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려고 누웠다가 생각난 나인티의 행동규칙 3개조
하고 싶을 때 하세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하겠다고 했으면 그건 하세요.
그게 답니다.
- 공동작업할 때는 collab: 카테고리 달기
Je m'appelle XCninety. (프랑스어 이것말고 못합니다)
1.
I profeti e coloro disposti a morire per la verità, ché di solito fan morire moltissimi con loro, spesso prima di loro, talvolta al posto loro.
1.
talvi 1964 - De te fabula narratur.
1.
언덕에 사람이 있거든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사람이 없거든 편안히 누워 웃으라.
When will be done?

SCP-178-KO
일련번호: SCP-178-KO
등급: 안전(Safe)
특수 격리 절차: SCP-178-KO는 제5K기지 표준형 안전 등급 개체 격리함에 보관한다. 실험 시 만들어진 볶음밥은 먹을 수 있으나, 실험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SCP-178-KO 담당 주임이 허가하여야 한다.
설명: SCP-178-KO는 상하폭 9.7cm, 지름 10.8cm 크기의 세탁볼이다. 표면에는 Washing Ball이라는 글씨가 있고, 상하부를 서로 고정하는 빨간 부품을 제외하면 색상은 모두 초록색이다. SCP-178-KO는 돌출부와 구멍 등 다른 세탁볼이 지니는 요소들을 똑같이 가지며, 보통 세탁볼처럼 실제로 세탁할 때 사용하더라도 아무 문제 없이 기능한다.
SCP-178-KO의 변칙성이 발현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필요 물품 (사람 1명 기준)
- 드럼통이 가로로 된 드럼세탁기
- 밥 6kg
- 베이컨 1kg
- 대파 3대
- 계란 12개
- 간장 50ml
- 소금 1컵 (세제컵 기준)
- 참기름 다량
- 세탁기에 돌릴 수 있는 물품 무엇이든 3kg
- 사람 1명
변칙성 유도 방법
- 밥을 지은 다음 뜨겁지 않을 만큼만 식혀준다.
- 준비한 사람의 피부 전체에 1에서 지은 밥을 바른다. 단 목 위, 손발목 아래는 제외한다.
- 24시간을 기다렸다가 밥을 떼어준다.
- 대파와 베이컨을 썰어주고, 계란을 풀어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든다.
-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그 위에다 밥, 베이컨, 대파, 스크램블드 에그를 넣는다.
- 밥 위에 간장을 뿌려주고 SCP-178-KO를 넣는다.
- 세제를 넣는 공간에 소금 1컵을 넣는다.
- 참기름을 덥힌 다음 온수 밸브를 참기름통에 연결한다.
- 세탁 설정을 온수로 하고, 그 이외는 표준형 세탁 설정 그대로 맞춘 다음 세탁기를 돌린다.

제5K기지에서 SCP-178-KO로 볶음밥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는 장면
세탁이 종료되면 SCP-178-KO를 중심으로 공 모양으로 볶음밥이 뭉친 채로 있으며, 빨랫감은 음식이 닿은 곳을 제외하면 더러워진 곳이 전혀 없다. 해당 볶음밥에 위험 요소는 딱히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며, 볶음밥을 먹은 사람들은 다소 짠맛이 세지만 대체로 맛있다고 평가했다. 물품은 그대로 둔 채 양만 바꿔 넣었을 때는 상태의 차이는 있었으나 똑같이 볶음밥이 나왔던 반면, 다른 물품을 대신 투입했을 때는 그 어떤 조합으로도 볶음밥이 나오지 않았다.
발견: SCP-178-KO는 2019년 11월 18일 ██대 근처에서 자취하던 ███의 방에서 발견되었다. 이하는 주요 관계인 2명의 진술이다.
