 재질이다. 대명사 또는 이름 등으로 지칭될 시 [데이터 말소] 된다.
부록:

하늘이 어두워진지 벌써 이틀째다. 옐로스톤 화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백두산도 폭발했다. 일본에 있는 온갖 화산도 전부 폭발했다. 하늘은 화산재로 가득하다. 길거리는 혼란에 빠졌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재단은 이미 파괴되어 온갖 변칙 개체들이 유출되었다. 하지만 여긴 안전하다.
여긴 도서관이다. 충청남도 아산시 어느 도서관의 깊은 곳, 변칙 개체들이 대량으로 발견된 또 하나의 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이 지어지고부터, 누군가가 조금씩 변칙적인 책을 옮겨 놓은 기록이 있다. 여긴 안전하다. 보안 시스템은 10년은 유지될 수 있다. 뜯어먹을 수 있는 책도 있다. 전기가 일어나는 책도 있다. 아 물론, 뱀의 손과는 상관이 없다. 나는 기지 관리자에서 좌천된 뒤로 재단에서 관리하는 이 도서관의 사서가 되었다. 이 작은 도서관은 외부에서 침투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다. 책들을 기지로 이동시켜 격리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많아서". 이 많은 책을 옮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의 재단은 괴멸했다. 재단에 누군가의 테러가 있었다. 그 어떤 요주의 단체도 아니였다. 재단의 일부 생존자들은 우호적이던 요주의 단체와 연합해 개체들을 격리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재단과 마지막 연락은 어제였다. 이젠 재단과 연락이 두절되었다. 아마추어 전파 통신 설비를 며칠 전에 사 놓았는데, 아직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도서관을 뒤져 보는 수밖에.
마지막으로 받은 기록은 절망적이었다. 세계 곳곳에 기괴한 자연현상이 생기고 있었다. 쓰나미, 초거대 싱크홀, 엄청난 화산 폭발, 지진. SCP-2000을 비롯한 온갖 수단은 누군가에 의해 파괴되었다. 도마뱀 자식은 탈주했다. 온갖 변칙적인 물체들이 세계를 장악했다. 어딘가에는 좀비들이 날뛴다. 녹색 점액이 시체에 닿는다. 그 와중에, 이 도서관만 안전하다. 주변에 변칙 현상이 감지되지 않는다. 망할, 세계가 멸망했다. 그걸 복구할 방법은 없다. 그 와중에, 나 혼자만 안전하다. 기막힐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