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내에서 별칭을 쓰면 안 되는 이유


별칭은 크게 2가지의 뜻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SCP 목록에서 일련번호의 뒤에 붙는 것을 말한다. 별칭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뜻으로 사용된다. 이 별칭은 작가가 정하는 것으로 보통 SCP의 특성을 요약하거나 특성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등 제목의 역할을 대신한다.

두 번째로 단순히 작품 속이나 재단 관련 사이트에서 번호 대신 부르는 것이다. SCP-173을 땅콩이라고 부르거나(작품 속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SCP-682를 도마뱀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에 속한다. 편의상 첫 번째 뜻으로 사용될 때는 별칭, 두 번째 뜻으로 사용될 때는 별명으로 지칭할 것이다.

이러한 별칭/별명은 주로 재단 사이트에서 일련번호를 모르거나 잘 알려지지 않는 SCP를 지칭할 때 사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서 'SCP-173 - 조각상 - 오리지널'의 경우 별칭보다는 번호로 지칭되지만, 'SCP-2337 - "스팽코 박사"'의 경우 번호보다는 별칭으로 더 자주 지칭된다.

세계관 내부로 들어가자면, 조금 더 세분화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별칭부터 살펴보자면, 이 별칭 자체가 '세계관 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이 되는지'부터 한번 짚어보자. 물론 카논은 없다지만, 보안 인가 등급이나 D계급 처럼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이 설정을 어기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결론이 존재하는데, 공식 설정이 아니다. 그 이유로 SCP를 올리기 위해 반드시 봐야 하는 문서인 SCP를 작성하는 법에서 별칭은 세계관 공식에 해당하지 않으니 글 본문에 직접적으로 쓰지 말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세계관 내에서 SCP를 지칭할 때 별칭을 쓰는가?'이다. 조금의 해석을 가미하자면, '별칭은 재단 직원들이 쓰는 별명을 옮긴 것이다'라는 것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건 굳이 별칭과 별명을 구분해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렇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상식선에서 생각해봤을 때 부르기 힘든 별칭이 너무 많다. 당장 SCP-682를 지칭할 때 '죽일 수 없는 파충류'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SCP-4690의 별칭 "재단이 수메르의 사랑의 여신을 깨우려고 야애니에 자금을 투자한 이유가?(또는, 내가 걱정을 멈추고 케데시-나나야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건에 대하여)"처럼 쓸데없이 긴 것도 많다.

마지막으로 '세계관 내에서 일상적으로 별칭이나 별명이 사용되는가'이다. 물론 별명의 정의에 따라서, 그렇다. 하지만 이 질문을 조금 더 확장하고 변형 시켜 '세계관 내에서 별칭이나 별명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로 만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업무상에서의 경우를 보자. 이 경우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일련번호 대신 별칭이나 별명을 사용하는 것은 이 개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불친절한 행위이다. 우선 이것이 SCP를 지칭하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 그리고 SCP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앞서 말했다시피 별칭은 공식 설정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해당 SCP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경우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재단은 기밀을 취급하는 기관이며, 별명이나 별칭은 일련번호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173'이라는 숫자보다는 '조각상'이라는 별칭이, '682'라는 숫자보다는 '도마뱀'이라는 별명이 개체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서 혼돈의 반란에서 비밀스레 파견한 0등급 재단 기지 청소부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이 청소부는 재단 연구원들이 말하는 것을 엿듣는다고 하자. 이때 일련번호로 SCP를 지칭한 대화("이번에 173 격리하다가 D계급 한 명 죽었다더라")를 엿듣는 경우와 별칭/별명으로 지칭한 대화("이번에 조각상 격리하다가 D계급 한 명 죽었다더라")를 엿듣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이 기지에 173번 개체가 있으며 그 개체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후자는 이 기지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조각상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밀과 당신이라는 에세이에서 말하듯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소한 정보라도 혼돈의 반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SCP-173을 예시로 들었기 때문에 감이 잘 안 올 수도 있겠지만, SCP-500을 예로 들자면 'D계급이 500을 먹었다더라'와 'D계급이 만병통치약을 먹었다더라'의 차이다. 별칭으로 지칭한다면, 혼돈의 반란은 이제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는 어쩌면 자신들에게 유용할지도 모르는 변칙 개체가 이 기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다음번에 기지를 공격할 때 참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