"███ 학생은 2학기 시작하기 며칠 전에 계약했어요. 지난 학기는 기숙사에 살았는데 불편했대요. 방 찾아와서 구경하고 한 번만에 계약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공동주택 갖고 있으면서 오만 군상들을 다 보기 때문에, ███ 학생의 특이한 점이라고 해도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요. 저한테는 그냥 밤늦게 돌아오는 세입자였는데. 뭐 그래도 그 특유의 행동이라는 게 생각이 안 나지는 않아요. 주말 하루 동안에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방에 온종일 콕 박혀 있고, 먹을 것 택배를 많이 시켰어요.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배달음식이 아니라 진짜로 택배를, 식재료 위주로 많이 시키더라고요. 나중에 가서는 쌀포대까지 등장하고. 지금이야 뭐 왜 그러고 있었는지 다 알지만…"
"그날은 아침 일찍 일주일 묵은 재활용 쓰레기 처리하러 나갔는데, ███ 학생이 참기름통을 어마어마하게 들고 나오는 거예요. 머리가 보일락말락할 만큼 잔뜩 안아서. 희한한 광경이라서 참기름을 왜 그렇게 많이 샀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세탁기로 볶음밥을 해먹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세탁볼은 신기한데 참기름이 이렇게 많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런 소리 하면서. 뭔 소리야? 그러니까 옵션으로 주신 세탁볼 말하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아니 세탁기에 음식을 넣는다는 게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되잖아요. 괴상한 소리라서 꼬치꼬치 캐묻다 보니까, 어느 새 학생 방까지 올라가서 세탁볼이랑, 조리도구에 간장통이며 포장하고 남았다는 볶음밥까지 확인하게 됐어요. 보고 나서 금방 경찰에 신고했어요. 이상한 물건이라서보다는, 어떻게 그런 물건이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어서."
"세탁기랑 빨랫대는 옵션으로 제공하지만 세탁볼까지 제공한 적은 없어요. 세탁볼이란 걸 저도 평소에 써본 적이 없고. 전에 살던 학생들이 놔두고 간 물건은 쓸 만한 것 같으면 그대로 놔두기는 하는데, 작년에 살았던 학생이 두고 갔나?1 하찮은 물건이라서 확인만 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는데."
"아! 그런 적은 있었어요. 9월 말에 ███ 학생을 마주친 적 있었는데, 방에 불편한 건 없냐고 예의상 물어보니까 '덕분에 항상 배부르게 지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등 따습고 배부르게 지낸다는 말로만 알았지, 진짜로 밥으로 등 데우고 배 채울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 학생은 뭔 이유로 그렇게까지 해서 밥을 먹고 싶었는지 모르겠네? 학교 분식집에서 볶음밥 6천원에 팔잖아요. 한번이면 뭐 이해가 가지, 뭐하러 하루 세끼 먹지도 못할 볶음밥을 그렇게 잔뜩 했대요? 거기다 몸에다 밥을 발라가면서?"
— ███, 집주인
"방에는 1학기 끝날 때쯤에 새로 계약했어요. 제 생활 패턴 때문에 통금을 넘기고 과실에서 밤을 지샐 때가 많아서, 비용 좀 감수하고서라도 아예 자취를 하는 게 눈총도 덜 받고 장기적으로 이득이라고 생각했죠."
"첫 빨래를 하려고 세제랑 섬유유연제 있는 데를 찾았는데, 거기 세탁볼이랑 이상한 설명서2가 있는 거예요. 설명도 그렇고 종이 생긴 게 너무 정교하게 되어 있어서, 거지같은 장난치고는 뭔가 좀 수상하더라고요. 직접 해본 이유는 아마도 세 가지였을 것 같아요. 이거 누가 그렇게 썼다고 진짜 그렇게 하는 미친놈이 있다? 는 컨셉으로 글 쓰면 따봉 좀 받겠지 하는 급성 관종끼가 첫째. 계약 조건상 비용만 제가 부담하면 세탁기는 A/S를 부르든 아예 새로 사든 상관없었던 게 둘째. 그렇게 진짜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그래도 세탁기 고장내는 게 미안해서 단념하려고 그랬는데, 청소하려고 필터 꺼냈는데 먼지가 회색은 회색인데 간장 같은 갈색을 살짝 띠는 거예요. 설마 이게 진짜 옵션이었어? 그게 셋째가 됐죠."
