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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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의 누군가가 고양이는 북슬북슬하고 보드라운 털로 뒤덮인 작고 아름다운 생명체이며 그 빠져들 것 같은 눈빛은 보는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물론 나도 이 발언에는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며 지금도 두 녀석들이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내 손길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난 아직 집으로 돌아갈 순 없다. 축지법을 쓰고 다녀도 발이 아프도록 찾아다니던 서천 식물원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서 꽃 몇 송이만 정중하게 받아오면 되는데…문지기들의 표정을 보면 정중하다라는 표현은 쉬이 쓰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누굴쏘냐. 이래뵈도 스승님한테서 도술 응용력은 제자들 중 최고라고 인정받은 몸이시다. 그런 내가 입구부터 막혀서 돌아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그렇고말고.

나는 주머니 속의 부적을 잽싸게 찢었다. 내 몸은 점차 줄어들어 작고 아담한 새끼고양이로 둔갑했다. 본디 둔갑술은 느낌이 이상해서 잘 쓰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쩌겠나. 나는 힘겹게 서천식물원의 벽을 기어올라가 반대편으로 떨어졌다. 고양이의 몸은 이럴 때 편하다 싶었다. 어느 방향으로 떨어지든 자동으로 땅에 가볍게 안착. 짐승과 인간의 몸은 참 다르구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저 멀리까지 펼쳐진 서천식물원의 꽃밭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물감들을 엉켜놓은 색깔의 꽃들이 바람에 잔잔히 흔들리며 끝없는 수평선 저 너머까지 아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만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야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비로 둔갑할 걸 그랬나 보다. 조금은 후회되는걸.

그런데.. 이렇게 넓은 곳에서 꽃을 어떻게 찾아야 하지? 물론 의뢰주한테 꽃의 생김새와 향기는 대충 전해듣긴 했지만 말 그대로 꽃 천지인 이 끝없는 공간에서 이런 아담하고 작은 고양이의 몸으로 언제까지 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본디 모습으로 날아다니며 휙휙 빠르게 찾아다니자니 분명히 서천 문지기들에게 끌려가서 어딘가로 사라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결국 나는 지금 가지고 있는 네 개의 발만을 이용해 열심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어쩌겠나. 의뢰주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계획도 없이 도술만 믿고 무작정 여기 와버린 내 책임도 있으니.. 의뢰에 관한 건 철저히 비밀을 고수한다는 내 원칙 때문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다음에 전부 다 때려부수고 나올까 보다.

일단 이렇게 지껄여 봤자 죽도 밥도 되는 건 아니기에 나는 일단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내 팔뚝만큼 두꺼운 창이 방금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저 멀리 앞으로 날아갔다! 저놈들은 뭔데 창을 이렇게 많이 던져대는 거지? 나처럼 물건들을 종이 속에 넣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서천꽃밭의 문지기들이 도사라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 나는 안 그래도 정신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려 보았다. 하지만 곧 포기해야만 했다. 뒤에서 문지기들의 고함 소리가 나를 향해 울려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귀를 틀어막고 미친듯이 달렸다.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냐고? 그 전말은 이렇다. 내가 한껏 꽃밭에 취해 잠시 본분을 망각하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뭔가 기묘한 향기가 내 코끝을 맴돌기 시작했다. 내 이성은 분명 그 향기를 따라가면 분명 큰 일이 날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지만 고양이의 육체는 그런 경고 따위는 씹어버리고 그곳으로 끌려가고만 있었다. 그 뒤로는? 뭐긴 뭐야. 그냥 미친 듯이 취해서 한바탕 물고 뜯고 미친 듯이 굴러다녔다. 결국 그 탓에 내 몸은 통제권을 잃어버리고 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둔갑은 풀려 있었다. 그리고 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여러 명이 마라톤 선수마냥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 그때 내 상황판단능력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빛을 발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살아남으려면 자리를 박차고 달려야 함을 직감했고, 그리하여 지금 이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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