"첫 금요일에 대대적으로 쇼핑을 했죠. 특히 밥이랑 쿠킹랩이 필요했어요. 밥은 햇반 몇 통 사서 전자렌지로 돌리고, 찜찜하게 하루 종일 안 서 있게 밥 고정할 쿠킹랩도 있어야겠더라고요. 화장실도 안 갈 수 있게 그날 점심은 거르고, 밥 두르고 나서 하루 동안은 물만 조금씩 마셨어요. 그 상태로 관절이 좀 불편하긴 했는데 다른 재료 요리할 정도로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더라고요. 참기름이 안 튈 만큼만 덥히는 작업이 제일 힘들었어요. 시간 돼서 밥 박박 긁어서 이불 넣고 세탁기를 돌리니까, 세탁볼 주위로 고소하고 향긋하게 참기름이 만들어져 있었어요. 평소에 짠맛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맛이더라고요. 신기한 정도를 넘어서 너무 당황스러워 가지고, 관심받고 싶다는 생각은 아예 싹 사라졌어요. 그날까지 다른 사람한테도 딱히 이 세탁볼 이야기를 했던 적은 없어요. 그냥 조용히 집주인이랑 나랑 비밀로, 신기한 보물로 갖고 있어야지… 그랬는데 이번 주만 한번 더 해야겠다, 딱 한 번만 더 하자, 그러다 보니 아예 매주 정기적으로 하게 됐네요."
"나중에는 볶음밥용 이불도 따로 사고, 즉석밥 말고 더 품질 좋은 밥을 쓰고 싶어서 아예 포대로 쌀을 시켰어요. 건강을 생각해서 볶음밥 샘플을 떼서 간장이랑 소금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지 연구도 해봤어요. 그렇게 황금비를 맞춘 볶음밥이 나오니까 너무 맛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이 비율로만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정작 황금비로 만든 적은 한두 번밖에 없었지만. 설명이 너무 자세해서 다른 재료를 넣어볼 생각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날은 분리수거하는 날이었어요. 귀찮아서 간장통, 참기름통 등등을 계속 쌓아두고 있었는데 더 이상 찬장으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참기름통부터 몽땅 한 아름 안아서 들고 내려가서 분리수거장까지 갔어요. 그런데 마침 분리수거 나온 집주인이, 학생 뭐 하길래 그렇게 참기름통을 많이 들고 나왔냐고 물어보셨어요. 옵션 덕분에 매주 볶음밥 재미있게 먹고 있다고 말하니까 되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예요. 전번에도 볶음밥 잘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니까 알았다고 하셔서 저는 진짜 옵션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도 갑자기 뭔 소린지 도통 모르겠다는 태도시니까, 설명이 계속 길어지더라고요. 그러다 직접 보여달라 하셔서 보여드리니까 당황하시는 걸 보고 그때야 정말 모르시는 걸 알았죠.
"저는 상관없었는데요? 처음 두를 때는 되게 폭신하고 따뜻하고, 나중에 식으면 느낌 좀 찝찝하긴 한데, 어차피 주말에는 밖으로 안 나가니까 너무 불편한 것도 없었어요. 몸이야 어차피 밥 두르기 전에 씻으면 되니까. 전체적으로 저한테는 기분 좋았어 가지고, 그래서 매주 볶음밥을 해먹었어요. 그런 게 취향인가 봐요."
— ███, 세입자
SCP-178-KO 볶음밥용 세탁볼
태그 : 안전 scp ko
작가 : XCninety
주의: 이 글은 풍자입니다. 거꾸로 읽으세요.
SCP 재단에서 제일 빠르고 수월하게 네임드가 되는 방법은 역시 비평가가 되는 것입니다. 선후관계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죠. 만약 내가 비평가라면, 그건 내가 SCP와 SCP를 작성하는 법에 대해서 일반인보다 더 잘 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비평을 자주 해 주면 나는 남들보다 SCP를 더 잘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자,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네임드 비평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들 앞에는 SCP 재단에서 경험을 수없이 쌓은 저명한 비평가들이 있으니까요. 그분들이 비평 포스트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고, 그 방법을 본받아서 비평글을 쓰면 훨씬 쉽게 명성을 쌓을 수 있는 법이죠. 그러면 다른 비평가들은 비평글을 어떻게 쓰는지, 그 비법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 맨 처음에는 가입한 지 이틀, 사흘 된 뉴비가 올린 초안을 주로 비평합시다.
- SCP를 잘 안다고 자랑하고 싶지만 아는 게 그닥 많이 없다는 내 단점은, SCP를 아예 전혀 모르는 사람을 비평하면 쉽게 가릴 수 있습니다.
- 특히 비평 없이 올린, 삭제될 게 뻔한 SCP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토론창에서 쪼끔 심하게 비평하더라도, 나중에 SCP가 삭제되면 내 비평도 날아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마음놓고 뉴비에게 촌철살인 비평을 날릴 수 있죠. 게다가 비추천 누르는 다른 회원들도 어느 정도는 동의할걸요?
- 아니면, 다른 회원이 쓴 비평글을 자기식으로 다시 쓴 다음 밑에 올려봅시다. 글쓰는 연습도 할 수 있고, 상대도 똑같은 이야기를 두 번 들으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
- "당신은 새로 온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살짝 귀띔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뉴비가 나를 새로 온 사람으로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 하지만 "저도 뉴비지만"이라는 말로 비평을 시작하면 도움이 됩니다. 내가 하는 말이 맞다고 적극 밀어붙일 때라고 하더라도, 동시에 내가 다 맞는 말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이에요.
- 가입하자마자 위키에 막 올린 SCP를 발견하면, 샌드박스를 이용하라고 지적합시다.
- SCP를 올릴 때 샌드박스를 이용할 필요는 없지만, 비평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려면 일단은 꼭 필요하다는 뉘앙스를 주는 게 좋습니다. 샌드박스가 왜 필요한지는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더 좋겠죠.
- 한편 생각해 보면, 아무리 뉴비라도 비평하는 곳이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는 이야기는 말이 된다고 받아들일 수가 없죠. 그렇게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일삼는 회원을, 우선 같은 SCP 회원이 되어서 환영한다고 존중부터 해 줄 필요가 있을까요?
- 포럼이나 디스코드 비평 채널을 이용하라고 합시다. 실제 비평은 삭제되고 나서 두 번째로 만든 비평 스레드에다가 하면 되겠죠?
- 샌드박스를 이용하지 않았으니 이 글은 일단 비추천해 줍시다.
- 좋은 비평가들이 쓰는 표현을 저장해 뒀다가 나중에 비평글에 붙여넣기합시다.
- 내가 이 비평을 받고 정곡이 찔렸다면, 내가 이 비평을 해주는 것 그 자체가 정곡을 찌를 수 있다는 말이겠죠? 멋있는 표현이 필요할 때마다 자주 단어장에서 그 표현들을 꺼내 쓰세요. 상대는 비평 내용이 뭔지 몰라도 여러분이 멋지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 "~라는 건 아실 텐데요?"라는 표현을 씁시다.
- 그런 건 남들도 다 안다는 뉘앙스를 풍겨주면, 상대는 "난 아무것도 몰라…"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는 SCP를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겠죠.
- 정말 모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과감하게 치워버리세요.
- 매우 일반적인, 다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먼저 합시다.
- 그런 이야기에 상대는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른 에세이나 다른 사람의 비평 같은, 누구나 동의하는 글에서 내가 직접 베껴온 글이니까요.
-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유일하게 비평하는 사람이 되는 데도 의외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하기 애매해서 그냥 넘어가 버리게 되니까요.
- 스피드가 중요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비평을 쓰는 것을 명심합시다!
- 상대를 스레드에서 글을 보여줄 자격이 생길 때까지 맹렬하게 시험합시다.
- 상대는 나만큼도 에세이를 읽은 적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불쌍한 사람이죠. 내 비평에서 살아남는다면 너도 이제 훌륭한 회원이 되는 거야, 라는 장인의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 봅시다.
- 상대가 팔방미인이 되려면 적어도 여덟 방향에서는 성숙해져야겠죠. 격리실이 너무 클 때, 연구원이 초딩처럼 말할 때, 아이디어가 안 좋을 때, 등 문제점이 보일 때마다 각각 시련을 안겨 줍시다.
- 대안은 굳이 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에 빠진 사람한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 있었죠?
- 오타를 하나라도 발견했을 때는,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라고 합시다.
- 맞춤법은 지적 대상으로서 가성비가 좋습니다. 소설에 영향력을 안 미치는 건 아니지만, 지적했을 때 상대가 "아 난 기본적인 것도 아직 모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매우 효과가 좋고, 또 내가 올바르게 비평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매우 알뜰하게 채울 수 있죠. 이렇게 효율적인 요소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합시다.
- 상대에게 "맞춤법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내가 그걸 틀려버렸네"라는 부끄러움을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충분히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상대가 불만을 품고는 내 포스트를 맞춤법 검사기에 돌릴 수도 있겠죠. 나도 맞춤법을 엄청 틀리면서 상대의 맞춤법을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합시다.
- "특수 격리 절차"를 붙여서 쓴다든가, 볼드체를 치지 않았다든가 하는 걸 발견했다면 놓치지 말고 지적합시다.
- 이런 사람은 SCP를 작성하는 법 - Reboot에서 서식을 본 적도 없을 겁니다. 띄어서 쓰고 볼드체를 치라는 데까지만 지적하고, 이 페이지는 알려주지 맙시다. 가입할 때 안내도 꼼꼼히 안 읽어본 사람은 그만한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요.
-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지적하기 쉬운 걸 지적해야 내가 비평하기 편합니다. 소설로서 이 글이 더 재미있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비평하기 어려운 사항을 굳이 무리해서 지적할 필요는 없겠죠. 꼭 알찬 비평을 써야 네임드 비평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 다시 명심합시다!
- 클리셰를 발견했다면, 당장 지우라고 합시다.
- 상대가 1. 클리셰를 쓰면 글의 설득력도 떨어지고 작품의 재미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다른 글의 하위호환으로 느껴질 여지가 많다, 2. 그러므로 클리셰는 작품 속에서 피하거나 클리셰라고 느껴지지 않게 더 정교하게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라는 논리를 이해해줄지 내가 확신할 수도 없고, 더구나 이 논리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건 나한테도 피곤하죠. 이때는 그냥 당장 지우라고 하는 것도 나에게 좋은 방법입니다. 어차피 잘못이 있다면 클리셰 목록에서 쓰지 말라는 걸 쓴 사람이 먼저 잘못한 거잖아요? 왜 쓰면 안되는지 나중에 다 알 테니까요.
- 평범한 소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재가 평범하면 쓰나요? 당연히 소재는 특이해야죠. 거기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합시다.
- D-11424를 "D등급"이라고 부른다면, 단호하게 "D등급이 아니라 D계급입니다."라고 말합시다.
- D등급이 D계급으로 바뀐 게 언젠데, 가입하면서 아직도 재단 공식 용어에 익숙해지지 못했다면 크나큰 민폐겠죠. 가열차게 꾸짖어 줍시다.
- 물론 그 공식 용어들이 어디 있는지는 상대가 직접 찾아야 합니다. 나도 다 읽으면서 여기까지 컸으니까요.
- 상대가 재단의 설정에 대해 잘 모르고 글을 썼다면 "이 부분은 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합시다.
- 그리고 설정상 어떻게 하는 것이 당연한지 결론만 짤막하게 말합시다. 당연한 듯이, 짤막하게 말해야 상대가 그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죠?
- 설정을 무작정 쓰기 전에 먼저 설정을 완벽하게 알기부터 하라고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 혹시 안심이 안 간다면 "어떤 놈이 미쳤다고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합니까?"라는 말을 덧붙여도 괜찮겠죠. 상대가 미친짓을 하기 직전에 뼈를 때려서 구원의 손길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 비평의 내용은 "이것은 이런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정의한 다음 마무리합시다.
- 이 방법은 특히 다른 회원 누구한테 물어봐도 그렇게 생각할 만한 내용을 언급할 때 필요합니다. 기본 상식을 두 번 세 번씩 말하는 건 낭비니까요.
- 토끼는 유클리드입니다. 너무 당연하죠?
-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상대가 변명할 여지를 주지 않도록 말투를 강경하게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 혹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 같으면 괜찮은 가이드 링크를 하나 달아줍시다. 어떤 내용인지는 물론 상대가 직접 알아야겠죠?
- 정 이유를 궁금해한다면 "그렇게 안 하면 비추 받기 딱 좋으니까!"라고만 덧붙이고 손을 깔끔하게 털어버리세요.
- 질문이 들어오면 질문하지 않은 것도 섞어서 대답해 줍시다.
- SCP 상식은 상식이라는 것 그 자체로 알려줄 가치가 있습니다. 사이트에서 살아남는 데 뭐가 필요할진 모르니까요. 더구나 나중에 다 알아서 질문할 테니 지금 미리 말해주는 게 시간이 절약되겠죠?
- 뉴비는 원래 수줍음이 많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어차피 상대가 부끄러워서 차마 질문 못하던 걸 테니까, 친근하게 그것까지 마저 대답합시다.
-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유머감각을 발휘해서 표현합시다.
- 좀 애매한 팁이죠?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구요.
- SCP-4273은 치수 3 × 3 × 3 × 3 m의 격리실에 보관한다. : 이놈을 격리하려면 우리가 3차원을 초월해서 4차원 속 재단의 손을 빌려야 하는 거군요?
- 심민경 교수는 똑똑해서 SCP-6789를 담당하게 됐다. : SCP를 격리하는 데 심민경 교수가 똑똑하다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제 발톱에 낀 때가 더 중요한 거 같은데요.
- 극도로 심한 경우에는 죽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 이건 또 뭐야 죄송합니다, 여기가 잠깐 나무위키인 줄 알았네요.
- 이 SCP를 꼭 격리해야 하네 — O5-13 : 당신 아빠가 회사 보고서에다 이런 글 쓰시면 짤립니다.
- 좀 애매한 팁이죠?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구요.
- 최대한 현란한, 상대가 처음 들어보는 용어를 자주 사용합시다.
- 토론 내용과 상관이 없더라도 신문 기사, 백과사전, 논문 등에서 전문용어들을 많이 복사 붙여넣기하세요. 너보다 내가 더 똑똑하는 사실을 어필하면 상대가 알아서 설득되는 데 도움이 되고, 설령 설득에 실패하더라도 나는 지식인이라는 품위는 고스란히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넷 찾다 보면 다 나오는 지식이지만, 내가 먼저 찾은 거잖아요?
- 비평 속에서는 재단 특유의 용어들을 사용합시다.
- 아직 재단 용어에 익숙하지 못한 상대는, 그 용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대접해줄 수 있습니다.
- 또한 그 용어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지 않아도 상대는 그 용어들이 무슨 뜻인지 스스로 찾아보면서 배울 수 있겠죠?
- 작품 속에 나오는 기동특무부대 알파-6789가 내가 쓰고 있던 작품 속의 MTF 알파-6789랑 설정은 다른데 번호가 겹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 사람보고 바꿔 달라고 합시다.
- 그 작품을 아직 올리지 않았더라도, 알파-6789라는 번호를 남이 먼저 써버리면 내 작품이 헝클어져 버리는 건 당연하겠죠. 명백한 설정 충돌이니까요. 설득할 필요도 없이, 그냥 당신이 먼저 바꿔달라고 하면 됩니다.
- 남이 나보고 똑같은 논리를 들이민다면 SCP-1780을 예시로 듭시다. 한 번 정도는 넘어갈 수 있습니다.
- 답이 안 나오는 글을 보면 "많이 읽으세요"라고 합시다.
- 많이 읽으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는 마세요. 그런 건 나처럼 많이 읽으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 상대가 많이 읽을 테니 내가 쓴 글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면, 일단 많이 읽으라고 합시다.
- 상대가 어떤 글을 읽으면 좋겠냐고 물어본다면, 최고 평점 페이지, 유저 선정 목록, 가이드 목록 링크를 달아줍시다. 물론 거기서 뭘 어떻게 배워야 할지는 자기가 스스로 알아야겠죠?
- 상대가 이미 많이 읽었다고 따지면, 더 많이 읽으라고만 합시다.
- 비평 맨 마지막은 최대한 간지나는 한 마디로 끝냅시다.
- 내가 니 글을 이렇게 박력 있게 비평했지만 그래도 나는 다 널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 아무것도 모르던 내 옛날 모습 떠오르고 그렇네, 다음엔 글 좀 더 잘 써 화이팅, 이런 진심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물론 본질적으로는 내가 멋져 보이는 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그래야 상대가 나를 존경할 수 있겠죠? 최대한 폼나는 말을 선택해 봅시다.
- 한 마디를 생각하기 어렵다면 우선 "건필하세요"부터 생각해 봅시다.
추가 팁!
- 남이 비평을 이상하게 한다면, 이 에세이를 인용하면서 그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어 줍시다.
- 1분 전에 드디어 이 에세이를 다 읽은 여러분이 감히 이 에세이도 안 읽고 비평하겠답시고 설치는 그놈들보다 훨씬 착하고 정의롭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 상대가 나한테 이 에세이를 들이민다면, 자세하게 따져보면 나하고는 엄연히 관련없는 내용이라고 합시다. 이 에세이가 일반적인 회원들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고만 잘 설득하면 한 번은 입 다물게 할 수 있습니다.
- 거기다 생각해 보면 가소롭죠. 나는 벌써 criticism-policy 같은 비평 에세이도 다 읽어본 사람입니다. 설마 내가 지금 이 글을 벌써 읽어보고 예의를 명심한 적 없었을까요?
주의: 아니 그런 거꾸로 말고요.